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는 철이 없다. 우리는 사시사철 붉고 탐스러운 열매를 만날 수 있다. 마트의 신선 식품 코너에 로열 자리를 꿰차고 달콤한 향기를 품어낸다. 누구나 한번은 그 앞에서 발길을 멈추지만 아무나 사지는 못한다. 제법 높아진 몸값에 웬만한 서민들은 한두 번 망설여야 한다.
걱정할 건 없다. 신선식품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곳곳에서 딸기의 자취를 볼 수 있다. 딸기 맛 사탕, 딸기맛 스낵, 딸기맛 비스킷, 딸기맛 빵과 딸기 맛 떡도 볼 수 있다. 유감스럽게도 아직 딸기맛 밥은 없다. 누군가 만들어 내면 공전의 히트를 치지 않을까? '딸기 맛 밥' 아이디어에 특허를 신청해 볼까? 언젠가 누군가가 만들게 되면 내 생각에 로열티를 내어야 할 것이다. 딸기맛처럼 달콤한 상상에 젖어 본다.
향기로운 꿈에서 깨는 일은 씁쓸하다. 입맛 한번 다시고 딸기 앞을 떠나야 한다. 싱싱한 딸기 앞에서 입은 상처는 딸기맛 과자로 다스려야 한다. 온갖 딸기맛 과자가 두 번째 유혹이다. 우선보다 나은 차선도 있는 법이다. 딸기의 변신은 무죄.
제과점 딸기 앞에서 다시 한번 발걸음이 멈춰 선다. 설탕에 절여져 윤기를 내뿜으며 하얀 크림 속에 요염하게 들어앉은 딸기의 자태. 백설 공주의 붉은 입술이 이만큼 달콤할까? 값은 한층 더 사악해졌다. 한 조각 케이크가 웬만한 한 끼 식사 가격을 앞지를 수도 있다. 망고 빙수 가격으로 여름 한철 몸살을 앓아야 했지만 딸기 케이크는 사시사철 우리를 유혹한다.
듬뿍 딸기가 든 케이크에 눈길이 머물지만 손길은 딸기 한 알 들어 있는 작은 빵에 머문다. 이미 눈에 익어 버렸으니 그냥 지나칠 수는 없다. 회가 동한 입맛을 다스려야 한다. 딸기 한 알 아니면 반 쪽, 어쩌면 얇게 저며 진 한 쪽이 들어 있는 딸기 케이크를 사들고 의기양양해진다. 드디어 딸기 맛을 볼 수 있는 것이다.
싱싱한 딸기 한 팩으로 이런 케이크를 수백 개는 만들 수 있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딸기 한 팩은 만 원이 훌쩍 넘고 잘 고른 딸기 빵은 그 절반 가격으로 충분하다. 철없는 딸기 앞에서 계산은 별무소용이다. 우선 먹기는 곶감이 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