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매일 보내는 편지
관중이 제나라의 재상 자리에 오르자 제나라는 점점 더 부유하고 강성해졌어. 제환공이 관중에게 나랏일을 맡기고 믿어주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지.
관중은 이런 말을 남겼어.“창고에 물자가 풍부해야 예절을 알며, 먹고 입는 것이 풍족해야 명예와 치욕을 안다.”
무슨 뜻인지 알겠어? 사람들은 배가 고프고 살기 힘들면 예절을 배우거나 체면을 따질 마음이 생기지 않아. 그래서 관중은 무엇보다 먼저 백성들이 편안하게 잘 먹고 잘 살 수 있는 나라를 만들려고 했어. 제나라는 산에서 철도 생산했어. 바닷가에 있는 나라라서 바닷물을 끓여 소금을 만들기도 했지. 이렇게 해서 나라의 살림이 점점 넉넉해졌어.
이런 이야기 재미없지? 벌써 원망을 품고 있는 건 아니지? 그래도 한 가지만 설명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로 넘어가 볼까.
춘추시대 이전에 중국은 주나라가 다스리는 세상이었어. 하지만 주나라가 모든 땅을 직접 다스린 것은 아니었단다. 왕실이 다스리는 땅이 있고, 그 주변에는 제후국이라는 작은 나라들이 있었지. 제후국들은 평소에는 각자 자기 나라를 다스리다가도 주왕실에서 제사를 지내거나 전쟁이 나면 함께 힘을 모아야 했어. 그러니까 완전히 한 나라라기보다는 큰 집 아래 여러 집이 모여 있는 것과 비슷했단다. 그런데 춘추시대가 되자 주왕실의 힘이 점점 약해졌어. 이름만 왕일 뿐 실제로는 작은 땅만 다스리고 있었지.
여기까지 잘 참았어. 머리가 빙글빙글 돌았어? 이 사회를 봉건사회라고 해. 하하. 끝난 줄 알았지? 봉건이라는 말 기억해. 이제 다시 이야기 시작하자.
제나라는 주왕실의 이름을 내세워 여러 나라를 모아 자기 나라의 힘을 보여 주고 싶었어. 너네 반에 어떤 아이가 있었어. 그 아이는 공부도 아주 못하는 건 아니고, 운동도 다른 아이들보다 조금 잘하는 것 같아. 그런데 그 아이가 갑자기 이렇게 말하는 거야. “우리 담임 선생님 말씀 잘 들어야 하니까. 모두 모여봐.” 그러면 다른 친구들은 어떻게 할까? 순순히 모여들 것 같아? 궁금해서 가까이 가는 아이도 있을 거야. 친해서 가보는 아이도 있겠지. 하지만 굳이 가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 아이도 있을걸. “쟤는 왜 저래?” 하면서 무시하는 아이도 있을 거야.
제나라도 바로 그런 상황이었어. 제나라의 힘은 점점 커지고 있었지만 다른 나라들이 모두 따르는 것은 아니었지. 그래도 우선 다른 나라들을 모아 보기로 했어. “모년, 모월 모일, 제 소백은 천자의 명령을 받들고 서로 돕기로 하는 맹약을 할 테니 모여라!” 몇몇 작은 나라들이 모였어. 그중에서 송나라가 가장 큰 나라였지. 그런데 맹약을 마치자마자 송나라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자기 나라로 돌아가 버렸어. 왜 그랬을 것 같아? 송나라도 힘이 강한 나라였기 때문에 제나라가 앞장서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거야. 그래서 첫 번째 모임은 사실상 실패나 다름없었어.
제나라는 먼저 돌아가 버린 송나라에게 화가 났지만 가까이에 있는 노나라의 마음부터 얻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어. 그래야 나중에 노나라와 힘을 합쳐 송나라를 상대할 수도 있었거든. 그래서 노 장공에게 부탁해 만나기로 했어. 제나라와 노나라, 이렇게 두 나라만 만나서 맹세를 하기로 한 거야. 이런 만남을 회맹이라고 해. 만나서 서로 약속을 맺는 자리라고 생각하면 돼.
