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말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신용 낮은 사람에게 빌려준 대출.
그게 다 아니야?''
정말 그럴까.
우리는 늘 '안전한 투자처'를 찾는다.
하지만 어느 순간, 가장 위험한 것이 ‘안전’으로 포장되어 우리 손에 들어왔다.
겉은 금빛이지만, 바닥은 진흙이었다.
한 문장으로 말하면, 상환 능력이 불확실한 사람에게 고금리로 빌려준 주택담보대출이다.
초기 몇 년은 낮은 이자로 달콤하게 시작했고(티저 금리),
이후에는 변동금리가 급등하며 차주들은 버티지 못했다.
은행은 더 이상 대출 → 회수를 책임지지 않았다.
대신 대출 → 묶어서 팔기가 비즈니스가 되었다.
MBS(Mortgage-Backed Securities)는 여러 대출을 묶어서 증권으로 만든 것이다.
은행은 수천 건의 대출을 풀링 한다.
이 원리금 흐름을 “현금흐름”이라는 강으로 보고,
이를 증권으로 쪼개 투자자에게 판다.
비유하자면, 수돗물을 한 탱크에 모아 파이프 굵기에 따라 나눠주는 구조다.
비가 오면 모두 충분히 받고, 가뭄이 오면 가는 파이프부터 마른다.
겉보기엔 위험 분산 같았지만, 실제론 하나의 가뭄이 모두를 말린다는 위험이 숨어 있었다.
CDO(Collateralized Debt Obligation)는 MBS의 조각들, 특히 위험한 조각을 모아 다시 쌓은 상품이다.
핵심은 트렌치(Tranche, 층) 구조.
AAA(상위층): 가장 안전해 보이는 포장.
중간층: 충격 완화.
하위층: 손실을 먼저 떠안는다.
돈은 폭포수처럼 위에서부터 흘러가고,
손실은 아래층부터 태워 없애는 구조다.
이렇게 하위층을 희생시켜 위층에 ''안전''이라는 리본을 달았다.
문제는, 썩은 사과를 바구니에 섞는다고 신선해지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닷컴버블 붕괴, 9·11 테러, 저금리 시대.
투자자들은 AAA 자산을 간절히 원했다.
시장 전체가 ''위험은 싫고, 수익은 놓치기 싫다''를 외칠 때,
AAA로 포장된 CDO는 정답처럼 보였다.
바로 이 욕망이 위험한 포장을 정당화했다.
금융공학적으로는 정교했다.
수학, 확률, 시뮬레이션은 아름다웠다.
포트폴리오 이론도 적용됐다.
그러나 본질은 달랐다.
상환 능력 없는 차주의 빚.
집값이 무조건 오른다는 착각.
''팔면 끝''이라는 은행의 무책임.
고객 눈치만 본 신용평가사의 등급 장사.
진흙 위에 세운 고층빌딩.
겉은 대리석과 AAA 간판으로 번쩍였지만, 결국 진흙은 무너졌다.
금리가 오르고, 연체가 터졌다.
현금흐름의 강이 말라붙자,
하위층이 불타고, 중간층이 타고, 결국 AAA까지 화염에 삼켜졌다.
모델은 과거의 햇살 아래서 설계됐고,
비가 쏟아지자 모래주머니는 쉽게 무너졌다.
시장 논리라면, 잘못된 위험을 떠안은 자가 손실을 감수해야 했다.
그러나 미국은 그렇게 두지 않았다.
연방정부와 중앙은행은 달러를 대량으로 찍어내며 은행을 살려냈다.
이른바 ‘양적완화’라는 이름의 돈 풀기였다.
결과는....
부채 폭증
금융위기 전후 단 2~3년 만에 미국의 연방정부 부채는 4조 달러 가까이 늘어났다.
위기를 막는다며 쏟아낸 돈이 그대로 국가 부채로 전가된 것이다.
달러 가치 하락
달러가 대량으로 풀리자 화폐 가치는 떨어졌다.
이는 사실상 미국의 문제를 세계에 나눠 떠넘기는 방식이었다.
충격의 전가
미국 금융권은 살아남았지만, 그 비용은 신흥국과 서민이 떠안았다.
환율 불안, 물가 상승, 실업 증가가 전 세계 곳곳의 일상으로 번졌다.
위기의 씨앗은 미국에서 뿌려졌다.
그러나 열매의 쓴맛은 세계의 식탁 위에 올랐다.
그때 안전을 샀다고 믿었다.
사실은 포장된 위험을 샀다.
시장은 책임지지 못했고,
달러는 더 찍혔고,
부채는 더 커졌고,
비용은 전 세계로 번졌다.
오늘날 전 세계는 이미 미국의 부채를 간접적으로 떠안고 있다.
정부와 중앙은행, 기관 투자자들이 미국 국채를 꾸준히 사주며 사실상 미국의 적자를 대신 메워주는 구조다.
하지만 상황은 달라졌다.
중국은 더 이상 적극적으로 국채를 사주지 않고, 미국의 부채는 갈수록 빠르게 불어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등장한 것이 바로 스테이블코인이다.
겉으로는 혁신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달러와 미국 국채에 전 세계 개인들까지 직접 연결시키는 새로운 장치다.
과거에는 정부와 기관이 중심이었다면,
스테이블코인이 활성화되는 순간,
우리는 간접을 넘어 직접+간접으로 미국의 부채를 함께 떠안게 된다.
달러는 정말 안전자산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