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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웃음이 Oct 21. 2022

세계 질서를 이끄는 미국 대통령의 절대 권한, 외교안보

[우수미의 "누가 미국 외교·안보를 움직이는가" ①] 미국 대통령

미국은 22조 달러가 넘는 GDP로 세계 경제의 1/4을 점유하고, 전 세계의 38%(7,320억 달러)에 해당하는 국방비 지출과 전 세계적으로 맺고 있는 동맹을 바탕으로 압도적인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는 세계 최강의 슈퍼패권국이다. 미국은 이러한 지위를 바탕으로 다양한 국제문제에 관여해 중요한 결정을 내려왔다.


정치·경제·군사적으로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치는 미국의 외교·안보 정책은 ▴국제환경 변화와 같은 체제적 요인, ▴국내경제 상황, 여론, 선거, 대중지지도 등의 국내 정치·사회적 요인, ▴정부 구조, 조직 형태, 정책의 지속성과 같은 제도적 요인, ▴정책결정자의 개인적 요인 등 다양한 요인들의 상호작용에 영향을 받는다. 다만 미국과 같은 높은 수준의 민주주의 국가의 정책 결정 과정은 개인적 요인보다 개인 외적 요인에 더 영향을 받기 때문에 정권의 변화와 외교정책 상의 변형에도 불구하고 큰 틀에서 미국의 외교·안보 정책 방향은 일관성을 유지해왔다.


한편 국내외 정치·사회적 환경과 같은 개인 외적 요인이 외교·안보 정책 결정의 상수로 작용한다면, 정책결정자들의 역할과 선호는 외교·안보 정책의 본질은 아닐지라도 그 형태와 선택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가 된다. 예를 들어, 케네디의 쿠바 미사일 초강경 압박과 비밀회담의 투트랙(1962), 존슨의 베트남 북폭(1965), 오바마의 크림반도 불개입(2014)과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개입(2015), 트럼프의 북미정상회담(2018, 2019) 등에서 나타나는 대통령의 결정력은 해당 행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의 역동성을 설명하는 주요한 변수다.


미국의 외교·안보 정책은 ①대통령, ②대통령 핵심참모조직(대통령행정실, NSC, 국가안보보좌관실), ③외교·안보 담당 중앙행정부처(국무부, 국방부, 정보공동체) 및 외교·안보정책과 이해관계가 있는 국내 정책 담당 중앙행정부처(상무부, 재무부, 법무부, 농무부, 노동부, 에너지부 등), ④연방의회(상원, 하원), ⑤시민사회(여론, 언론, 이익집단, 씽크탱크) 등 다층적 집단과 계층에 의해 복합적인 구조하에서 결정된다.


이 글은 10부에 걸친 연재를 통해 미국의 외교·안보 정책 결정 과정에서 영향력을 발휘하는 주요 행위자들이 어떠한 역할을 하고 어떤 형태로 정책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고찰한다.     



헌법이 부여한 미국 대통령의 외교·안보권


미국 대통령은 연방헌법이 보장하는 제도적 정당성을 바탕으로 인력과 정보의 압도적 우위 속에 미국의 외교·안보 정책을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행위자이다. 미국 연방헌법 제2조가 미국 대통령에게 부여하는 외교·안보 권한은 ▴집행권, ▴군 통수권, ▴조약 및 행정협정 체결권, ▴인사권 등이다.


먼저, 미국 대통령은 미국을 대표하는 국가원수로 모든 외교·안보 문제에 대한 집행권을 가진다. 또한 모든 외교·안보 사안의 최종 결정권자로서 외교·안보 정책의 수립과 이행, 재외국민 보호, 타국과의 외교관계 수립과 단절, 원조 제공, 신생국 승인 등을 책임진다.


둘째, 미국 대통령은 군 최고 통수권자(Commander-in-Chief)로서 군을 지휘·통솔한다. 미국 헌법은 대통령에게 총사령관으로서의 전쟁 수행권을 주는 동시에 연방의회에는 전쟁선포권과 군 편성유지권을 부여해 대통령의 자의적 군사행동을 제한해 왔다. 1973년에 제정된 전쟁권한법(War Powers Act)이 군대의 해외 파견 승인 권한을 연방의회에 부여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그러나 실제로는 대통령의 권한만으로 최대 90일까지의 군사행동이 가능하다. 군사력 투입에 대한 연방의회의 사후 승인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대통령은 통보만으로 군사력을 투입하고, 이후 연방의회의 승인을 얻지 못하면 60일 이내에 철수하면 된다. 조기 철수가 어려울 때 30일 연장도 가능하다. 이런 맹점 때문에 연방의회가 2차 세계대전 이후 한 번도 공식적인 전쟁 선포를 하지 않았음에도, 미국은 여러 국제분쟁에 군사적으로 개입해왔다.


