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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라무 Dec 14. 2016

[라라랜드] LA LA LA AND or END

너 없는 나의 꿈이란

*이 글은 스포일러가 많이 담겨 있으니 유의하시길 바랍니다.


<라라 랜드>는 전통의 뮤지컬 장르의 낭만을 담은 아름다운 작품입니다. 눈앞에 보이는 화려한 영상들과 이끌리는 음악만으로도 마법과도 같은 영화라는 느낌을 받을 겁니다. 그렇다고 해서 환상적이기만 한 영화냐 하면 그건 또 아닙니다.


고전 뮤지컬 영화에 대한 향취

영화는 오프닝부터 관객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습니다. 'Another day of sun'이란 음악이 시작되며 4분간 이어지는 롱테이크는, 21세기 최고의 오프닝 롱테이크라 불려도 과언이 아닐 듯싶습니다. 꽉 막힌 고가도로는 어느새 브로드웨이의 뮤지컬이 됩니다.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의 플래시몹에 대한 오마주이기도 하지요. 서서히 고조되는 음악에 카메라의 시선을 따라가다, 어느새 음악이 끝나고 영화의 타이틀인 'LALA LAND'가 나타나는 순간 우리는 영화 속에 초대된 느낌을 받습니다. 오프닝 시퀀스의 음악 속 가사와 대칭되어 있는 구도는, 이 영화가 어떻게 흘러갈 지에 대한 방향을 알려주는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세바스찬과 미아가 그리피스 공원의 야경을 바라보며 춤을 추는 장면은 과거의 뮤지컬 영화에 대한 오마주가 담겨있습니다. 세바스찬이 가로등을 잡고 도는 모습에서는 <사랑은 비를 타고>의 명장면이 생각나고, 함께 탭댄스를 추는 장면에서는 <셸 위 댄스>가 떠오릅니다. 또한 의상과 헤어 역시, 현시대의 이야기지만 과거를 연상케 하구요. 그리피스 천문대에서 은하수에 올라가 추는 장면에 이르기 까지는, 과거 무성영화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습니다.

데미언 차젤은 사라져 가는 과거의 향취를 사람들에게 전달해주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사람들에게 어렵다고 인식되어 점차 대중음악에서 비주류 음악으로 멀어지게 되었지요. 필름을 사용하는 리알토 극장의 폐업하는 모습을 본 미아의 눈길이 아마 그의 시선과도 같았으리라 생각됩니다. 영화의 주제를 떠나 그는 자신이 추억하고 사랑하는 이것들을 우리에게 선사해주고 싶었던 마음이 컸던 것 같습니다. 많은 장면에서 그의 사랑을 느낄 수 있었고요.

마지막 오디션 장면에서 미아는 'Audition'이라는 노래를 부릅니다. 센 강에 뛰어든 자신의 이모에 대한 이야기죠. 여기서 이모는 다미엔 차젤, 본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영화를 만드는 자신을 센 강에 뛰어든 이모에 비유한 거죠. 반역자와 이단아로 불리는 많은 꿈 꾸는 화가, 시인, 배우들을 위로해주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아무도 우리와 같은 꿈 꾸는 바보들에게 용기를 심어주지 못했죠. 데미안 차젤은 이 영화를 통해 모든 꿈 꾸는 사람들을 응원하고, 어리석다 생각하지 말고 미쳐라는 이야기를 하는 것 같습니다. 낭만적이란 말을 나쁜 말처럼 쓰고, 꿈이 바뀐다는 걸 현실적이라고 생각하는 이 세상에서.


운명을 만들어가는 남 

운명을 받아들이는 여자

둘의 만남은 운명적입니다. 하지만 우연적인 만남을 필연적인 만남으로 만든 것은 세바스찬입니다. 운명이라는 건 누가 만들어주는 것도 아니고, 하늘이 내려주는 것도 아니라고 생각해요. 운명은 자신이 만드는 것입니다. 미아가 커피숍에서 일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얼마나 많은 커피숍을 찾아다녔을지, 집 앞에 도서관이 있다는 이야기만으로 몇 군데의 도서관 앞에서 경적을 울렸을지 짐작이 가질 않습니다. 허나 미아의 프리우스를 찾아다니면서 둘이 함께 췄던 춤들을 생각하면, 그녀를 찾아다니는 시간들이 아깝거나 힘들게 느껴지진 않았을 겁니다.

서로 간의 사랑의 시작에 방점을 찍은 건 미아입니다. 그렉과 그의 형 내외와의 식사자리에서, 자신이 사랑하는 것에 대한 어쩌면 모멸적일 수도 있던 발언을 듣고 있습니다. 그러던 와중에 들려오던 세바스찬이 연주했던 음악이 스피커에서 흘러나오자, 어린아이처럼 행복한 표정으로 그 자리에서 뛰쳐나옵니다. 그녀가 찾아간 곳이 세바스찬의 곁이라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허나 그녀가 찾아간 곳은 리알토 극장, 즉 영화가 있는 곳이라 생각할 수도 있죠.

세바스찬은 미아에게 수 없이 경적을 울려줍니다. 그녀에게 1인극을 해보라고 제안해주고, 오디션을 보라고 전달해주는 메신저의 역할을 하죠. 허나 꿈과 사랑은 함께 할 수 없다는 데미언 차젤의 관점이 안타깝기만 합니다. 영화 속에서 가장 중요한 장면이라 생각하는 장면은, 세바스찬이 투어 중에 집으로 몰래 찾아와 미아와 이야기하는 장면입니다. 서로의 이해관계의 차이를 여실히 보여주는 장면이기도 하고요. 누군가는 함께 투어를 가자는 세바스찬을 이기적이라 생각할지도 모릅니다. 이전 장면에서 혼자 고군분투하며 외로워하는 미아의 모습을 비춰줬기 때문이죠. 조금만 다르게 생각해본다면 안정적인 수입이 있는 하기 싫은 음악을 하고 있는 자신을 위해, 리허설은 투어 장소에서 진행하며 함께 있을 수 없냐는 어리광일지도 모르죠.

위의 장면에서 꿈이 바뀌었다는 말이 나옵니다. 뮤지션으로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것이 얼마나 이루어지기 힘든 꿈이냐면서요. 하지만 이 말은 사실이 아닐 겁니다. 자존감이 강한 세바스찬의 성격상 솔직하지 못했겠죠. 그저 세바스찬에게는 미아와 함께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꿈으로 바뀌었을지 모릅니다. 미아가 꿈이 된 거죠. 결국 서로의 사랑을 위해 둘 중 누군가는 꿈을 포기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기에 마지막에 그런 선택을 했을 거라 짐작 갑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영화의 에필로그는 너무나도 가슴 아픕니다. 미아가 떠나고 자신의 원래 꿈인 재즈카페의 사장이 되었지만, 다시 만난 그녀를 보고 서로에게 핀 조명이 비치는 순간 만감이 교차하게 되죠. 그녀를 처음 만났을 때 까칠하게 굴지 않았더라면, 키이스를 만나고도 그냥 지나쳤더라면, 그녀의 1인극에서 누구보다도 그녈 위해 축하해줬더라면, 그녀와 함께 파리로 떠났다면, 그녀와 결혼하여 크리스마스에 재즈카페에 들어선 사람이 나였더라면. 수많은 운명적 선택 속에서 자신이 선택한 것들에 대한 후회와 안타까움이 담겨 있는 장면입니다. 그래도 마지막에 서로를 바라보며 미세한 끄덕임에서, 관계는 상실되었지만 꿈을 이룬 서로에 대한 만감이 교차하는 장면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미 끝나 버린 노래를 다시 들을 수는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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