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보다도 전통주를 섹시하게 마시고 싶은 세 여자의 술 투어, 첫 번째
서당 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했다. 작년에 양조장 취재 몇 번 다녀온 것을 시작으로 전통주에 입문했는데, 풍월까지는 아니더라도 '콧방귀 좀 뀌어보자'는 생각에 한동안은 매일같이 막걸리만 부어라 마셔라 달렸다. 내가 막걸리인지 막걸리가 나인지 헷갈리고, 이만하면 '나 술 좀 알아'라고 폼 좀 재고 싶던 찰나 만난 두 여자. 이때까진 깨닫지 못했었다. 세상은 넓고, 술 덕후는 많다는 것을.
결국 내공 꽤나 있는 이 두 여자에게 콧방귀는커녕 애송이 술 기자임을 순순히 인정하고, SOS를 날렸다. 나 장희주(이하 장 기자)의 우리 술 공부를 핑계로 시작한 술 투어 [우리_술 한 잔 할까?]. 그 첫 시작은 애주가 언니들이 추천하는 우리 술 2종이다.
썰을 풀기 전에 이 술 덕후들부터 소개해야겠다. 둘 중 언니인 박정미(이하 박 언니)는 자타공인 애주가. 술 좋아하는 고주망태 집안에서 태어나 '난 절대 술은 안 마실 거야'라며 주문처럼 다짐했다지만, 막상 성인이 되어서 가장 먼저 사랑하게 된 것이 술이었단다. 지금은 마시는 걸 떠나 술의 기본부터 정복하고자 느지막하게 열공모드에 돌입, 얼마 전에는 직접 일본으로 날아가 사케 소믈리에 자격증도 따냈다.
동생인 신혜영(이하 신쏘)은 듣기에도 생소한 전통주 소믈리에이다. 맨날 전통주만 마실 것 같지만, 주량에 대해 물어보니 '맥주 다섯 잔'이라고 얘기하는 우리의 드링킹 요정. 단순히 술이 좋아 시작한 게 눈 떠보니 업으로 삼고 있다. 신쏘는 허구한 날 '나는 초보 소믈리에야'를 입에 달고 사는데, 막상 술에 대해 물어보면 갑자기 '선생님 모드'로 변해 설명하는 브레인이다.
소개는 이쯤 해두고, 일단 즐겨보자. 우리… 술 한 잔 할까?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가정에서 술을 빚어 마시는 가양주 풍습이 있었다. 지방에 따라 가문에 따라 각기 다른 특징의 전통주를 빚어왔는데, 현재까지 알려진 전통주 종류만도 무려 2,000여 종에 달한다. 매일매일 다른 술을 마신다고 해도 자그마치 2,000일인 셈, 맥주나 희석식 소주에 지칠 대로 지친 나의 미각에게 우리 술은 매력덩어리 그 자체랄까? 언젠가는 2,000종을 다 마시는 그날까지. Cheer up, Baby
2,000여 종의 우리 술 가운데 첫 타자는 박 언니의 추천, 신평양조장의 생 하얀 연꽃 백련 막걸리이다. 장수막걸리만 마시다가 5, 6년 전 처음이 막걸리를 처음 만났다는 박 언니, 그 장소가 무려 이태원 '클럽'이란다. 역시 노는 물이 다르다. 게다가 유리병으로 나온 막걸리를 맥주처럼 병째 들고 들이켰다고. 클럽에서도 전혀 이상하지 않고, 생각보다 잘 어울려서 놀랐었던 경험으로 이번에 추천을 하게 됐다고 한다.
