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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은 Jan 09. 2020

디자인, 온전한 '나'를 담는 여정

주얼리 디자이너 김나영 씨 인터뷰

끊임없이 제 자신을 돌아보고 세상과 마주치는 만큼 저 스스로와 마주치고 알아가고 싶어요. 그러다 보면 제 디자인이 더욱더 온전한 '나'를 담아내게 되리라 믿어요. 그런 의미에서 디자인은 제게 온전한 '나'를 담아내는 여정인 것 같아요.




'귀걸이를 하면 1.5배 예뻐 보인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주얼리는 우리에게 아름다움을 더해 준다. 그 아름다움을 디자인하는 주얼리 디자이너의 삶은 어떠할까. 현재 엘에이에서 활동하고 있는 주얼리 디자이너인 그녀는 아름다움을 디자인하는 사람이라서 그런지, 아름답고 환한 미소로 상대방을 편안하게 해주는 참 친절하고 따뜻한 사람이었다. 그런 그녀가 디자인 한 주얼리들은 어느 것 하나 평범하거나 뻔하지 않았다. 특별한 아름다움을 담고 있는 그녀의 주얼리들을 보다 보니 그녀가 더욱 궁금해졌다.    



'주얼리 디자이너', 참 멋지지만 흔치 않은 일인데요. 어떻게 처음 이 일을 시작하게 되셨나요?

주얼리 디자이너 김나영 씨와 그녀가 디자인한 귀걸이 ©김나영

어렸을 때부터 이것저것 만들고 그리는 걸 좋아했었는데 주변에서 그림 그리는 건 안정적인 직업이 아니라는 이야기를 너무 많이 들어서 취미로만 해야겠다고 생각하며 자라왔어요. 그러면서 고등학교 때에는 의사가 되고 싶다는 생각에 공부를 열심히 했었는데 생각대로 점수가 나오지 않아서 진로를 고민하던 중에 우리나라에서 4년 제로는 최초로 보석귀금속학과라는 과가 신설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어요. 


대학교 학과 홍보 강연을 통해서 이 사실을 알게 되고 나서 그때까지 현실적인 고민으로 마음속 깊은 곳에 가둬 놓은 제 적성이 모습을 드러냈던 것 같아요. 큰 흥미를 느끼고 다른 것들은 상관하지 않고 학과에서 배우는 내용만 보고 지원했어요. 제가 그 학과 1기라 어찌 보면 모험이었는데 반대하지 않고 지지해주신 부모님께 지금까지도 감사함을 느껴요. 


1-2학년 때에는 보석 자체에 대한 것을 많이 배웠는데 그러면서 '보석감정사'라는 직업에 대해 흥미를 가지게 되었고, 한국 보석 감정사 자격증을 따기도 했어요. 그러면서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보석감정 자격을 딸 수 있는 미국의 GIA(Gemological Institute Of America)에서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도 했었어요. 


집에 마련된 조그만 작업 공간 ©김나영

그러다가 3-4학년에 본격적으로 세공과 디자인을 배우게 되었는데, 이때 제가 어렸을 때부터 좋아하던 만들고 그리는 것에 대한 흥미가 다시 고개를 들면서 '아, 이게 내가 원하던 거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아요. 졸업전시 작업까지 마치며 그 흥미에 대한 확신을 갖게 되면서 대학원에 가서 디자인을 더 깊이 있게 공부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공부를 바로 일로 연결시키고 싶다는 생각에 당시 BK21(나라에서 대학원과 산업체들을 연결시켜 주어 대학원을 다니며 산업체에서 일을 할 수 있게 해주는 산학협력 프로그램)이 있는 대학원으로 들어갔고 운이 좋게 첫 학기부터 바로 주얼리 디자인 업체와 프로젝트를 진행할 기회가 주어져 조금 힘이 들긴 했지만 대학원을 다니는 내내 공부와 실무작업을 함께 할 수 있었어요. 


그녀가 디자인한 반지, 그녀만의 색깔이 담겨있다. ©김나영

제가 디자인 한 주얼리들 중 채택된 것들이 주얼리 브랜드 업체에서 제작되고 판매되는 경험을 이때 처음 해보게 되었어요. 지금도 생생히 기억나는 에피소드가 하나 있는데, 지하철을 타고 가는데 어느 여자분이 제가 디자인 한 반지를 끼고 있는 것을 봤어요. 너무 신기하고 기분이 좋아 괜히 옆에 가서 '이 반지 어디서 사셨어요?' 라며 말을 걸었던 기억이 나요. 그때는 아직 제 디자인에 대한 확신도 없고 자신감도 많지 않을 때라 이 행복한 경험이 계속해서 이 길을 걸어 나가는 데에 큰 힘이 되어준 것 같아요.      


