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보이지 않은 흙에 물을 뿌린다.
속에는 콩나무의 씨앗이 들어있다.
하나의 생각이 피어오른다
언젠가 싹이 나오기는 할까?
콩나무의 싹 대신 의문의 싹이 틘다.
모든 것이 확실하지 않은 지금,
그래도 나는 여전히 물을 뿌린다.
어느 순간에 두터운 흙의 무게를 이겨내고
새파란 새싹이 수줍게 얼굴을 내밀 것이라 믿으며,
무럭무럭 자라 하늘로 멋있게 뻗어나갈 수 있도록.
햇빛을 잘 못 받을까 봐 괜스레 화분을 옮겨보고
바람이 선선해 보여서 창문을 열어 공기를 구경시켜주고
나의 따스함이 전달될 수 있도록 지긋이 바라본다.
언젠가 스스로 멋있게 우뚝 설 수 있도록.
그러다 문득 나 자신을 내려다보았다. 옷이 흠뻑 젖어있다.
콩나무에게 주려던 물이 나에게 튀고 있었구나.
화분만 집중해서 보고 있더니 내가 젖는 줄 몰랐다.
콩나무는 물을 충분히 머금었겠지만
옷이 젖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콩나무를 얻었지만 옷은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