셋째, 미국 대통령은 국가원수로서 외국 정부와 조약을 체결할 수 있는 권한(Treaty-Making Power)이 있다. 조약은 대통령의 서명으로 체결하고, 연방 상원 출석의원 2/3 이상의 찬성을 얻으면 승인과 동시에 발효된다. 상원의 비준이 어려우면, 조약과 같게 취급되되 연방의회의 승인이 요구되지 않는 외국과의 행정협정(Executive Agreements)을 체결한다. 실제로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이 외국 정부와 체결한 협정의 95%가 행정협정이었다. 이런 경우 연방의회는 예산심의권을 통해 대통령의 권한을 제한한다.


넷째, 미국 대통령은 국가와 행정부의 수반으로서 상원의 인준이 필요한 중앙행정부처의 장·차관, 연방판사, 지역검사장, 군사령관, 대사, 미국이 실질적으로 임명권을 행사하는 국제기구의 장을 포함해 약 7만 5천 명의 연방 공무원에 대한 직・간접적 인사권(Appointments)을 행사한다. 백악관 대통령행정실(Executive Office of the President, EOP) 직원들도 대통령이 직접 임명한다. 대통령이 직접적으로 임명하지 않는 기관장들도 실제로는 인사 과정에서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다. 동시에 백악관 관리예산실(Office of Management and Budget, OMB)과 연방 인사관리처(Office of Personnel Management, OPM)를 통해서 약 200만 명의 연방 공무원의 인사를 감독한다. 즉, 대통령은 인사권을 행사함으로써 정책 실현에 영향을 미친다.


그 외에도 미국 대통령은 ▴연방의회를 통과한 법률안 거부권(Veto Power), ▴연방의회 승인을 요구하지 않는 행정명령(Executive Order) 발동권, ▴연방의회의 요구 정보를 기밀로 취급해 드러내지 않을 기밀유지 특권(Executive Privilege) 등을 통해 연방의회, 언론, 여론 등의 다양한 견제에도 불구하고 외교·안보 정책 결정 과정에서 압도적 영향력을 발휘한다.     



미국 대통령의 독트린


미국 대통령은 국제정치의 중요한 시점마다 선제적으로 미국의 세계전략과 연관된 외교·안보 정책의 원칙과 방향을 담은 선언의 형식으로 독트린(doctrine)을 발표해 해당 행정부의 정책적 정체성을 대내외적으로 밝히고, 이를 통해 국제관계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며 세계 질서의 변화를 주도해왔다.


1823년 유럽의 간섭을 차단하고 미주대륙에서의 배타적 세력권을 형성한 먼로 독트린;

1842년 하와이에 대한 유럽의 개입을 차단한 타일러 독트린;

1904년 세계 경찰을 자처하며 군사력에 바탕을 둔 곤봉 외교(big-stick diplomacy)로 미주대륙에서의 팽창적 제국주의를 공식화한 T.루즈벨트 계론;

1918년 국제법, 국제기구에 근거한 세계 질서 구축을 위해 〈14개조 평화원칙〉을 발표하고, 미국적 가치(민주주의, 자본주의) 기반의 국제질서 확립을 위해 도덕과 명분에 입각한 공격적 도덕 외교와 적극적 개입을 표방한 윌슨 독트린;

1932년 일본의 무력 침탈에 의한 만주국 수립을 불승인한 후버-스팀슨 독트린;

1947년 중립노선을 버리고 반공 지대 구축을 위한 경제·군사적 지원을 발표하며 냉전을 공식화한 트루먼 독트린;

1957년 공산주의 도미노 이론을 바탕으로 중동 등 제3세계에 대한 개입을 강화한 아이젠하워 독트린;

1961년 중남미 국가들과 진보동맹을 맺고 공산 세력 제거와 자유주의 확장을 본격 추진한 케네디 독트린;

1965년 케네디 독트린을 제3세계까지 확장한 존슨 독트린;

1969년 동아시아 지역에서의 군사개입 축소와 당사국의 방위 역할을 강조하며 동·서 데땅트의 물꼬를 튼 닉슨 독트린;