그다음 프로젝트로 백화점에 들어온 미국 뉴욕의 주얼리 편집샵 브랜드에 작가로 참여하는 기회를 얻게 되었어요. 이때 처음으로 좀 더 여러 가지 재료로 자유롭게 표현하는 경험을 해 보면서 제 취향도 알게 된 것 같아요. 그냥 보통의 브랜드에서 파는 비슷한 모습을 가진 패션(fashion) 주얼리보다는 좀 더 작가의 개성과 특별함이 보일 수 있는 파인(fine)이나 아트(art) 주얼리의 특성을 가지고 있는 브릿지(bridge) 주얼리에 관심이 가더라고요. 


대학원을 졸업하고 나서 인턴을 거친 후 지인의 제안으로 들어가게 된 청담동의 어느 파인(fine) 주얼리샵은 결혼 예물뿐 아니라 연예인과의 콜라보 주얼리나 드라마 혹은 영화에 협찬으로 들어가는 주얼리 작업을 많이 하는 곳이었어요. 여러 드라마들에 나온 주얼리를 작업해 볼 수 있었는데 그중 '사랑비'라는 드라마는 직접 대본을 읽으며 드라마의 스토리에 어울리는 주얼리를 작업하며 드라마의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 한 프로젝트라 기억에 남아요. 또 '그 겨울, 바람이 분다'에서 조인성이 앞을 보지 못하는 송혜교를 위해서 항상 차던 소리 나는 종 팔찌를 제가 디자인하게 되기도 했어요. 그런데 막상 그 드라마를 제대로 보진 못했어요. 그땐 정말 너무나 바빠서 드라마를 보는 건 꿈도 꿀 수 없는 일이었죠.



그 팔찌는 엄청 유명해지지 않았었나요? 주얼리샵 홍보도 많이 됐을 것 같고요. 그렇게 유명해진 주얼리를 디자인하면 이름이 알려진다거나 그에 따르는 큰 보상을 받는다거나 하진 않나요?

'그 겨울, 바람이 분다'에서 조인성이 차던 팔찌로 시청자들의 관심을 샀다. 나영 씨의 디자인이다. ©김나영

지금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당시 주얼리 쪽 업계는 그런 작가 보호가 제대로 되어있지 않았어요. 회사가 알려지고 이득을 얻는 것과는 별개로 월급을 받으며 일을 했으니까요. 회사 이름으로 나가는 제품이다 보니 물론 제 이름이 알려질 수도 없었고요.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부당하다고 느껴지기도 하는데 그때는 그런 일이 주어지는 것 자체가 그 회사가 아니면 불가능하니 받아들였던 것 같아요. 일이 재미있기도 했고 그땐 그냥 열심히만 했던 것 같아요. 


매일 아침 일찍 출근 해 저녁 늦게 퇴근하는 게 일상이었으니까요. 사실 그 회사를 나오게 된 게 그런 이유였어요. 요즘 흔히 말하는 워라벨을 좀 찾아보고 싶었거든요. 그런 유명하고 화려한 주얼리를 디자인하고 있었지만 제 일상은 망가지고 있었어요. 정신적으로도 피폐해지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구요.



지금은 엘에이에서 활동하고 계신데, 엘에이와는 어떻게 인연이 닿으신 건가요?

워라벨을 찾기 위해 다니던 샵을 그만둔 후에 백화점에 들어가는 '루첸리'라는 브랜드에서 디자인을 하게 되었어요. 다이아몬드 같은 실제 보석을 쓰는 파인(fine) 주얼리라 제가 원하는 분야이기도 했었고 같이 일하는 사람들도 잘 맞아 즐겁고 좋은 경험이 되었지만 일을 하다 보니 한계를 느끼게 되더라고요. 아무래도 백화점에 들어가는 제품들을 디자인하다 보니 잘 팔릴 수 있는 디자인을 해야 했어요. 우리나라 고객들이 좋아하려면 심플하고 비싸지 않아야 해서 디자이너로서 제가 도전해 볼 수 있는 디자인에 한계가 느껴지기 시작했어요. 더 과감하고 화려한 디자인도 해보고 싶은데 가격과 팔릴 수 있는 심플한 디자인에 맞추다 보면 결국 비슷한 느낌의 디자인이 나올 수밖에 없었어요. 


