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에게 매일 쓰는 편지
관중이 죽고 포숙아가 재상이 되어 제 환공곁에 있었어. 관중의 말대로 세 명의 신하를 멀리하며 지냈지. 그런데 제 환공은 무엇을 해도 즐겁지가 않았고, 무엇을 먹어도 맛이 느껴지지 않을 만큼 마음이 편치 않았어. 멀리하기로 한 세 신하가 그리웠던 거야. 그때 한 후궁이 이렇게 말했어.
“주상께서 역아, 개방, 수초를 다시 들이는 것이 좋겠습니다. 날로 용안이 수척해 보입니다.”
용안이 뭘까? ‘용龍’의 ‘얼굴顏’을 말하는데 임금의 얼굴을 높여 부르는 말이야. 임금님에게 그냥 얼굴이라고 말했다가는 예의에 어긋난다고 생각했어. 그러면 큰 벌을 받을지도 몰랐지. 너도 조심해! 하하.
이 말을 들은 제 환공은 이렇게 대답했어. “포숙아가 좋아하지 않을까봐 걱정이오.” 그러자 후궁이 다시 말했어. “포숙아에게도 시종이 있듯이 주상께서도 편하게 대해 줄 시종이 필요합니다. 우선 음식 맛을 조절해 줄 사람이 필요하니 역아를 먼저 불러들이십시오. 그러면 개방과 수초도 자연스럽게 가까이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결국 제 환공은 이 세 명의 마음에 걸리는 신하들을 다시 불러들였어. 포숙아는 관중처럼 그 일을 그냥 지켜보고 있을 수 있는 성격이 아니었어. 옳고 그름을 분명하게 따지는 사람이었기 때문이야. 궁 안의 일이라 하더라도 그냥 넘어갈 수 없었지. 관중의 유언을 저버리면 안 된다고 여러 번 간언했지만 제 환공은 듣지 않았어. 마음을 크게 상한 포숙아는 얼마 지나지 않아 세상을 떠났지.
이제 그들을 막을 사람은 아무도 남지 않았어. 관중은 이미 세상을 떠났고, 제 환공은 늙어 병들어 있었고, 무서운 눈초리로 그들을 지켜보던 포숙아마저 사라졌으니까. 역아와 수초, 그리고 개방은 점점 더 큰 권력을 손에 쥐기 시작했어. 자기들에게 반대하는 신하들은 쫓아내거나 죽이고, 자기 편 사람들에게 높은 자리를 나누어 주었지. 나라의 일까지 그들의 손에서 움직이기 시작했어. 그 무렵 제 환공은 병이 깊어져 자리에 누워 있었어. 역아와 수초는 이 틈을 타 궁궐의 문을 굳게 지키고 아무도 들어오지 못하게 했어. 그래서 제 환공을 도와줄 사람도, 병을 돌볼 사람도 궁 안으로 들어올 수 없었지.
제 환공에게는 여섯 명의 후궁이 있었고 그들에게는 모두 아들이 있었어. 그중 한 명은 왕이 되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고 해. 그래서 조용히 만족하며 살았대. 하지만 나머지 아들들은 달랐어. 왕이 될 자리를 두고 마음속에서부터 긴장이 커지고 있었지. 제 환공은 죽어 가고 있었지만 돌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어. 역아와 수초는 궁궐 문을 지키며 누구도 들어오지 못하게 했고, 시중을 드는 사람조차 곁에 둘 수 없었어. 다섯 아들 역시 다음 왕의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일에만 마음을 쓰고 있었지. 결국 제 환공은 침대에 누운 채 옴짝달싹할 수 없게 되었어. 아무리 불러도 다가와 도와주는 사람이 없었지. 그렇게 그는 외롭게 죽음을 맞이했어.
그런데 제 환공이 죽은 뒤 더 끔찍한 일이 벌어졌어. 왕위를 차지하려는 공자들의 싸움이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거야. 서로 군사를 모으고 궁궐을 차지하려고 싸우느라 아무도 장례를 돌볼 생각을 하지 않았어. 궁궐 안은 텅 비어 버렸지.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났어. 일주일쯤 지나자 궁 안에서 이상한 냄새가 퍼지기 시작했어. 시간이 더 흐르자 냄새는 점점 더 심해졌어. 한 달쯤 지나자 제 환공의 시신에서 벌레가 생기기 시작했어. 아무도 돌보지 않는 동안 몸은 점점 썩어 갔고, 벌레들은 침대 위에서 꿈틀거리기 시작했지. 그리고 그 벌레들이 하나둘 침대 아래로 떨어지고 바닥을 기어 다녔어. 시간이 더 지나자 벌레들은 문밖까지 기어 나왔다고 해. 무려 예순일곱 날이나 제 환공은 장례도 치르지 못한 채 침대에 누워 있었어. 한때 천하를 호령하던 왕이 그렇게 버려져 있었던 거야. 마침내 무궤라는 아들이 왕이 되고 나서야 환공을 입관하고 장례를 치를 수 있었어.
오늘은 춘추 시대의 영웅 제 환공의 이야기를 마치는 날이야. 제 환공은 제나라를 처음으로 패자의 자리에 올려 놓은 사람이야. 관중을 곁에 두고 천하를 호령하던 때도 있었지. 하지만 그의 마지막은 참으로 처참했어. 너는 제 환공의 삶을 어떻게 생각하니? 영웅으로 보이니, 아니면 충신의 말을 듣지 않아 고통 속에서 죽어간 사람으로 보이니? 어쩌면 두 가지 모습을 함께 볼 수도 있겠지. 나는 네 생각이 궁금하구나.
내일은 새로운 이야기를 시작해 보려고 해. 사실 어떤 이야기를 할지는 아직 정하지 못했어. 나도 어떤 이야기가 시작될지 궁금하구나. 그럼 내일 다시 만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