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형 여자랍니다

기도보다 글쓰기

by 우선열

B형 여자랍니다. 공허할 때 무얼 하느냐는 질문에 불현듯 떠오른 생각이다. 성격이 혈액형과 상관관계가 있다고 믿는 편은 아니지만 '감정을 숨기지 않는다'라는 면에서는 B형이 맞다.기쁘거나 슬프거나 나보다 먼저 주변사람들이 내기분을 알아차리곤 한다.'울겠네' 하는 순간 눈물이 흘러버린다. 공허할 때는 말이 많아진다.

빈공간을 소리로 채우려는 듯 아무말 대잔치가 벌어지고 만다 . 요즘 들어서는 혼잣말이라도 해야 직성이 풀린다. 실컷 떠들고 나면 공허함이야 사라질지 모르지만 다른 후유증이 나타나게 된다

말이란 게 하다 보면 말이 말을 낳게 된다. 오죽하면 우리 선조들이 '말로써 말 많으니 말 말을까 하노라'하는 시조 구절을 남기셨겠는가. 청구영언에 나오는 작자 미상의 글이다

실컷 떠들다가' 아차" 할 때는 이미 늦은 법다. 발 없는 말이 천리 간다.내 말에 듣는 이의 의견이 합쳐져서 정체불명의 말들이 떠돌곤 한다. 뒤끝이 없어서 부르르하다가도 곧 잊어버리고 마는편이다. 내가 하지 않은 말에 대해서는 그리 신경 쓰는 편도 아니라서 침소봉대된 말이 있으면 그냥 웃고 넘기곤한다. 그럴 땐 나를 잘 아는 주변 사람들이 '그럴 리가 없다'라고 막아서 주기도 하니 고마운 일이다.

소심하고 착한 후배 중 한 명에게

"선우님, 하느님에게 기도 하세요 기도하면 하느님이 다 들어 주십니다' 하는 조언을듣기도 했다. 내 말을 잘 들어 주던 사람들 중 하나이니 내 말을 듣느라 본인이 지루했을 수도 있지 않을까? 어쨌든 좋은 방법 갖기는 했다.

기도를 하게 되면 혼자서도 공허함을 메울 수 있을 거 같기도 하다. 그러나 기도가 아무나 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하느님", 하고 기도를 하여 두 손을 모으는 순간, 하고 싶은 말이 하나도 생각나지 않았다. 머릿속이 하얗게 변하는 것만 같았다.

'기독교인이 아니라 그런가 보다, 기도하는 법을 배워야겠다' 하는 생각이 들어 후배를 따라 교회에 나가보기도 했다.

"그냥 마음 편히 하고 싶은 말을 하면 돼요"

후배의 처방을 들었지만 기도만 하려고 하면 하고 싶은 말들이 사라지고 만다.

"하느님 안녕하세요?" 하며 마음을 편하게 먹으려 했지만 기도는 내게 너무 먼 세계의 일 같았다. 말로는 기독교인이지만 교회에 잘 가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이다. 지금은 기도 시간에 졸고 있어야 하는초보 신도지만

언젠가는 기도에 익숙해질 날이 왔으면 좋겠다.

어쨌거나 교회를 들락거리면서 좋아하는 성가가 생겼다 '누군가 나를 위해 기도하네'이다. 기도를 못하는나를 대신해서 누군가 나를 위해 기도해 준다면 이보다 좋을 수는 없을 것 같다


그나마 띄엄띄엄 가던 교회에 발걸음을 끊은 요즘엔 글쓰기 연습으로 위로를 받고 있다.기도나 수다 대신 혼잣말을 하다가 어느새 노트북을 켜고 내 생각을 이리저리 옮겨 적는다. 글을 쓰다 보면 내가 쓰고 싶었던 말이 이외에도 이런저런 생각들이 떠오르 곤한다. 생각이 고리에 꼬리를 물게되니 애초에 예상했던 글과는 전혀 다른 글이 되는 수도 있다.

말처럼 즉흥적이지도 않다. 일단 쓰기 시작할 때는 이말 저말 아무 말 대잔치로 공허함을 풀어 놓고 쓰면서 시간이 지나다 보면 어느새 몰입이 되어 생각이 정리되고 고쳐쓰게 된다.

B형 여자의 숨기지 못하는 감정이 글에서 순화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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