그러던 중 어느 날 알고 지내던 회사 공장 기사님이 더 재미있는 디자인을 해보고 싶은 생각이 없냐는 질문을 하셨어요. 친구 분이 하는 회사에서 디자이너를 뽑는다고 하셨는데 처음에는 당시 일이 재미있기도 했고 브랜드에서 일하고 싶은 생각에 관심이 없다고 했었어요. 그러다가 그분이 그 회사에서 디자인한 주얼리 사진을 보여주셨는데 그때 신선한 충격을 받았어요. 그 회사는 타깃을 외국으로 삼는 주얼리 수출 회사여서 한국에서는 할 수 없는 과감하고 화려한 디자인들이 있었거든요. 


그녀가 출장 차 참석했던 2016 이탈리아 Vicenza 주얼리 트레이드 쇼 ©김나영

한국에서 할 수 있는 디자인의 한계를 느끼고 있던 터라 그 디자인들을 보니 너무 재밌어 보였어요. 더 다양한 디자인을 해볼 수 있을 거란 생각에 회사를 옮기게 되었어요. 아무래도 타깃이 주로 미국과 유럽이고, 디자인을 컨펌하는 사장님이 엘에이에 계셔서 회사를 옮긴 후로는 1년에 한 번씩 엘에이에 출장을 가게 되었어요. 그 외에도 홍콩이나 라스베이거스, 이탈리아에서 열리는 트레이드 쇼에도 매년 참석하게 되었어요. 


그러면서 엘에이에 계신 사장님이 출장도 너무 잦고 하니 혹시 아예 엘에이로 올 생각은 없냐고 물어보셨어요. 영주권을 받을 수 있게 도와주신다면서요. 그때부터 고민을 하게 되었어요. 사실 어렸을 때부터 미국에 사는 사촌언니를 보며 미국에 살고 싶다는 생각을 막연히 했었는데 막상 엘에이에 출장을 다니면서 오히려 미국에 대한 환상이 많이 사라진 후였어요. 출장을 다니는 것과 정착해서 사는 것은 많이 다를 것 같아 두렵기도 했고요. 


하지만 좀 더 다양하고 재미있는 디자인, 나를 표현할 수 있는 디자인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미국에서 더 많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마침 그 결정을 할 때쯤 지금의 남편을 만나게 되었고요. 남편은 한국사람이지만 이미 미국에서 일을 하고 있는 사람이었어요. 소개팅으로 만나 마음이 정말 잘 맞아 장거리 연애로 관계를 유지하면서 미국에서 살기로 결정하는 데에 큰 역할을 해주었어요. 



발자취를 따라가다 보니 매번 가장 큰 동력은 좀 더 자유롭고 한계가 없는 디자인에 대한 열망이었던 것 같아요. 여전히 그 열망이 가장 큰 동력인가요? 앞으로 꼭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으신가요?

맞아요. 그게 가장 중요했던 것 같아요. 책정된 가격이나 특정 스타일에 얽매이지 않고 제가 원하는 보석과 디자인으로 자유롭게 디자인할 수 있는 것. 이게 제가 일을 하면서 항상 원했던 것이었어요. 그걸 열망하다 보니 이렇게 엘에이까지 오게 된 것 같기도 하고요. 그냥 뻔한 디자인이 아니라 저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저를 담을 수 있는 그런 디자인을 하고 싶다는 열망이 저를 움직였던 것 같아요. 지금도 그게 가장 큰 동력인 것 같아요. 


       그녀가 디자인한 주얼리들과 그녀의 브랜드 Sambac   ©김나영  

그렇기 때문에 제가 언젠가 꼭 이루고 싶은 목표는 물론 제 브랜드를 통해 제가 디자인한 주얼리를 파는 거예요. 한국에서였다면 오히려 그 목표를 이루는 데 시간이 조금 덜 들었을 수도 있겠지만 미국으로 이주한 지 아직 얼마 되지 않아 아직 이 곳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것 같아요. 이 곳에서 그 목표를 이루려면 우선 미국 디자인 회사에서 일을 하며 사람들도 많이 사귀고 이 곳의 시장도 파악하고 이것저것 공부해야 할 것이 많아요. 물론 영어도 익혀야 하고요. 그래서 우선 지금 당장의 목표는 미국 주얼리 디자인 회사에 들어가서 5년 이상 일을 하며 많은 것을 배우는 거예요. 지금은 그러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어요. 