노나라는 제나라를 순순히 따르려 했을까? 노나라와 제나라는 이미 사이가 몹시 나빴어. 예전에 제환공과 공자 규의 싸움 때문에 큰 원한이 생겨 있었거든. 노나라는 제환공을 반대하며 세 번이나 제나라를 공격했지만 세 번 모두 패하고 돌아왔어. 그때 군대를 이끌었던 장수가 바로 조말이었어. 조말은 제나라에 대해 아주 나쁜 감정을 품고 있었지.
노 장공은 바로 그 조말을 데리고 회맹 장소로 갔어. 회맹 장소는 아주 화려하게 꾸며져 있었어. 사방에는 깃발이 세워져 있었고 높은 단이 만들어져 있었지. 그 위에는 피를 담은 옥 사발도 올려 놓았어. 두 나라의 임금이 그 단 위에 올라 맹세를 하기로 한 거야. 서로 예의를 갖추며 인사를 나누었지만 공기는 팽팽하게 긴장되어 있었어. 이제 두 나라가 옥 사발에 담긴 피로 맹세를 하려는 순간이었어.
바로 그때였어.
갑자기 노 장공 뒤에 서 있던 조말이 앞으로 튀어나왔어. 그리고 번개처럼 제환공의 소매를 붙잡았어. 살기등등한 눈빛이었지. “제나라는 약한 나라를 도와준다고 하면서 어찌 지난번에 빼앗은 우리 나라 문양 땅을 돌려주지 않는 것이오? 오늘 돌려주겠다고 약속해야 회맹에 참여하겠소!” 순간 모두가 얼어붙었어.
그때 관중이 제환공을 바라보며 조용히 말했어. 받아들이라는 뜻이었지. 제환공은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어. “그 손을 놓으시오.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제야 조말은 칼을 버리고 물러났어. 그리고 피가 담긴 옥 사발을 노 장공에게 올렸지.
이 상황에서 무슨 생각이 드니? 제나라는 다른 나라들에게 힘을 보여 주려고 만든 자리였어. 그런데 오히려 빼앗았던 땅을 돌려주게 생겼지. 화가 나지 않았겠어? 제나라 신하들은 모두 분노했어. 칼이 무서워서 약속한 것일 뿐이니 반드시 복수해야 한다고 아우성을 쳤지. 그런데 제환공은 달랐어. “이미 조말에게 허락한 일이다. 평범한 사람끼리의 약속도 어겨서는 안 되는데 왕이 약속을 어겨서야 되겠느냐?” 제환공은 곧장 문양 땅을 남김없이 노나라에 돌려주었단다.
너는 이 사건을 어떻게 평가할거니? 다른 나라들은 어떻게 생각했을까? ‘노나라에게 당했으니 제나라는 약한 나라구나.’이렇게 생각했을 것 같아? 전혀 아니야. 이 소문은 금세 모든 제후국들에게 퍼졌어. 모두 이렇게 말했단다. “제나라는 진짜 강한 나라구나. 저런 상황에서도 약속을 지키다니 믿을 수 있는 나라야.” 그때부터 많은 나라들이 제나라를 따르기 시작했어. 너도 한번 생각해봐. 힘이 센 친구가 좋을까? 아니면 약속을 잘 지키는 친구가 좋을까? 처음에 포숙아가 했던 말 기억하지? 제나라만 다스릴 거라면 자신만으로도 충분하지만 모든 나라가 따르게 할 정도의 강한 나라가 되려면 반드시 관중이 필요하다는 말 말이야. 포숙아의 말대로 제나라는 관중의 지혜와, 그 지혜를 믿고 따르는 제환공 덕분에 점점 더 강한 나라로 성장하게 되었단다.
오늘 이야기는 여기에서 끝이야. 달이 차오르면 다시 기울게 된다는 말 들어봤어?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다는 말도 말이야. 이렇게 잘 나가던 제나라에도 곧 어둠의 그림자가 드리워지게 돼. 관중이 병이 들고, 죽음을 맞이하면서부터 말이야. 내일 이야기도 기대해 줘. 내일은 오늘보다 재미있을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