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존 도우'를 보고

by 우선열


오랜만에 대학로 나들이에 몸이 가벼워지는 듯하다. 그리 먼 거리가 아니건만 세월을 훌쩍 뛰어넘는다. '좀 더 자주 와봐야겠다" 공염불이 될 줄 번연히 알건만 기어이 한마디 하고 마는 건 모처럼 나들이가 마음에 들었다는 것이다.

나는 지금 대학로에 뮤지컬 '존 도우'를 보러 가고 있다. 4호선 혜화역 1번 출구 바로 앞에 NOL 서경 스퀘어 건물이 있고 지하 3층에서 '존 도우' 공연이 있다. 우리는 4시 공연, 삽십 분 먼저 가서 입장을 기다린다. 스포가 될까 봐 아무런 사전 지식 없이 제목만 듣고 찾아왔으니 궁금증이 두 배, '도우? 피자 도우 말이야?', 짐짓 딴청도 해본다.

100분 러닝타임이란다. 살짝 겁이 나기도 했다. 이젠 몸이 예전 같지가 않아 조금만 지루해도 용틀임과 졸음으로 힘겨운 시간을 보내야 한다. 1시간 40분을 견뎌낼 수 있을까? 이런저런 걱정이 태산이다. 우리 좌석은 무대에서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자리였다. 배우들의 모습은 제대로 보이고 무대도 전체를 아우를 수 있었다.

연극은 조금은 어둡게 시작된다. 대공황 시대, 수많은 사람들이 거리로 내몰리고 삶의 희망을 잃은 사람들은 그들의 삶을 포기한다. 정리해고를 당한 젊은 여기자는 마지막 기사로 존 도우라는 가상의 인물을 만들어 낸다. 불합리한 사회에 항거하는 의미로 크리스마스에 시청 옥상에서 뛰어내리겠다는 기사였다. 존 도우는 삽시간에 영웅이 되고 가짜 존 도우가 만들어진다. 여기자와 존 도우는 부패한 권력에 맞서 진실을 찾아가며 민초들의 희망이 된다.

연극을 보며' 우리의 역사는 민초들에 의해 지탱되었다'는 말이 떠 올랐다. 지정학정 위치상 유난히 외침이 많았던 우리나라를 지켜 낸 의병들이 있었고 IMF같은 어려운 일이 있을 때마다 국민들이 힘을 합쳐 이겨냈었다. 우리 국민이야말로 어려운 가운데도 희망을 잃지 않는' 존 도우'는 아닐까?

역사를 이끌어 온 수많은 우리들의 존 도우들, 그중 남존여비의 사상이 강했던 우리사회를 감안할 때 우리들에게는 수많은 여자 존 도우가 있었다. 전쟁영웅도 한강의 기적도 남자들의 차지였지만 뒤에서 묵묵히 자신의 역할에 충실했던 수많은 여인들, 가족의 생계를 위해 거리로 내몰렸던 그들은 추앙되기 보다는 '아줌마'라는 후안무치의 여성상으로 표현되기도 했다. 한국의 여자 존 도우를 돌아 보는 일, ‘아줌마’로 불렸던 여자들의 진짜 이름을 불러주는 일. 글을 쓰는 동안 내가 이루고 싶은 일이다.

뮤지컬은 음향이 좋지 않았다. 노래 가사도 배우들의 음성도 제대로 듣지 못했으니 아쉬움 남지만 뮤지컬 존 도우는 꼭 한번 보기를 권하고 싶다. 우리들의 가슴 속에 살고 있는 존도우를 찾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