1975년 미중 주도의 아시아 현상 안정화로 소련의 아시아 개입을 저지한다는 포드 독트린;

1980년 중동에서의 석유 수급과 유통로 확보를 위해 군사개입을 불사한 카터 독트린;

1986년 '힘에 의한 평화'를 핵심으로 반공 게릴라와 저항 세력을 지원해 공산정권을 교체함으로써 소련의 세계적 영향력을 감소하려 한 레이건 독트린;

1995년 분명한 출구를 확보해(A Clear Exit Strategy) 세계 분쟁에 개입한다는 클린턴 독트린;

2001년 패권적 힘의 우위를 바탕으로 한 선제공격과 일방주의로 불량국가들을 제거해 세계평화를 유지한다는 W.부시 독트린;

2009년 대화나 다자주의를 통해 제한적으로 분쟁에 개입한다는 오바마 독트린과 2011년 미국의 아시아 전략을 본격화한 아시아 복귀(pivot to Asia) 선언 및 2015년 세계 경찰 역할을 포기하고 미국 주도의 역내균형에서 벗어나 해당 지역 국가들에게 균형의 부담을 넘기는 역외균형(Offshore Balancing) 전략;

2017년 미국의 국익을 최우선으로(America First) 하고, 명백한 국익, 확실한 승리, 분명한 출구가 있을 때만 국제문제에 개입한다는 트럼프 독트린;

2021년 동맹 복원, 권위주의 체제 대처, 민주주의·인권 증진을 우선으로 하고 국제 현안에 대한 과도한 개입을 자제하기로 한 바이든 독트린 등이 대표적이다.


미국 대통령이 국제환경의 변화에 따라 유연하게 외교·안보 정책을 적용하기보다는 외교·안보 정책의 원칙으로서의 독트린을 일방적으로 선포하는 형식을 채택하는 것은 정치권의 초당적 지지를 통해 일반 대중 다수의 지지를 확보하기 위함이다.     



미국 대통령의 외교·안보 정책 결정 과정


미국 대통령의 외교·안보 정책 결정은 해당 업무를 직접 담당하거나 이해관계가 있는 중앙행정부처들과 대통령에게 외교·안보 관련 각종 정보와 자료를 제공하고 대통령의 구상을 대내외적으로 확산하는 역할을 하는 직속 전문가 참모집단의 긴밀한 상호작용 속에서 이루어진다.


대통령의 역할과 중요성은 외교·안보 정책 결정 과정의 동학에서 두드러진다. 외교·안보 업무에 직간접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국무부, 국방부, 정보공동체 등의 중앙행정부처들은 필요한 자료를 수집해 대통령에게 보고하는데, 하나의 외교·안보 사안을 둘러싸고 부처들의 정책지향이 다르거나 입장이 대립하기도 한다. 다양한 보좌기관들을 통해 정보를 보고 받아 위기 상황의 긴박한 외교·안보적 대응에 관한 의사결정을 수행해야 하는 대통령은 외교·안보 정보평가와 정책 기획 과정에서 다양한 견해를 가진 보좌기관들의 이익을 통제하고, 토론과 숙의를 통해 이해관계를 조율하고 이견을 조정한다. 외교·안보 현안들을 유기적으로 연결하고 부처들의 협의를 만들어 내는 과정을 통해 대통령은 자신의 결정 내용을 확보하는 방향에서 정책 결정을 할 뿐만 아니라, 정책 혼선을 피하고 정책 집행에 따른 효과를 높일 수 있다.  


1부에서는 미국 대통령의 외교·안보권과 독트린 및 정책 결정 과정에서의 역할을 살펴봤다. 2~10부에서는 외교·안보 정책 결정 과정에서 영향력을 발휘하는 다른 행위자들의 기능과 역할에 대해 살펴볼 예정이다.



[누가 미국 외교·안보를 움직이는가 ] 미국 대통령

[누가 미국 외교·안보를 움직이는가 ] 백악관 대통령행정실

[누가 미국 외교·안보를 움직이는가 ]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

[누가 미국 외교·안보를 움직이는가 ]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누가 미국 외교·안보를 움직이는가 ] 국무부

[누가 미국 외교·안보를 움직이는가 ] 국방부

[누가 미국 외교·안보를 움직이는가 ] 정보공동체

[누가 미국 외교·안보를 움직이는가 ] 의회

[누가 미국 외교·안보를 움직이는가 ] 언론

[누가 미국 외교·안보를 움직이는가 ] 씽크탱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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