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에게 매일 보내는 편지
제양공에게는 동생들이 있었어. 그런데 제양공은 노환공만 죽인 게 아니라, 별다른 이유도 없이 사람들을 마구 죽이는 폭군이었어. 그러니 동생들이 가만히 있을 수 있었겠니? 언제 자기 차례가 될지 모르잖아. 그래서 동생들은 안전한 곳으로 도망쳐야 했어. 형인 공자 규는 노나라로 도망갔고, 동생 소백은 거나라로 몸을 피했어. 그리고 두 사람을 도와주는 사람들이 있었지. 관중은 공자 규를 섬겼고, 포숙아는 소백을 섬겼어. 사람 이름이 많아지니 조금 헷갈리지? 그래서 엄마가 외우는 방법 하나 알려줄게. 규는 관중, 둘 다 기역이야. 포숙아는 소백, 둘 다 시옷이야. 이렇게 외우면 조금 쉽지 않을까? 이런 방법을 찾아내다니 엄마 스스로도 조금 뿌듯하네. 하하.
관중과 포숙아는 이렇게 서로 다른 곳에서 지내고 있었어. 그런데 어느 날 제나라에서 깜짝 놀랄 소식이 전해진 거야. 누구든 먼저 제나라에 도착하는 사람이 왕이 된다는 거였지. 자, 한번 생각해 보자. 누가 더 유리할까? 아무래도 가까이 있는 사람이겠지. 거나라는 제나라 바로 아래에 붙어 있는 작은 나라였고, 노나라는 서쪽에 있는 조금 먼 나라였어. 그러니 소백과 포숙아가 먼저 도착할 가능성이 훨씬 컸지. 그런데 관중이 그 사실을 모를 리가 있겠어? 이제 관중은 어릴 때 우리가 이야기하던 그 관중이 아니야. 드디어 크게 뜻을 펼칠 때가 온 거라고 생각했을 거야.
관중은 노나라에서 병사들과 수레를 빌려 급히 출발했어. 공자 규를 데리고 함께 가기에는 노나라가 너무 멀었거든. 그래서 관중은 먼저 가서 소백을 막기로 마음먹었어. 이미 거나라에서 출발한 소백과 포숙아는 제나라를 향해 달리고 있었고, 관중은 뒤에서 그들을 쫓기 시작했지. 길 위에서는 수레바퀴 소리가 요란하게 울렸고, 모두가 서둘러 달리고 있었어. 누가 먼저 제나라에 도착하느냐에 따라 왕이 달라질 수도 있는 상황이었으니까.
다행히 관중은 소백이 제나라에 도착하기 전에 따라잡을 수 있었어. 멀리서 달려가는 수레가 보였지. 그 수레 위에는 소백이 있었고, 그의 곁에는 포숙아도 있었어. 관중은 잠깐 숨을 고르며 활을 들어 올렸어. 저 수레 위에 있는 사람이 바로 친구 포숙아가 섬기는 소백이었거든. 하지만 지금은 망설일 때가 아니었어. 관중은 활시위를 힘껏 당겼어.
“지금이야.”
활시위가 팽팽하게 울리더니 화살이 쏜살같이 날아갔어. 그리고 곧 소백의 몸에 맞았지. 그 순간 소백이 피를 토하며 수레 위에서 쓰러졌어. 주변 사람들이 깜짝 놀라 소백을 급히 수레에 실어 데리고 떠났지. 먼지가 일어나는 길 위에서 그 수레는 빠르게 사라졌어. 관중은 그 모습을 바라보며 이제 일이 끝났다고 생각했을 거야.
관중은 기쁜 마음으로 공자 규에게 돌아왔어. 이제 서두르지 않아도 되겠지? 노나라 왕의 축하를 받으며 공자 규와 술까지 마셨어. 참고로 이때 노나라 왕은 노환공이 아니라 그의 아들 노장공이야. 노환공이 제양공에게 죽임을 당했던 사건 기억하지? 그러니 노장공 입장에서는 자기와 가까운 공자 규가 제나라 왕이 되는 것이 꽤 반가웠을 거야. 관중과 공자 규는 천천히 여섯 날이나 걸려 제나라에 도착했어.
그런데 제나라에 도착하자마자 관중은 눈을 의심했어. 이미 소백이 먼저 도착해서 왕이 되어 있었던 거야. 훗날 역사에서는 이 사람을 제환공이라고 불러. 이제부터 소백을 제환공이라고 부를 테니 기억해야 해. 관중은 정말 놀랐겠지. “아니, 내가 분명히 화살을 맞혔는데?” 피를 토하는 것까지 봤잖아. 그런데 어떻게 살아 있는 걸까? 사실 관중의 화살은 소백의 몸을 뚫지 못했어. 소백의 허리띠에 달린 쇠 장식에 맞았던 거야. 그런데 왜 피를 토했을까? 만약 관중이 화살이 빗나간 걸 알았다면 가만히 있었겠어? 다시 활을 쏘았겠지. 그래서 소백은 아주 재빠르게 혀를 깨물어 피를 내고 쓰러진 척 연기를 했던 거야. 꽤 영리하고 순발력이 있는 사람이었지.