앞으로 차근차근 눈 앞의 과제들을 해결해 나가다 보면 언젠가 제 브랜드를 통해 저를 담은 주얼리를 세상에 내보낼 수 있는 탄탄한 기초가 쌓아져 나갈 거라 믿어요. 지금까지도 그렇게 기초를 쌓아 왔고요. 기초가 충분히 쌓이면 자연스레 목표가 이루어지는 날이 오지 않을까요.(웃음)



럼 이쯤에서 시그니쳐 질문들을 해볼게요. 나영 씨가 생각하는 '건강한 삶'이란 어떤 삶인가요?

한동안 제 자신을 남과 비교하면서 힘든 시간을 보냈던 적이 있어요. 중고등학교를 다닐 때에는 내가 진정 원하는 게 뭔지 저 자신과 깊게 대화 나누지 못한 채로 주변의 목소리나 평가에 기대 목표를 정해버렸거든요. 주변의 친구들이 의사가 되고 싶어 했고 저도 별생각 없이 그 목표를 함께 좇았던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 제 친한 친구들은 모두 의대에 갔고 저는 원하는 과로 진학을 했는데도 의대를 간 친구들과 저를 비교하게 되더라고요. 


디자인에 온전한 나를 담아내는 과정 속에서 부정적인 생각을 밀어내고 건강한 삶으로 바꿀 수 있었다는 그녀 ©김나영

그 후 직장생활을 시작하면서, 디자이너라는 직업이 학생 때 생각했던 것만큼 화려하지 않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업계 특성상 근무 환경과 복지가 상대적으로 열악한 편이었어서 안정적인 대기업에 다니는 친구들과 자연스럽게 스스로의 모습을 비교하게 되었어요. 분명 원하는 과를 가고 원하는 일을 하면서도 그런 의미 없는 비교들로 저 자신을 힘들게 했던 때가 있었어요. 


그러다가 문득 저 스스로를 돌아보게 되었어요. 남과 나를 비교하며 부정적인 생각들로 저 자신을 갉아먹고 있다는 걸 알게 된 거죠. 그 후로는 그런 비교하는 마음이 생길 때마다 오히려 저 자신과 만나는 시간을 가지도록 노력했어요. 저 자신을 돌아보고 제가 진정 원하는 게 뭔지 물으며 저 자신과의 대화를 했어요. 그리고 제가 하는 일을 통해 진정한 나를 발견하고 표현하려고 노력하게 되었구요. 다행히 제가 하는 일이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고 표현하는 일이라서 이 일을 통해 온전한 나를 담아내는 과정 속에서 부정적인 생각을 밀어내고 건강한 삶으로 바꿀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제가 생각하는 '건강한 삶'이란 나 스스로를 돌아보며 온전한 '나'를 만나고 받아들이는 삶이라고 생각해요. 그 과정을 통해서 긍정적인 생각들만 남기고 스스로를 소중하게 여기며 더 나아가 나만의 방식으로 '나'를 표현해낼 수 있다면 더욱 건강한 삶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녀가 생각하는 건강한 삶은 스스로를 돌아보고 받아들여 나만의 방식으로 표현해 낼 수 있는 삶. 그녀의 주얼리는 그녀의 그러한 삶의 모습을 담고 있다. ©김나영  

지금은 제 자신을 남과 비교하지 않아요. 오히려 이렇게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게 된 것에 감사함을 느껴요. 그리고 그 일이 나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일이라서 더 감사하고요. 앞으로는 더욱더 어느 것에도 메이지 않고 온전한 '나'를 담아낼 수 있는 디자인을 하고 싶어요. 더 창의적인 사람이 되고 싶고요. 그러기 위해서 끊임없이 제 자신을 돌아보고 세상과 마주치는 만큼 저 스스로와 마주치고 알아가고 싶어요. 그러다 보면 제 디자인이 더욱더 온전한 '나'를 담아내게 되리라 믿어요. 그런 의미에서 디자인은 제게 온전한 '나'를 담아내는 여정인 것 같아요.



생활에서 나의 몸/마음 건강을 위해 지키는 나만의 룰/루틴이 있다면 뭔가요?

직장생활을 하면서 빡빡한 업무 스케줄과 잦은 야근뿐 아니라 사람을 좋아하는 성격 덕에 시간만 나면 약속을 잡아 저 혼자만의 시간이 많이 부족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그런 무의미한 타인과의 비교도 하게 되었던 것 같고요. 제가 남과 비교하는 나쁜 버릇을 버릴 수 있었던 건 규칙적으로 저만의 시간을 갖으려고 노력하기 시작하면서부터였어요. 아무리 바빠도 퇴근 후에는 저 혼자만의 시간을 갖으며 건강도 챙기기 위해 운동을 하기 시작했어요. 

