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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석 Feb 19. 2022

새로움 vs 확실함

낯선 환경에서 비롯되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

위 문장은 데카르트가 남긴 유명한 말이다.

이 격언은 불변한 진리를 찾고자 하는 사유로부터 비롯되었다. 데카르트는 이 세상에 있는 모든 것들이 진실이 아닌, 주체가 신이든 악마이든 그 누군가에 의해 조작된 상상에 지니지 않음을 의심하게 된다. 그 의심을 확장하여 진실이 아닐 가능성이 추호라도 있는 것들을 소거해가며 확실한 것, 또는 불변의 진리를 찾아 나섰다. 그가 도착한 결론은 '내가 생각할 수 있다는 사실은 절대로 부정할 수 없다.'이다. 데카르트는 사유의 존재는 절대적인 참이라는 생각을 녹여내 앞선 격언을 만들었고, 그 스스로도 이를 기반으로 다른 명제들의 참을 증명하고자 했다.




오늘 하려는 이야기는

사유와 존재의 관계에 대한 고찰과 같은 고리타분한 아야기가 아니다. 철학자의 사고에서 배울 수 있는 점은 아웃풋으로부터의 배움과 프로세스로부터의 배움이 있는데, 후자를 앞선 격언에 적용하고 그것을 나의 현재 상황에 도입하면서 깨닫게 된 점에 대한 이야기이다.


최근에 기존에 있던 곳을 떠나 새로운 장소로 파견을 오게 되었다. 환경만 달라진 것이 아니라, 맡게 된 업무 또한 평소에 하던 업무가 아닌 완전히 새로운 임무이다. 주변이 익숙함에서 벗어나 완전한 새로움으로 대체되었다.




새로움은 두려움과 불안을 야기한다.

새로움은 다른 말로 내가 처음 마주하는 것, 혹은 확신을 가지지 못하는 것과 같다. 이들은 예측 가능의 범위를 뛰어넘는데, 인간은 본능적으로 통제가 불가능한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에 새로움은 설렘의 이면에 불안감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그러면 새로움에는 필연적으로 불안이 동반되는 것인가, 그것을 없애거나 없애지는 못하더라도 감출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인가 에 대한 질문이 따라왔다. 이에 대한 보조 질문으로 '새로움을 극복하고 그것에 적응하는 것은 어떤 과정인가?'를 떠올렸다.


적응이란 결국 새로움을 줄이고 익숙혹은 확실함을 늘려가는 과정이다. 초등학교 때 새로운 반에 적응하던 모습을 떠올려보면, 적응한다고 해서 엄청난 변화가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그저 반의 위치에 익숙해지고 같은 반 친구들과 친해지는 것 자체가 적응의 과정이다. 다시 말해, '어색함'과 '새로움'의 영역에 있던 환경들이 점차 '익숙함'과 '확실함'의 영역으로 편입되는 과정이 적응이다.


종합해보면, 적응이 새로움에 동반되는 불안이 해소되는 과정이고 그러한 적응은 새로움을 줄이고 확실함을 늘리는 과정이다. 본래 질문에 도입해보자면, 확실함을 넓혀가는 것이 불안을 줄이는 방법이라는 답을 얻을 수 있다.




확실함은 어떻게 얻을 수 있을까?

다시 한번 새 학기 때의 예시를 생각해보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자연스레 적응하는 방법도 있고 친구들과 많은 대화를 나누면서 적응을 하는 방법도 있을 테다. 하지만 시간을 도구로 사용하기에는 그 효과나 기간이 불확실하고 개인의 노력이 개입될 여지가 없다. 후자의 방법처럼 개인의 노력과 능력을 기반으로 확실함을 빠르게 확장하는 방법은 앞선 단점들이 없어지지만, 새로움의 종류가 매번 다를 때 일률적으로 적용하기에는 다소 어렵다.


그렇다면 정말 확실한 것은 무엇일까? 앞서 데카르트가 생각했던 과정을 모방하여 나 또한 불확실할 수 있는 것들을 소거했다. 그 끝에 도달한 결론은 바로 '나'이다. '나'라는 존재는 어떠한 상황에도 공통적으로 존재하는 요소이다. '나'라는 영역에 확신을 갖고 있으면, 그것을 바탕으로 불안감은 지울 수 있고 확실함의 영역은 더욱 빠르게 확장할 수 있을 것이다. 반대로 '나'라는 존재에 대해 믿음과 확신이 없으면 하나의 기둥이 무너지는 셈이다. 그리고 하나의 확실함 없이 새로운 확실함을 만들어내는 것은 그리 쉽지 않은 과정일 것이다.


다시 파견 상황으로 돌아오자면, 이런 생각에 도달하자 나 자신을 더욱더 믿어야 함을 절실하게 느끼게 되었다. 여러 일들로 인해 스스로에 대한 의구심이 들 때에도, '잘 헤쳐갈 수 있을 거야' '오늘의 나는 어제의 나보다 나아졌어' 등의 메시지를 스스로에게 되뇌며 믿음의 기둥을 확고히 했다. 그러면서 '나'라는 확실함의 중심으로부터 그 영역을 확장하기 위해 주눅 들지 않고 노력을 했고, 많이 적응했다고 생각한 지금에도 노력하고 있다.




정리해보자면,

새로움을 마주하면 누구나 불안하기 마련이라고 생각한다. 지금까지는 그것을 당연하게 생각했고, 나 스스로는 시간에게 의지하며 인내하는 것만이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불안감을 걷어내고 설렘만 남기는 것은 본인의 몫임을 이번 기회에 깨닫게 되었다. 본인에 대한 믿음의 중요성에 대해 다시 한번 되새기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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