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여행
아메리카노는 늘 익숙했다. 카페에 가면, 늘 같은 메뉴. 특별히 고민할 것도 없고, 실패할 걱정도 없었다. 그냥, 무난한 선택. 늘 그랬고, 그래서 아무 생각 없이 마셨다.
그런데 어느 날 문득, 이상했다. 컵을 들고 있었지만, 아무런 감정이 없었다. 따뜻한데도 따뜻하지 않았고, 입안은 쓴데 마음은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날 처음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커피는 뭐지?"
처음에는 나도 그게 별일 아니라고 생각했다. 기분이 조금 가라앉은 날이겠지, 하고 넘겼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생각이 자꾸 맴돌았다.
커피를 마시면서 무언가를 느끼고 싶다는 갈망 같은 게 생긴 것이다.
그래서 일부러 평소에 안 가던 카페에 들어가 봤다.
메뉴판엔 아메리카노 말고도 이상한 이름이 많았다. '겨울밤', '노을', '구름 위에 앉은 고양이' 같은 커피들.
맛도 상상이 안 됐고, 이름은 더더욱 감정적이었다.
그날, 나는 생전 처음으로 '산미 없는 고소한 커피'라는 걸 마셔봤다. 그리고, 깜짝 놀랐다.
쓴맛 말고도 커피에는 이렇게 부드러운 맛이 있다는 걸, 그제야 처음 알았다.
나는 그때부터 커피를 마시는 나 자신을 조금 다르게 보기 시작했다. 아무 감정 없이 넘기던 시간 속에서도, 내 감각은 조용히 무엇인가를 갈망하고 있었구나.
단순히 기호식품이 아니었다. 커피는 내 안의 '취향'이라는 걸 깨우는 도구가 되었다.
이제 커피는 나에게 '루틴'이 아니라, '질문'이 되었다.
나는 어떤 맛을 좋아하지? 나는 어떤 향에 이끌릴까? 지금 내 감정은, 어떤 온도를 원하는 걸까?
익숙함에서 벗어나는 건 늘 두렵지만, 가끔 그런 순간들이 나를 바꿔놓는다.
그리고 그 첫 시작은,
익숙했던 아메리카노 한 잔에서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