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술은 새 부대에 #3
어느덧 새로운 조직에 적응한 지도 6개월이 지났다.
지금까지는 조직에 정말 필요한 것들을 위주로 개선하고 바꿔나갔다면, 이제는 해보고 싶은 걸 만들어볼 수 있는 환경이 되었다고 생각했다.
연초가 되니, 교육과 관련한 정부사업을 비롯해 각종 기업들의 제안 등 새로운 기회들이 많이 찾아왔다. 물론 제안 요청이라고 하더라도 우리가 그에 걸맞은 좋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야 그 기회를 잡을 수 있다.
그중 조직에서도 가장 원하고, 나의 입장에서도 무언가 도전해 볼 만한 기회가 찾아왔는데 사실 이전에 했던 사업과 크게 다른 것은 아니었다. 교육업계에는 몇 년 전부터 정부지원사업이 매출뿐만 아니라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는 규모가 큰 사업들이 진행 중이었고, 그중에서도 단연 K-Digital Training(이하 KDT)이 가장 규모가 컸다.
이전 회사에서는 KDT를 가장 먼저 시작하면서 고용노동부와의 협업을 해본 경험이 있었다. 그 당시 부트캠프라는 것에 이해도가 굉장히 낮았었는데, 단순히 하루 온종일 개발에 몰두할 수 있는 교육을 만드는 것으로 생각했었다.
그래서 가장 큰 실수가 이제까지의 공/사교육과 별 다름없는 단방향성 강의 진행을 설계하는데 급급했다. 또한 취업률이 가장 큰 성과지표로 잡혀있었기 때문에 더더욱 시간에 쫓겨 많은 내용을 가르치는데 집중했었다. 어쩌면 내가 이제까지 받았던 교육들이 이러한 형태였기에 생각할 수 있는 사고가 이 정도에 그쳤었는지 모르겠다.
KDT를 처음 시작한 2020년 여름즈음부터 약 1년 동안 운영하면서 '현타'를 엄청나게 느꼈었다. 정부지원사업들을 많이 해왔지만, 교육생 관리를 위한 복잡한 행정절차가 다른 사업들과는 다르게 관리할 것들이 많은 것도 있었지만 그것보다는 교육을 통해 처음 생각했던 것처럼 성과를 이끌어내기 어려웠던 것이다.
중간에 교육을 바꿔보고 싶었지만, 교육과정 자체를 인증받고 운영하는 절차에 있어 한번 승인받은 교육과정을 수정하는 것도 불가능했었다. (절차가 조금 복잡하지만, 지금은 변경이 가능하다.)
그래서 이번엔 그동안 개선해보고 싶었던 것들을 충분히 반영해서 교육과정을 설계해보고 싶었다. 교육과정을 설계하는 데 있어서 반드시 고려해야 할 것들 (대상, 기간, 커리큘럼, 운영방법 등)이 정말 많았지만 이런 것들보다 이번엔 다른 것들을 제쳐두고서라도 우선순위로 고려해보고 싶었던 것이 있었다.
교육과정을 운영하면서 가장 많이 했던 생각이 '이 교육과정이 진짜 실력을 키우는데 도움이 되는가?', '이 교육과정을 들으면 정말 개발자 취업이 가능한 것일까?'과 같은 것이었다. 결국 핵심은 "교육을 통해 변화를 만들어 줄 수 있는가?"였다고 생각했다.
물론 기존과 같은 방법으로도 만족하는 교육생도 있었고, 변화를 만들어 줄 수 있었다고 생각하지만 부족하다고 느꼈다. 모든 교육생들이 만족할 수는 없겠지만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최선의 교육과정을 만들어보고 싶었다. 그리고 이 과정에 끝에는 결국 교육생이 개발자로서 취업할 수 있도록 기업에서 원하는 인재로 거듭나야 한다는 것이었다.
나는 이 취업을 목표로 하는 교육에 답은 결국 '기업'에 있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