어느새 훌쩍, 딸과 아빠의 근력 성장곡선
빠빠월드, 오늘도 영업합니다!
40대 중반의 나이에, 육아라는 거대한 흐름 안에서 매일 새로운 저를 만난 지 어느새 13개월이라는 시간이 지났습니다.
특히나 '아빠'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이제 갓 돌을 지난 딸아이와 씨름하는 시간은, 마치 제 삶의 속도계를 재조정하는 듯한 특별한 경험인데요. 최근 들어 저의 속도계는 유독 한 곳을 가리키며 경고등이 깜빡이곤 합니다. 바로, '근력 감소'라는 낯선 세계입니다.
13개월, 어느새 훌쩍 커버린 딸의 성장 속도는, 경이롭다 못해 아빠의 근력 감소량 속도를 '웃돌아'버린 지 오래입니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가볍게 안아 올리던 아이가 이제는 어느 정도 무게감을 넘어, 중량감이 느껴질 정도이니, 놀라움을 넘어서 경이로운 통증마저 동반하고 있는데요.
그 작은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생명의 에너지란, 참으로 대단한 것이란 생각이 들고 있습니다. 운동부족이란 반성도 빼먹을 수는 없겠죠?
빠빠드롭, '폐업'위기.
저희 가족만의 '아빠월드'에서 가장 인기 있는 놀이기구는 단연 '빠빠드롭'입니다.
두 팔로 아이를 높이 들어 올렸다 내려주는 이 스릴 넘치는(?) 번지드롭 놀이에 아이는 까르르 신나 하지만, 최근 들어 영업시작 1분도 안 돼서, 삼두와 이두는 이미 '영업 종료'를 알리는 부들부들 적신호를 보내면서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는데요.
이러다 저 곧 '폐업'을 선언하는 날이 오진 않을까, 은근한 불안감마저 엄습합니다.
22~24 시즌까지는 '어부바'라는 허벅지 근력을 이용한 '이동식 범퍼카'를 아내에게 제공했었는데. 아내가 혼자가 아닌 둘이 되기 시작하면서, 자연스럽게 운영이 중단된 이 길을, '빠빠드롭'이 뒤따르게 되는 건 아닐까 혼자 걱정 아닌 걱정을 해보기도 합니다.
왕릉을 아시나요?
문득 거울 앞에 서서 불룩 나온 배를 바라봅니다.
딸아이의 무게감이 고스란히 제 팔에 느껴지는 요즘, 어쩌면 제 근력이 나이에 따라 더 빨리 줄어들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푸념이 터져 나옵니다. 어쩌면, 그마저도 아니라면 피로에 지쳐 운동을 못한 저의 '불찰'이겠지요. '아내와 아가를 돌본다' 거룩한 이유를 등에 업고, 밤마다 온갖 잡것들을 뱃속에 데려와 조금씩 조금씩 비축해 버린 저의 나태함이 부른 결과일지도 모릅니다.
덕분에 배는 이미 왕릉이 되어버린 내장지방들의 거대한 영토로 변해버렸습니다. 발등을 내려다보기 위해 이제 허리를 구부려야 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인가 봅니다. '돌본 건지, 나만 득을 본 건지' 알 수 없는 이 상황이 그저 웃프기만 합니다.
지속가능 경영 보고서
이 모든 위기와 낙담 속에서도 한 가지 깨달은 것이 있다면, 비록 근육은 줄어들고 지방은 늘어날지언정, 딸아이의 해맑은 웃음과 아내의 편안한 미소를 지켜주기 위해서 아빠월드는 계속 운영되어야만 한다는 것인데요.
무너져가는 육신과 늘어나는 나이테 속에서도 진짜 '아빠'로서의 책임감을 한번 더 느끼게 됩니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이렇게 온몸으로 아이의 무게를 감당하고 마음으로 가족을 지탱하려는 나의 생각 자체가 한 번 더 움직일 수 있는 원동력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육아는 가끔 저에게 한없이 너그러웠던 나를 돌아보게 하고, 미처 알지 못했던 저의 한계와 능력을 동시에 보여줍니다. 그리고 결국, 지치고 초라해 보이는 제 모습 속에서도 '가족을 위한 마음'이라는 가장 큰 힘으로 이 모든 것을 이겨낼 수 있다는 깨달음을 선물하곤 하죠.
그래서 오늘도 비록 1분짜리 놀이기구일지라도 저는 계속 운영해나가려고 합니다.
"아빠월드, 정상 영업 중! 1분 컷 빠빠드롭 종일 가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