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시대명사로부터 비롯되는 오해를 줄이기 위해
입사 1년 차인 당신. 어느 날 과장이 불러 찾아간다.
"저번 주에 내가 말한 그거 있지? 오늘까지 꼭 해 와"
이런 말을 선임에게 듣게 된다면 정말이지 오만가지 생각이 든다.
'도대체 뭘 말하는 거지? 시간은 일주일도 지났고 흘려들은 것들도 많은데..'
그래서 용기 내 무엇을 말하는 건지 물어보지만 돌아오는 것은 짜증이다.
"그런 것도 몰라? XX부서에서 요청한 건 있잖아. OO씨는 왜 이렇게 센스가 없어, 센스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XX 부서는 우리와 긴밀하게 협력하는 부서로 하루에만 협조 요청만 수십 건이 들어온다. 하지만 여기서 더 물어봤자 돌아오는 것은 또 다른 짜증과 비난이기에, 질문만 가득 품은 채 적당히 물러난다.
첫 문단에서 언급한 지시대명사의 정의에서 이 부분을 찾아볼 수 있다.
지시대명사를 쓸 때는 항상 조심해야 한다.
지시대명사는 양측이 동일하게 생각하고 있는 대상에 대해 짧게 줄이기 위해 사용된다.
바꿔 말하자면, 지시대명사는 위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사용되는 수단이라고도 볼 수 있다.
하지만 목적이 수단에 우선한다고 생각한다면, 목적을 위한 수단을 가변적인 것으로 바라본다면,
지시대명사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유일한 수단으로 '이것'이나 '그것'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도 도출할 수 있다.
심지어 그 수단이 목적을 달성함에 있어 결점이 존재한다면, 다른 수단을 사용하는 것은 더욱 매력적인 선택지가 된다.
'어제 슈퍼마켓에서 산 딸기맛 우유 신상품'을 다시 가져와보자.
위 물건을 '그것'으로 줄임에 따라 대화의 참여자가 다른 대상을 떠올리게 하는 여지가 생긴다면,
하나의 단어로 몽땅 줄이는 것보다 몇 개의 단어만 차용해서 줄이는 방법은 훌륭한 대체제가 되어줄 것이다.
'어제'라는 단어는 기간을 특정하기 때문에 필수적인 요소라 볼 수 있다.
만약 상대방이랑 어제 간 곳이 슈퍼마켓 밖에 없다면 '슈퍼마켓에서'는 생략해도 큰 무리가 없다.
물론 여기에는 상대방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이렇게 줄여도 상대방이 충분히 알아들을 수 있는지, 어떻게 줄이는 것이 효과적인지,
그리고 어디까지 줄여야 할지를 결정하는 것은 말하는 사람의 몫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어렵고 신경 써야 할 부분이 많은 작업이지만,
그만큼 불필요한 오해의 해소와 신속한 의사소통을 동시에 챙길 수 있는 방법이다.
그 생각을 일치시키는 것이 오해를 해소하는 첫걸음이라 생각한다.
물론 이 글에서 언급한 지시대명사에 대한 이야기는 일부에 속한다. (일반적인 경우까지 다루고 싶었지만 그러다 보니 글이 너무 길어지고 산으로 가서, 나중에 더 깊게 고찰한 다음 풀어보려고 한다)
그래도 '이것'이나 '그것'이라는 단어를 사용할 때 이 이야기를 떠올리면서
쓰임새에 대해 돌이켜보고 고쳐나가려는 것으로부터 노력이 시작된다고 본다.
필자 스스로 꽤나 의미 있던 생각이었다. 다른 사람들도 이 이야기를 품어보고 깊게 생각해보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