생 하얀 연꽃 백련 막걸리는 말린 연잎을 사용하기 때문에 왠지 꽃향기가 날 것 같지만, 실상은 요구르트같이 달콤하면서도 톡 쏘는 맛이다. 알코올 도수는 6%, 청량감과 깨끗한 맛 덕에 아주 꿀꺽꿀꺽 잘도 넘어간다. 박 언니의 말대로 사운드 빵빵한 클럽에서 맥주 대신 얼음 동동 띄워 들이키면 그야말로 히트다 히트. 아! 하나 아쉬운 점은 박 언니가 반했던 유리병은 'Misty(미스티)'라는 프리미엄 라인이라는 점. 우리가 리뷰를 진행한 일반적인 생 하얀 연꽃 백련 막걸리는 플라스틱 병으로 나오고 있다.
신쏘의 추천은 배상면주가의 느린마을 막걸리. 설마 하니 너무나 유명한 느린마을 막걸리를 추천할 줄은 몰랐다. 느린마을 막걸리는 우리 술 초보자도 알고 있는 막걸리 계의 아이돌이다.
이층으로 분리된 모습만 보면 걸쭉하니 텁텁하겠다고 생각할 테지만, 막상 마셔보면 부드럽고, 상큼한 단맛이다. 구수하기보다는 산뜻한 과실향에 더 가깝다. 알코올 도수는 6%, 그리 높은 편은 아니지만 달고, 맛있기 때문에 덮어 놓고 마셨다가는 뒷일은 책임 못 지는 마성의 술이라고 할 수 있겠다.
신쏘가 느린마을 막걸리를 추천하는 이유 역시 바로 이 단맛 때문이란다. 실제로 신쏘가 전통주 공부를 처음 시작했을 때, 주변으로부터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 '전통주 공부한다며? 맛없겠다'이었다. 당시 신쏘는 직접 느린마을 막걸리, 가평 잣 막걸리, 송명섭 막걸리를 짊어지고 친구들에게 테이스팅까지 했었더란다. 그중에서도 가장 인기가 좋았던 술이 바로 이 녀석, 느린마을 막걸리였다. 신쏘야 본인이 느린마을 막걸리를 추천했으니 당연히 '호'. 달콤한 술이라면 언제나 OK인 나와는 달리, 평소 깔끔한 술을 즐기는 박 언니도 '이런 맛이면 얼마든지 마시겠다'는 평을 남겼다.
막걸리는 대표적으로 떠오르는 우리 술이다. 다만 시큼한 맛으로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기도 하는데, 적어도 오늘 소개한 느린마을 막걸리는 걱정할 필요가 없다. 느린마을 막걸리의 경우, 아스파탐 등 막걸리의 단맛을 내는 별도의 인공 감미료를 첨가하지 않고 단맛을 낸 제품이다. 이 때문에 신맛이 덜하고, 부드럽다.
아, 배가 부른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리뷰를 핑계로 막걸리를 연거푸 들이켰더니 입고 있는 바지가 꽉 낀다. 그럼에도 빈 잔을 보고 있노라면, 한잔 정도는 더 들어갈 것 같다고 생각하고 있는 이 무시무시한 위장. 아주 끊임없이 들어가는구나. 이것이 바로 막걸리의 매력.
장기자: 양조장 취재 몇 번 다녀온 거로 '나 술 좀 알아.' 폼 좀 잡다가 큰코다친 애송이 기자이다. 목표는 프로 애주가! 전통주 공부를 핑계로, 두 여자를 살살 꼬셔 신나게 술 투어를 다니고 있다.
신쏘: 듣기에도 생소한 전통주 소믈리에이다. 맨날 전통주만 마실 것 같지만, 주량에 대해 물어보니 '맥주 다섯 잔'이라고 얘기하는 우리의 드링킹 요정. 단순히 술이 좋아 시작한 게 눈 떠보니 업으로 삼고 있다.
박언니: 자타공인 애주가. 술 좋아하는 고주망태 집안에서 태어나 '난 절대 술은 안 마실 거야'라며 주문처럼 다짐했다지만, 막상 성인이 되어서 가장 먼저 사랑하게 된 것이 술이었단다. 느지막하게 열공모드에 돌입, 얼마 전에는 직접 일본으로 날아가 사케 소믈리에 자격증도 따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