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매일 보내는 편지
관중은 이제 늙어서 병이 들었어. 더 이상 제 환공을 찾아가 정사를 논할 수 없었지. 항상 관중에게 의지했던 제 환공은 직접 관중을 찾아와 물었어.
“나를 대신해 나라 일을 맡을 사람은 누구겠는가?”
그때까지도 제 환공 곁에는 포숙아와 습붕 같은 충신이 있었어. 하지만 이 사람들은 관중과 함께 있을 때라야 제 환공에게 큰 도움이 되었어. 이미 나이도 많이 들었고 말이야.
그런데 제 환공의 곁에는 신하라기보다는 왕의 가까이에서 시중을 드는 사람들이 있었어. 말하자면 왕의 마음을 잘 살피며 곁에서 도움을 주는 사람들이지. 너도 이런 사람들에 대해 한번 생각해봐.
우선 역아라는 사람이 있었어. 역아는 요리를 아주 잘했다고 해. 제 환공이 어떤 맛을 좋아하는지, 지금 당장 무엇을 먹고 싶은지 귀신같이 알아맞히는 사람이었대. 옛날에는 왕에게 가까이 가는 방법 중 하나가 요리사가 되는 것이었어. 왕의 곁에서 음식을 만들다 보면 자연스럽게 왕과 가까워질 수 있었기 때문이야.
상나라의 탕왕 곁에도 이윤이라는 사람이 있었어. 이윤은 지혜로운 사람이었지만 처음부터 왕의 신하가 된 것은 아니었어. 먼저 요리를 배워 탕왕의 요리사가 되었고, 그렇게 왕과 가까워진 뒤에야 나라 일을 함께 논하게 되었다고 해. 왕의 곁에 가까이 가야 비로소 큰일을 함께 할 수 있었던 거지.
하지만 요리에는 무서운 이야기도 숨어 있어. 훗날 전제라는 사람은 왕을 죽이기 위해 일부러 생선요리를 배웠다고 해. 그리고 생선 배 속에 칼을 숨겨 왕에게 바쳤어. 왕이 방심한 순간 칼을 꺼내 왕을 죽였다고 하지. 어때? 음식이라는 것이 이렇게 무서운 일과도 이어질 수 있다니 놀랍지 않니.
다시 역아의 이야기로 돌아가보자.
어느 날 제 환공이 역아에게 이렇게 말했어.
“나는 아직 사람 고기를 먹어보지 못했구나. 사람 고기는 무슨 맛일꼬?”
이 말을 들은 역아는 망설이지 않고 사람 고기를 요리해 제 환공에게 바쳤단다. 우웩. 너무 끔찍하지 않니? 그런데 그 고기가 누구였는지 알아? 바로 자기의 어린 아들이었어. 제 환공은 이것을 보고 어떻게 생각했을까? 아들까지 삶아서 바친 것을 보고, 역아가 자기 자신을 아들보다 더 사랑한다고 여겼대. 그래서 역아를 더욱 아끼고 가까이 두었어.
다음은 개방이라는 사람이야. 이 사람은 원래 제나라 사람이 아니라 위나라의 공자였어. 그런데 그는 위나라의 높은 지위도 버리고 제 환공을 섬기러 왔어. 개방은 무려 15년 동안 자기 나라에 돌아가지 않았어. 심지어 부모님이 돌아가셨을 때도 장례식에 가지 않았다고 해. 그런데도 제 환공은 이에 대해 의심하지 않았어. 오히려 부모보다 자신을 더 사랑한다고 생각했대.
마지막은 수초라는 사람이야. 수초는 제 환공을 가까이에서 모시려면 궁궐 안에서 일해야 한다고 생각했어. 그런데 궁궐에서 왕을 가까이 모시려면 궁인이 되어야 했지. 그래서 그는 자신의 몸을 해치면서까지 궁인이 되었어. 사람에게 자신의 몸보다 소중한 것이 또 있을까? 남자의 몸을 버리고 궁인이 되는 일을 감행했으니 제 환공은 크게 감동했겠지.
너라면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 생각하겠니? 너에게 잘 보이기 위해 이렇게까지 노력하는 사람이 있다면 말이야. 친구들 중에 네가 하자는 대로만 하거나 네 뜻에 맞추어 주는 친구가 있다면 처음에는 좋을 것 같지만 그렇지 않아. 네가 어떤 아이의 뜻대로만 행동하려고 한다면 너의 마음은 어떨거 같아? 아마 무척이나 괴로울거야. 남의 뜻에 맞추기 위해 자기 자신을 버리는 사람은 오히려 가까이하지 않는 것이 좋아. 무엇인가를 바라기 때문에 그렇게 굽히는 것일 뿐이니까. 그런 사람은 너를 진심으로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언젠가는 너에게 해를 끼칠 수도 있어. 실제로 너에게 이런 일이 일어날 일은 거의 없겠지만, 한번 생각해 보라는 뜻이야.
이제 다시 관중과 제 환공의 대화로 돌아가보자.
제 환공은 누워 있는 관중에게 다시 물었어.
“그러면 역아는 어떠한가? 자기 아들을 삶아서 내 입맛에 맞추었으니 이는 나를 아들보다 더 사랑하는 행동이 아닌가. 어찌 의심할 수 있겠는가?”
관중은 이렇게 대답했어.
“사람의 마음이라는 것은 누구나 자기 자식을 가장 사랑하는 법입니다. 자식조차 죽일 수 있는 사람이라면, 왕께 못할 짓이 무엇이겠습니까.”
제 환공이 다시 물었어.
“그러면 수초는 어떠한가? 몸을 해치면서까지 내 곁에 있으려 하니 자기보다 나를 더 사랑하는 것이 아닌가?”
관중이 말했어.
“사람은 누구나 자기 몸을 가장 귀하게 여깁니다. 자기 몸조차 함부로 대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남을 해치는 일도 마다하지 않을 것입니다.”
제 환공이 또 물었어.
“그러면 개방은 어떠한가? 위나라의 높은 지위를 버리고 나를 위해 고향에도 돌아가지 않았고, 부모가 죽었을 때도 장례식에 가지 않았으니 부모보다 나를 더 사랑하는 것이 아닌가?”
관중이 대답했어.
“사람의 마음으로는 누구나 부모를 가장 가까이 여깁니다. 위나라를 버리고 제나라를 위해 산다는 것은 아마도 더 큰 것을 바라기 때문일 것입니다.”
사실 제 환공은 맛있는 음식과 술을 좋아하고 노는 것도 좋아하는 왕이었다고 해. 하지만 관중이 마치 파도를 막아 주는 둑처럼 곁에 있었기 때문에 제 환공의 작은 잘못들은 덮어 주고, 나라가 올바른 길로 가도록 도와줄 수 있었던 거야. 관중은 마지막까지 이 세 사람을 멀리하라고 신신당부한 뒤 세상을 떠났어. 과연 제 환공은 관중의 말을 들었을까? 어진 신하들을 곁에 두었을까? 아니면 자기의 입맛과 뜻에 맞추어 행동하는 이 세 사람에게 휘둘리게 되었을까.
내일은 제 환공의 마지막 이야기야. 엄마는 어떻게 써야 할지 벌써부터 걱정이 되는구나. 제 환공의 죽음은 어린이들이 읽기에는 조금 오싹한 이야기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