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고통을 체험하며, 비로소 '아빠'로 자라기도해

부모의 몸에 새긴 육아의 기록, 고생의 흔적에 대하여

by 웅스님

아가를 위한 자리


육아를 하다 보며 생긴 사소한 흔적들이 나에게는 깊은 '자기 발견'의 여정이 되리라곤 미처 생각지 못했다. 아이를 돌보고 키우는 일인데, 되돌아보면 내가 더 많이 성장하고 배워나가고 있다는 사실이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특히, 몸으로 체험하면서 알게 되는 '부모'라는 이름의 무게는, 내 몸 여기저기에 어느새 '아가를 위한 자리'를 많이도 남겨놓았다. 어깨 위, 양팔, 볼록 나온 배, 푹신한 아빠의 허벅지까지 아기가 이제 편안하게 의지하고 자리 잡을 수 있는 공간이, 아빠의 몸 여기저기에 'VIP석'처럼 준비되어 있다.

아가를 한 팔로 번쩍 들어 안고, 끊임없이 몸을 구부려 안고 업고 또 들어 올리면서 손목도 나가고 허리도 나가고... 육아는 말 그대로 온몸으로 하는 일이었다. 사랑의 훈장이라도 되는 양, 이곳저곳에 매일 뻐근함 와 고통을 남기지만, 이제는 낯설지가 않다.


어쩌면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한 일종의 '준비 과정'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곤 한다. 이 정도 뻐근함, 아빠인 나에게는 아무것도 아니지만, 아내는 어땠을까? 10개월간 딸아이를 품은 것도 모자라, 출산 후 매일 아가를 케어해야 했던 엄마에게도 과연 '준비 과정'이었을까. 감히 아빠는 상상할 수도 없다.


아내를 위한 자리


육퇴(육아퇴근)가 끝나고 나면, 그제야 긴장이 좀 풀린 듯 "아이고... 아이고.." 소리 없는 신음 소리가 새어 나오는 아내의 여기저기를 주물러 본다. 이렇게 아프고 힘들지만, 아가가 원한다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번쩍번쩍 아이를 안아 올리는 아내를 보면 가슴이 뭉클한 순간이 많다.


처음엔 그저 아내를 돌보고, 아이를 키우는 것에 집중했지만, 놀랍게도 아내와 아이의 존재를 가까이에서 지켜보고 배우면서, 오히려 내가 더 성장하는 느낌이 들어 마음이 저린다. 참는 법, 감싸는 법, 먼저 내어주는 법, 아내가 아이를 대하는 모습을 보면 '부모의 사랑이란 이런 것도 있구나'싶은 순간들을 더 경험하게 된다.


인생은 예상치 못한 곳에서 나에게 뜻밖의 가르침을 줄 때가 있다.

가장 단단해지는 순간, 부모의 몸에 새긴 육아의 기록은 고생의 흔적이기도 하지만, 가장 깊은 사랑과 깨달음의 증표이기도 하다.


딸아이가 더 자라더라도, 둘째가 태어나더라도.

아빠의 어부바 정도는 그래도 아내를 위해 항상 남겨 둬야겠다.


"아빠도 아빠가 처음이라 미안해 여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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