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매일 보내는 편지
1일_참외가 익을 때까지
오늘은 관중과 포숙아라는 두 친구에 관한 이야기를 해 줄게. 하지만 네가 학교에서 만나 사귀는 친구 이야기보다는 훨씬 복잡하고 또 재미있는 이야기란다. 천천히 들려줄 테니 귀를 쫑긋 세우고 들어 봐. 너무 어린아이에게 하는 말 같지? 조금 이해해줘. 이제 시작해 보자.
너 춘추전국시대라는 말을 들어 본 적 있니? 아주 먼 옛날 중국의 역사인데, 우리나라 역사로 치면 고조선 이후 여러 나라가 서로 경쟁하던 시기와 비슷한 때야. 우리 역사와 중국의 역사는 예부터 서로 영향을 주고받았기 때문에 함께 생각해 보면 더 이해하기 쉽단다. 또 잔소리 같지? 알겠어, 이제 정말 이야기를 시작할게.
제나라에는 양공이라는 왕이 있었어. 아주 욕심이 많고 행실도 좋지 않은 사람이었지. 어느 날 양공은 달콤한 참외를 먹고 있었어. 와작와작 참외를 씹으며 두 신하, 연칭과 관지보를 불러 이렇게 말했단다.
“너희들은 우리 나라를 지켜야 하니 저 멀리 변방으로 가 있어라.”
두 신하는 공손하게 대답했어.
“저희들은 기꺼이 그렇게 하겠습니다. 다만 언제까지 고향을 떠나 있어야 하는지만 말씀해 주십시오.”
양공은 참외를 씹으며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어.
“지금 참외가 익을 때이니, 내년에 참외가 다시 익을 때 교대할 군사를 보내 주겠다.”
그렇게 해서 두 사람은 멀리 변방으로 떠나게 되었어.
그런데 시간이 참 빠르지? 어느덧 1년이 쏜살같이 지나갔어. 어느 날 한 병사가 참외를 바치자 연칭이 말했어.
“벌써 1년이 지났구나. 지금이 교대할 때인데 왜 우리를 부르지 않는 거지?”
그래서 두 사람은 믿을 만한 병사를 보내 왕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살펴보게 했어. 그런데 이게 어떻게 된 일일까? 양공은 약속을 기억하기는커녕 멀리 휴양을 떠나 한 달째 돌아오지도 않고 있었던 거야.
연칭은 화가 머리끝까지 나서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어. 하지만 관지보는 조금 더 침착했어.
“아마 왕이 잊고 있는 것 같습니다. 먼저 가서 직접 교대를 요청해 봅시다. 만약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면, 우리가 데리고 있는 군사들도 모두 원망하는 마음이 들 것입니다. 그러면 그때는 복수하기도 더 쉬울 것입니다.”
연칭도 이 말에 동의했어.
두 사람은 다시 궁으로 돌아가 참외를 바치며 교대를 요청했어.그런데 어떻게 되었을까? ‘파렴치하다’는 말 알지? 양심도 없고, 도리도 없고, 염치도 없는 사람을 말하는 거야. 양공이 바로 그런 사람이었어. 군사들과 한 약속 따위는 중요하지 않았던 거지.
양공은 이렇게 말했어.
“군사를 교대하는 것은 내 마음이다. 다시 참외가 익을 때까지 1년 더 기다려라.”
이제 두 사람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었어.
“양공을 죽이고 공손무지를 왕으로 세우자!”
공손무지는 양공의 사촌으로, 예전에 궁에서 함께 지내던 사람이었어. 어느 날 씨름을 하다가 공손무지가 양공의 발을 걸어 넘어뜨린 적이 있었는데, 그 일로 양공은 몹시 기분이 상했지. 그 뒤로도 공손무지가 다른 사람들과 다투는 일이 있었어. 양공은 그를 못마땅하게 여겨 궁에서 쫓아내고, 지금으로 말하면 지위와 녹봉도 모두 빼앗아 버렸단다. 공손무지가 양공을 얼마나 미워했을지 짐작이 되지? 그래서 양공을 죽이자는 계획에 선뜻 동의했어.
그런데 너라면 왕을 어디에서 공격할 것 같니? 조금 무서운 질문일까? 궁 안에는 왕을 지키는 병사도 많고 방도 많아서, 왕이 도망가 버리면 찾기 어려울 거야. 그러면 오히려 공격하는 사람들이 위험해지겠지. 그래서 연칭과 관지보는 양공이 사냥을 나가는 때를 노리기로 했어.양공은 사냥을 아주 좋아했거든. 사냥을 나가면 많은 병사가 따라가지 않으니, 그때라면 성공할 수 있을 것 같았어.
초겨울이 되었어. 양공은 짐승들이 우글거리는 들판으로 사냥을 나가기로 했어. 연칭과 관지보 밑에 있던 군사들은 오랫동안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해 슬픔과 원망이 가득했단다. 그래서 사냥을 나간 양공을 죽이자는 계획에 모두 기뻐하며 따랐고, 반대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고 해.
그런데 이 사건 속에서 나중에 아주 유명해지는 두 사람이 등장하게 돼. 바로 관중과 포숙아야. 하지만 그 두 사람이 등장하려면 조금 더 기다려야 해. 이 이야기는 아직 거기까지 가지 않았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