이제 한번 생각해 보자. 자기가 죽였다고 생각했던 사람이 살아 있었어. 게다가 제나라의 왕이 되어 버렸어. 어떤 기분이 들까? ‘모골이 송연하다’라는 말 들어봤어? 모는 털이고 골은 뼈야. 온몸의 털과 뼈에 소름이 쫙 끼치는 그런 느낌을 말해. 아마 관중도 이런 기분이 아니었을까.
결국 공자 규와 노나라 군대는 다시 노나라로 도망가게 되었어. 이제 노나라도 난처해졌지. 제환공이 된 소백이 편지를 보내왔거든.
“공자 규는 저의 형제이니 노나라에서 대신 처벌해 주십시오. 그리고 관중과 함께 공자 규를 보필하던 소홀은 제나라로 보내 주시지요.”
만약 그렇게 하지 않으면 노나라를 공격하겠다는 말까지 덧붙였어. 노나라는 남의 나라 일에 끼어들었다가 전쟁까지 치르게 생긴 거야. 무섭지 않았겠어? 결국 노나라 사람들은 공자 규를 죽였어. 소홀은 “나는 공자를 따라가겠다”면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어. 자기가 모시던 주인을 따라가겠다는 뜻이었지. 그런데 관중은 달랐어. 관중은 감옥에 갇히게 해 달라고 했어. 왜 그랬을까? 관중에게는 아직 제나라로 돌아갈 마음이 있었기 때문이야.
여기에서 질문 하나 해 볼게. 지금 어떤 상황 같아? 포숙아는 관중이 돌아오면 어떻게 할까? 제환공 입장에서는 관중이 자기를 죽이려고 했던 사람이잖아. 친구를 지켜 줄 수 있을까? 아니면 포숙아도 마음이 돌아서서 관중을 직접 죽이려고 한 걸까? 어찌 보면 이게 당연한 결말처럼 보이지 않니?
그런데 여기에는 비밀이 하나 숨어 있어. 포숙아는 사실 처음부터 관중을 죽일 생각이 없었어. 노나라에 그렇게 말한 이유는 오히려 관중을 돌려받기 위해서였어. “관중은 필요한 사람이다”라고 강하게 말하면 노나라에서는 이렇게 생각할 수 있잖아. “제나라에 꼭 필요한 사람이라면 우리에게 위험하지 않을까.” 오히려 관중의 목숨이 위태로워질 수도 있어. 그래서 포숙아는 친구를 안전하게 데려오기 위해 일부러 그렇게 말했던 거야.
하지만 제환공의 마음은 달랐어. 제환공은 관중을 죽이고 싶어 했거든. 그때 포숙아가 환공에게 이렇게 말해.
“만약 제나라 정도만 다스리려 하신다면 저 포숙아만으로도 충분합니다. 하지만 천하의 패자가 되려 하신다면 관중이 아니면 안 됩니다.”
그때 세상은 여러 나라로 나뉘어 있었어. 그 많은 나라들 가운데서 가장 강한 나라가 되려는 경쟁이 벌어지고 있었지. 포숙아는 다른 나라들 위에 서는 왕이 되고 싶다면 관중이 꼭 필요하다고 말한 거야. 제환공은 결국 포숙아의 말을 받아들였어. 그래서 관중을 죽이지 않기로 했단다.
오늘 이야기는 여기까지야. 오늘 우리는 소백이 제환공이 되는 이야기까지 했어. 포숙아는 끝내 친구를 포기하지 않았어. 관중도 아마 친구의 마음을 알고 있었을 거야. 만약 몰랐다면 소홀처럼 목숨을 끊었을지도 모르지. 어떤 사람들은 관중을 비웃었을지도 몰라. “섬기던 공자가 죽었는데도 따라 죽지 않고 새로운 왕에게 가다니.” 하지만 관중에게는 다른 꿈이 있었어. 제나라를 강한 나라로 만들겠다는 꿈이었지. 그래서 그는 실패했다고 좌절하지 않고 다시 제나라로 돌아가기로 한거야.
그렇다면 제나라로 돌아간 관중은 어떻게 되었을까? 관중의 활약은 결국 포숙아의 믿음까지 빛나게 만들어. 친구의 믿음을 저버리지 않고 제나라를 강대한 나라로 만들었으니까 말이야. 내일은 바로 그 이야기를 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