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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리 Oct 17. 2017

작지만 꾸준히, 스몰 스텝

유시민 <어떻게 살 것인가>를 읽고

요즘 출근길에 '김생민의 영수증' 팟캐스트를 즐겨 듣는다. 김생민의 입담도 재미있지만, 그의 간결한 인생 철학이 흥미롭다. '돈은 쓰지 않는 것이다', '노동 이즈 베리 임폴턴트'등 피식 웃음이 나오면서도 막상 지키려면 녹록하지 않다. 이렇게 간단한 것도 지키기 힘든데, 모태 의지박약인 나의 인생관은 더욱 간결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20대 후반으로 넘어가자 친구들을 만나면 부쩍 '이렇게 살아가는 게 맞는가', '우리가 30대가 되는 게 믿을 수 없다' 등 푸념 섞인 이야기가 오간다. 18살 때만 해도 28살인 대학생 과외선생님이 그렇게 어른 같아 보일 수 없었는데, 막상 내가 그 나이가 되니 28살의 선생님 역시 지금의 우리처럼 애였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때는 정말 연장자, 어른, 나이 많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말이다. 아마 마흔을 앞둔 미래의 나, 그리고 우리는 지금의 고민을 생각하면 피식하고 웃겠지. 자, 이제 고민은 접어두고 심플하게 생각하자!


가장 먼저 삶의 우선순위를 '지금 당장의 행복'으로 정했다. 취업 하면 멋진 직장인 라이프가 펼쳐지고, 일로 인정받으면 곧 행복해질 것으로 생각했다. 그렇게 2년 넘게 달려왔지만 남은 건 위장병. 한창 일할 때 일주일의 시간이 회사 8, 일상이 2 일정도로 불균형을 이루고 있었고, 점점 행복하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행복해지기 위해 일에 투입되는 시간의 비율을 7로 줄이고, 3은 오롯이 나를 위해, 내가 좋아하는 것을 시작하기로 했다. 그 시작 중 하나가 트레바리에 가입하는 것이기도 했다.


우선순위의 설정은 삶의 세세한 부분도 조금씩 조정해야 하는 것을 의미한다. 회사에 투입되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서는 업무시간에 최대한 몰입해야 한다. 그래서 나만의 룰을 만들었다. 점심시간, 퇴근시간 외에는 핸드폰을 보지 않는 것부터 시작했다. 이전 회사에서는 모든 업무 처리를 카톡을 했기 때문에 카톡을 보는 것 또한 업무의 연장이었다. 그 회사를 떠나왔지만, 아직도 내 몸에는 그 습관이 남아있어서 왠지 카톡을 보지 않으면 불안한 마음이 있었다. 흔히 말하는 카톡 중독. 카톡 속박에서 벗어나기 위해 이런 작은 룰을 만들고 지키면 칭찬해줬다. 예를들면 해야할 일을 다 하면 하루 정도는 눈치 보지 않고 퇴근했다. 퇴근 후에는 책도 읽고, 자전거도 타면서 충만한 행복을 느꼈다.


자전거를 처음 타는 아이를 보면, 이리저리 휘청거리다가 비로소 조금씩 앞으로 나간다. 지금까지의 나는 처음 자전거를 배우는 아이처럼 휘청댔다. 앞으로도 많이 휘청댈 예정이기도 하다. 빨리 앞으로 나가려고 애쓰기보다는 조금씩 앞으로 나가도 풍경을 볼 수 있는 여유를 갖고 싶다. 풍경을 보기 위해서는 어느정도 자전거를 잘 타야 하니까 노력도 많이 필요할 것이다. 조금씩 조금씩, 하지만 꾸준히 스몰 스텝으로 앞으로 나가려고 한다. 거창한 건 어차피 지킬 수 없다는 걸 잘 알기에.


2017.9 트레바리 씀씀 독후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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