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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너빈 Dec 13. 2023

30년 지기 인간관계, 친구를 끊어버린 이유.

가까이 두고 오래 사귄 벗?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친구들 있으시죠? 저도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친구들이 있습니다. 나이가 마흔이 넘어가니 자연스럽게 정리되는 인간관계들이 있는데, 안타깝게도 오랜 친구들조차 정리되는 케이스가 발생한 요즘. 영화 '친구'를 보면 이렇게 정의를 하죠.

'가까이 두고 오래 사귄 벗'

친구가 된 기간이 길다고, 물리적으로 가까이 살아 자주 본다고 진정한 친구일까요?



오랜 친구? 오래된 인간관계? 그러면 그래도 돼?

다소 조소적인 문장에 기분이 언짢으실 수도 있으실 겁니다. 하지만, 최소한 저에게 있어서는 최근의 이벤트를 겪고 난 후로 인간관계며 친구라는 것에 대해 약간의 회의감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결론적으로, 인간관계를 줄이게 되었고 그것에 그리 큰 비중을 두지 않기 시작했습니다.


"그것이 25년이 지난 관계라 해도 말이죠."


저에게는 서로 '베스트'라 부르는 친구가 있었습니다. 현재는 그 친구가 저를 '차단' 한 상태이고요.

한낱 작은 말다툼으로 인해 '차단'까지 할 만큼 저 친구는 저와의 25년이라는 시간이 은 거였구나를 느꼈고요. 조금은 충격이었습니다.


발단은 단순했어요. 그저 작은 오해로 인해 제가 웃음을 섞으며 언성을 평상시 보다 조금 높였고, 그 친구는 굉장히 기분 나쁜 티를 내며 전화를 끊은 후 저를 차단했더라고요. 25년 지기인데 말이에요.


단순히 약속장소를 어디로 잡느냐에 대한 문제였습니다.

아주 솜털같이 가벼운 문제였어요.


어쨌든, 작은 오해로 인해 최초에 언성을 조금 높힌 제 실수가 있었기에 메세지도 미안하다 보내고, 전화도 해보았지만 차단을 했을 때 발생하는 연결음으로 인해 차단함을 알게 되었고 저도 접게 되었습니다.


초등학교 때부터 친하게 지내던 친구도 있었어요. 거의 30년 가까이 알고 지낸 사이임에도, 마찬가지로 어떤 특정 이벤트를 계기로 연락을 끊게 되었습니다. 저와의 약속을 가볍게 여긴다는 행동과 태도로 인해 마찬가지로 연락을 끊게 되었습니다.



친구, 인간관계, 가까울수록 더 예 있게, 더 존중하며.

결국 가까웠던 두 친구를 정리하게 된 원인은 결국 이거였습니다. 저와의 관계를 존중해주지 않는 것이었죠.

우리는 가까울수록 조금은 막 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대표적인 게 바로 '가족' 이죠.


숨 쉬듯 편한 가족이라는 울타리에 있다 보니, 의도하던 의도치 않던 나도 모르게 상처되는 말을 쉽게 하게 됩니다.


오래된 친구도 마찬가지일듯합니다. 제가 연락을 끊어버린 오래된 두 친구와는 대조되는 경험담을 말씀드려 볼게요.


25살에 알게 된 친구들입니다. 물론 사이가 다들 좋았습니다. 저도 그들에게 가깝지만 최소한의 예의를 갖추려 하였고, 존중했습니다.

한 가지 단점이라면, 약속시간에 다들 늦더라고요. 10분에서 20분 정도씩.


남자들끼리 약속이라 크게 개의치 않았어요. 늦을 수도 있지.

그러던 중 한 날, 약속시간 1시간 반 전에 어느 친구가 갑자기 못 나온다고 합니다. 무려 2주 전에 잡은 약속을 몸이 별로 안 좋다며 일방적으로 캔슬을 한 것이죠.


그 친구에게 처음으로 정색하며 말했습니다. (낮은 목소리로 조곤 하게.)


"아무리 친구지만, 우리의 약속을 가벼이 여기지 않았으면 좋겠다."


라고 말하였고, 처음 보는 제 모습에 그 친구도 무언갈 깨달았는지 정말 미안하다며, 앞으론 조심하겠다고 하더라고요. 이후 술자리에서 그 친구가 직접 당시 느낀 게 많았다며 다시 사과하더라고요.


이후론, 이 친구를 포함 모든 친구들이 약속시간을 잘 지키기 시작하였고, 지금은 서로의 시간을 존중하며 매우 즐거운 술자리를 갖고 있습니다.



오랜 친구보다는 깊게 존중해 주는 친구, 인간관계.

오랜 친구가 좋은 친구라는 착각을 해왔습니다. 마흔이 넘어서야 그런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네요.

오래된 친구라도 관계를 가볍게 여기거나, 이렇게 해도 되겠지라는 식의 행동과 태도를 가진 관계라면 길게 끌지 않는 것이 정신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걸 깨닫게 되었습니다.


가치관의 차이가 있을 수 있고, 서로 생각하는 관점의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당연하죠. 당연한 그것의 결이 비슷한 사람과 인연을 가져가야 더 진실되고, 더 진중한 관계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만나서 쓸데없는 얘기만 하며 술만 마시는 친구는 사실 우리 나이대에는 그리 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서로가 어떤 식으로든 플러스가 될 수 있는 얘기가 중요하다고 봅니다.


어떤면으로든 서로에게 좋은 영향을 주며, 서로 간에 생각의 확장을 할 수 있는 그런 관계.

물론, 가벼운 얘기를 하며 즐거운 얘기도 좋지요. 하지만 그것이 주가 되면 안 될 거 같습니다.


점점 좁아지는 인간관계에 대한 스트레스를 벗어던지고, 좁지만 깊은 인간관계를 추구해야 함이 옳다고 믿는 마흔 살이 넘은 백수가 주제넘게 적어보았습니다.


"만난 기간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만나는 깊이가 중요한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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