주말마다 그녀에게 큰 힘이 된 승마 ©김나영

주로 주중에는 퇴근 후 헬스장에서 운동을 했고 주말에는 마음 맞는 사람들과 승마를 했어요. 승마는 전부터 항상 꼭 해보고 싶던 거라 저 스스로에게 주는 새로운 챌린지이자 선물이었어요. 역시나 정말 재미있었고 한편으로는 승마를 하기 위해서 필요한 기초 체력과 단련해야 할 부분들을 위해 주중에 헬스까지 다니게 되면서 저만의 시간을 갖는 데에 더 큰 도움이 되었어요. 특히나 승마는 이런저런 생각을 멈추고 스스로에게 집중할 수 있는 저만의 시간이면서 동시에 말과의 교감을 갖는 시간이기도 해서 몸과 마음이 모두 건강해질 수 있도록 도와준 소중한 시간이었어요. 


미국에 온 후로는 아직 승마를 다시 시작하지 못하고 있지만 미국에서의 생활이 안정을 찾게 되면 꼭 다시 하려고 하고 있어요. 승마를 하던 그 시간이 정말 많이 그립거든요.

타인들에 둘러싸여 지낸 주중의 시간을 위로해주던 주말의 승마, 그녀에게 꼭 필요했던 스스로와 만나는 시간이었다.©김나영


 

엘에이에서 캠핑을 가끔 다니시는 걸로 아는데 나영 씨의 첫 캠핑은 어땠나요?

제게 첫 캠핑은 두 가지로 나뉠 수 있는 것 같아요. 어렸을 때 아람단을 했었는데 걸스카웃, 보이스카웃, 아람단 모두 모여 운동장에 텐트를 치고 야영을 했던 적이 있었어요. 모닥불도 피우고 별도 보구요. 어린 마음에 그때의 그 행복했던 기억이 아직까지도 동화처럼 남아있어요. 친구들과 밤새 수다 떨었던 기억도 있고요. 


그 후에 한국에서는 캠핑을 해 볼 기회가 없었는데 미국에 온 후에 알게 된 분들이 워낙 캠핑과 하이킹을 많이 하시는 분들 이어서 그분들 덕에 요세미티에서 첫 캠핑을 할 수 있었어요. 그때 밤하늘의 별을 올려다보며 어린 시절에 했던 캠핑이 동화처럼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어요. 그땐 아직 결혼 전이어서 남자 친구였던 지금의 남편이 옆에 있어 로맨틱함까지 더해져 어른이 되어 처음 간 캠핑은 또 다른 동화 같은 경험이었어요. 


그녀에게 자연이 주는 힐링을 알게 해 준 캠핑 장소 요세미티 ©김나영


전 매번 출장으로만 미국에 왔었기 때문에 항상 도시에서 정신없는 시간을 보내곤 했는데 캠핑을 가서 핸드폰도 터지지 않는 자연 속에 있으면서 조용하고 자유로운 나만의 혹은 우리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것이 그렇게 큰 행복이고 힐링인 지를 그때 처음 알게 됐어요. 그래서 미국에 온 후로는 그 소중한 시간을 위해 주기적으로 꼭 캠핑을 가려고 하고 있어요.




긴 인터뷰 시간 동안 그녀가 치열하게 걸어온 길이 눈 앞에 그려졌다. 겉으로만 보면 단순히 스스로 정한 길 위에서 하고 싶은 일을 해온 삶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사실 그녀는 오랜 시간 많은 이들에게 둘러싸인 휴식이 없는 삶 속에서 스스로를 돌보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해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 과정 속에서 그녀의 모습들은 소중한 스냅샷처럼 그녀의 주얼리들에 담겨 아름다운 빛을 발하고 있다. 그녀와의 인터뷰 후에 그녀가 디자인한 주얼리들을 다시 보니 그 아름다움 속에 담긴 그녀의 여정이 흘러 지나간다.    



그녀의 주얼리들을 볼 수 있는 곳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sophia_by_sambac/

웹사이트: https://sophiakim1213.wixsite.com/jewelrydesigner

*위의 인스타그램과 웹사이트 주소는 추후 변동 시 공지가 있을 예정이니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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