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1화
내가 사소함을 경계하는 이유는...

커피여행

by Woo seo

ChatGPT Image 2025년 4월 25일 오전 11_36_34.png

3화 《완벽주의라는 이름의 조용한 틀...》


나는 어떤 커피를 만들고 싶을까?

그 질문은 늘 마음속에 있었지만, 그 질문보다 앞서 해결해야 할 일이 있었다.


일단, 시험에 합격해야 했다.

시험 전날, 마지막 연습을 했다.

T1, T1-2, 그리고 T2. 총 세 번.

에스프레소 추출부터 라떼 하트까지, 모든 걸 반복했다.


처음 추출할 때만 저울을 사용하고,

그다음부터는 오직 손의 감각에 의지해서 추출해야 한다.

오차가 정해진 기준을 넘으면 실격.


추출에만 집중하면 하트가 엉망,

하트에 집중하면 거품 두께가 1cm를 넘지 못한다.

감점 요소는 너무 많았다.


실격만은 피하자.

그 생각이 먼저 들었다.

그러다 보면 또 감정이 사라진다.


“아, 뭐가 이리 정신없지…”



결국 다시 돌아가는 건 스스로를 컨트롤하는 감각.

급하게 하지 말고, 차근차근.

다행히 그날 연습은 무사히 끝났고, 합격은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불안은 여전했다.


“아… 이 감점은 평소 안 하던 건데…”


연습도 이러는데, 실전엔 더 떨리지 않을까 싶었다.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스스로를 계속 점검하고,
스스로에게 질문하고,
마치 시험이 아니라,
나를 시험하는 기분이었다.


그날 밤, 한 가지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어쩌면 우리는,
스스로를 완벽주의자로 만들어가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합격만 하면 돼.”라고 말하면서도, 사실은 더 높은 점수를 바라고 있었다.

“어차피 마실 거니까.” 하면서도, 하트는 더 예쁘게, 눈으로 봐도 기분 좋게 만들고 싶었다.


그리고 그런 말들이 자꾸 떠올랐다.

“이왕이면 잘하자.”, “제대로 하자.”, “다홍 치마지.”

듣기엔 자연스러운 말들.




하지만 가만 보면,

그 말들 속에는
나 자신에게 더 높은
기대치를 씌우는 습관이 숨어 있었다.


합격이 목적이면서도,

‘이왕이면 고득점’,
‘이왕이면 더 예쁘게’ 하는 마음.






그것들이 모여,



내가 나를 완벽주의자라는 프레임에 밀어 넣는 과정은 아닐까.




그게 나쁜 건 절대 아니다. 하지만 그 “이왕이면”이라는 말들이,

어쩌면 나도 모르게 나를 완벽주의라는 틀 안에 가두는 건 아닐까.



아름답고 싶어서,

좋아 보여야 하니까,

어쩌면 그럴듯함을 위해

‘그저... 충분함’을

외면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완벽주의는 크고 거창하게 오지 않는다는 생각이 든다.

늘 그런 말들로, “어차피 할 거면”이라는 말들로, 조용히, 아주 조용히 자리를 잡는다.



그리고 어쩌면,

그건 나를 조이는 틀이기도 하지만, 스스로에게 던져봐야 하는 질문일지도 모른다.



난 분명 술을 먹기 시작했는데 어느 순간 술이 날 잡아먹듯

즐거워서 시작한 커피가 나를 압박하는 존재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