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새벽 다섯 시, 혼자 깨어 있는 시간이다.
이 시간의 고요를 좋아한다.
누구의 발자국도 남지 않은 청정한 공간에 첫발을 내딛는 기분이랄까.
숲속에서 맑은 물이 솟는 발원지를 마주하는 듯하다.
당분간 이 고요를 온전히 나 혼자 즐길 수 있다.
잠시 스쳐가는 순간이 아니라, 아침이 시작되기 전까지 이어지는 넉넉한 시간이다.
그 넉넉함이 나를 더욱 흡족하게 한다.
이 시간은 오롯이 나를 위한, 나만의 시간이다.
나는 사람을 좋아하는 성정이라 혼자 있기보다는 함께 어울리길 즐긴다.
그렇다고 살갑게 표현하거나 앞서 나서는 편은 아니다.
대개는 한발 물러서서 지켜보는 것을 좋아하지만,
왁자한 잔치 분위기만큼은 즐긴다.
정작 내가 주인공이 되면 겸연쩍고 민망해 제대로 누리지 못하면서도,
기쁘게 빛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는 일이 좋다.
주인공이 만들어지기까지 그 곁에서 힘이 된 사람들을 떠올리면
그 또한 따뜻한 즐거움이 된다.
태양의 밝음은 밤이 있어 더 빛난다.
하지만 달은 태양처럼 홀로 떠 있지 않는다.
수많은 별들과 함께 어우러지기에 아름답다.
나는 그 은하수 속에서 깜빡이는 작은 별 하나 같다.
깜박이다 사라져도 아는 이 없겠지만,
그 작은 별들이 없으면 은하수도 없다.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존재 같지만,
은하수에는 꼭 필요한 별이다.
한때는 찬란한 태양빛만이 생명의 근원인 줄 알았다.
날개가 타들어 가는 줄도 모르고 태양만을 향하던 이카루스처럼,
무모하던 시절이었다.
다 타서 재가 된 날개를 보고서야 비로소 밤하늘이 보였다.
밤이 지나야 아침이 온다는 단순한 진리를 그제야 깨달았다.
날개가 없어도 두 발로 설 수 있었고,
별빛의 아름다움에 눈뜨게 되었다.
세상 모든 존재에는 제자리가 있다.
그 자리에 있을 때 가장 아름답다.
영원한 것도 없다.
수많은 별들을 잠재우는 태양조차 때가 되면 스러지고,
그 자리를 작은 별들에게 내어준다.
존재가 귀한 이유는 영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작지만 유일한 별로,
잠시 떠올랐다 사라질지라도 그 순간은 남는다.
누군가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그 별에 소망을 담을지도 모른다.
다시 만날 날을 기약했다면,
그 별은 가슴속에서 영원히 빛날 것이다.
만인에게 추앙받는 태양이 되는 것도 좋지만,
단 한 사람의 꿈이 되어 빛날 수 있다면
그 길을 택하고 싶다.
화려한 이들을 진심으로 축하하며
그들의 들러리가 되기를 자처한다.
그들 덕분에 내가 선 자리도 단단해진다.
수많은 사람들 속에서도 문득 고요해지는 순간이 있다.
세상이 정지된 듯, 함께 있으면서도 혼자인 듯한 그 순간—
그때 나는 비로소 나 자신을 발견한다.
그래서 사람들 속에 있는 시간이 더 소중하다.
새벽이 좋은 이유도 같다.
모두가 잠든 시간, 아무런 방해도 없는 고요 속에서
나만의 세계에 몰입할 수 있다.
그 시간의 자유를 사랑한다.
이내 다시 사람들 속으로 나아갈 나를 그려본다.
그래서 새벽은 더 귀하고,
그 고요는 더욱 빛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