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화
잘하고 싶은 마음이 나를 무너뜨릴

커피여행

by Woo seo
ChatGPT Image 2025년 4월 25일 오전 11_40_45.png

2화-5 《하트를 그리고 싶었다. 아니, 그냥 잘하고 싶었다》


이제는 에스프레소도,

아메리카노도 익숙해졌다.

어느 정도 루틴이 생겼고, 손도 조금씩 빨라졌다.


그다음 수업은 라떼 하트였다.

처음엔 물로 연습했다.


컵에 물을 붓고,

주전자로 그림을 그리는 연습.

당연히 그림은 남지 않지만,

손의 움직임을 익히는 거였다.

그땐 조금 우습기도 했고, 그래도 ‘이런 식으로 연습하나 보다’ 하고 따라 했다.


그런데 다음 주.

진짜 우유를 스팀 해서 하트를 그리려는데,

이야기가 달라졌다.


우유는 물과 다르다.

점성이 있고, 흐름이 다르다.

내 손이 기억하고 있던 움직임이 우유 위에서는 전혀 다르게 반응했다.


“어… 뭐지? 다시 처음으로 돌아간 기분인데?”

그림은커녕, 우유를 붓는 것조차 어려웠다.


거품은 1cm 이상 만들어야 감점이 없다고 했지만,

거품에 신경 쓰면 하트는 엉망이었고, 하트에 집중하면 거품이 망가졌다.



그러다 문득, 이상한 익숙함이 찾아왔다.

처음 요리했을 때,
처음 뭔가를 만들어봤을 때,
처음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무언가를 시도했을 때
그 감정들이 밀려왔다.


처음엔 오기도 생기고,

잘하고 싶은 욕심도 생기고,

좌절도 하고,

열정이 오르고,

집착하다가 지치기도 했다.


다른 사람들 컵을 슬쩍 보면서 부러워하고,

때론 내가 더 낫다고 스스로 위로도 하고.

그런데 중요한 건 그게 ‘나만의 감정’이 아니란 거다.



함께 처음 배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느끼는 감정.

재능 차이도,

운동신경 차이도 분명히 있지만,



“한 번에 잘해야 해”

라는 생각은,

결국 나 스스로를 가장 많이 짓누르는 마음이었다.



그리고 그건 별로 도움이 되지 않았다.


누구나 알지만,

실천하기 어려운 사실 하나: 잘하려고 하면, 잘 안 된다.


아는 것과 느끼는 건 다르고,

그렇게 행동하는 건 더 어렵다.


그리고

그 모든 순간마다,
역시 오늘도 배운다.
스스로를 컨트롤하는 방법을,
또 한 번 되새기게 되는 하루였다.
‘그걸 알아차리는 나 자신’을 다독이게 됐다.


나는 다시 컵을 들었다. 다시, 처음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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