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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v 11. 2019
[변호사언니들]법률상담은 유료입니다
상담을 문의받게 되면 항상 해야 하는 말이지만 입밖으로 꺼내기 어려워서 침을 꿀꺽 삼키고 숨을 고른 후 하는 말이 있다.
"법률상담은 유료입니다"
1. 대부분의 변호사들은 유료상담체제를 취하고 있다.
최근에 개업변호사들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무료상담을 전면에 내세우며 광고를 하는 사람들이 있기는 하지만
전통적으로 변호사들의 법률상담은 방문상담은
1. 방문 상담
2. 유료 상담
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변호사마다 가격은 천차만별이기는 하지만
개업시장의 격전지인 서초동 시세를 봤을 때
법률상담비용은 시간당 15만원 정도인 것 같다.
나는 고객들이 전화상담을 요청하시는 경우
아주 간단한 사안이 아닌 이상 방문상담을 권장드리며
방문상담의 경우 상담료가 발생한다고 안내드리고
가급적 상담료까지 미리 안내드린다.
기껏 시간을 내어서 내 사무실에 찾아온 분과
상담을 진행한 후 얼굴을 붉히며 돈 이야기를 하는 건 쉽지 않기 때문이다.
2. 전문적인 조언에 대한 정당한 대가
이 주제를 정해놓고,
왜 변호사들은 유료상담을 할까?
왜 무료로 상담하지 않냐고 묻는 사람들에게는 어떠한 답을 주는 게 맞을까?
많은 생각을 했다.
(몇 일째 이 생각을 하다가 자다가 깨어 새벽 4시반에 이 글을 쓰고 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법률상담이 유료인 가장 큰 이유는
매우 전문적인 영역에 대한 조언을 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가령 예를 들어 이혼 이야기를 친구들끼리 밥먹으면서 수다처럼 하는 것과
변호사 사무실에 앉아서 변호사와 함께 하는 것은
대화의 목적 자체가 다르다.
법률상담은 인생에서 한 번 있을까 말까한 중요한 사건에 대한 해답을 구하고
앞으로의 진행방향에 대해서 예측하기 위한 상담이기 때문에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3. 변호사도 당신과의 상담을 위해 많은 시간을 투자했고, 투자한다
부끄러운 경험인데, 20대 초반의 꼬마 대학생 시절, 형사모의재판을 준비하면서
개인적으로 알고 지내던 일러스트레이터에게 부탁드린 적이 있었다.
20대 초반에 사회생활경험이 전무한 나로서는
그 일러스트에 대해서 대가를 지급해야 한다는 사실을 몰라
일러스트레이터님께 큰 결례를 범했다.
그 분은 내게
"내가 너에게 일러스트 비용을 받는 것고, 받지 않는 것도 자유이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나에게 일러스트를 의뢰하는 경우
내가 미리 무료로 해주겠다고 하지 않는 이상 그 비용은 유료라고 생각해야 한다"
고 말했다.
당시에는 그 말이 잘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변호사가 되고, 10년 가량 이 일을 하다보니
당시에 그 분이 한 말씀이 이해가 된다.
그 분이 만든 포스터 안에 들어간 하나의 도형, 하나의 색에는
그 사람이 그간 쌓아온 경험과 실력, 시간이 모두 녹아 있는 것이었다.
한국 단색화의 거장, 이우환의 '선으로부터', 점 하나를 찍는데 6시간이 걸린다고 한다.대부분의 변호사들이 법률상담을 하고, 재판을 진행할 수 있는 자격을 얻기 위해서
5년 정도의 시간을 오롯이 투자해서 사법시험을 준비하고
변호사가 된 후에도 상담을 할 정도의 내공을 쌓기 위해서
소속 변호사로 수년간 많은 사건을 진행한다.
보통 그 정도의 경험과 시간을 쌓아, 법률상담을 한다.
그리고 상담을 오시는 고객들의 사건 중 같은 사건이 하나도 없기 때문에
오기 전에 전화로 최대한 충분한 정보를 받아 사실관계를 파악한 후,
리서치를 해 가며 상담을 준비한다.
그런데 변호사의 의견서 작성시의 시간당 보수는 얼마일까?
이 역시 일반적이지는 않지만
대형로펌의 경우 파트너의 의견서 작성시 타임차지 비용은 시간당 100만원 정도,
개업 변호사들의 경우 의견서 작성비용은 시간당 20만원 정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상담을 하게 되면
그 시간만큼 변호사가 자신이 해야 할 다른 유료업무를 하지 못하고 있게 된다.
사실관계를 정리하는 엑셀파일, 상담 전 사실관계를 파악할 때도 자주 쓴다나 같은 경우는 한 분이 방문상담을 오시게 되면
사실관계를 미리 정리하고, 관련 법리를 1-2시간 정도 정리하고
상담을 1-2시간 정도 진행한다.
그렇기 때문에 상담료는 전문가가 나를 위해서 준비하고, 소요하는 시간에 대한 대가이기도 하다.
4. 내가 아니라 '우리'가 되는 시간
친한 변호사동료와 같이 상담을 들어가보며 알게 된
그 친구의 인상적인 말버릇이 있다.
상담을 진행하면서 상담자와 자신을 '우리'라고 부른다.
가령 법인을 설립하고 싶어서 그 친구를 찾아 온 분과 상담을 진행하게 되면
상담자는 '우리'가 이 법인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법적, 경제적 이점,
'우리'가 피해야 할 법적 리스크 등을 안내받는다.
대부분의 변호사들은 상담을 하는 동안은 상담자와 자신을 동일시해서
다양한 문제를 해결해 준다.
1년에 1번 가는 휴가인데, 한국에 있는 의뢰인이랑 합의안 교환하고 나서 넋이 나간 상태변호사들의 고질적인 문제이자, 삶의 질을 떨어트리는 요인은
일 생각을 놓을 수 없다는 것이다.
예전 동료 변호사는 샤워하다 말고 불변기간(항소시한 등 놓치면 절대 안되는 기간들)이 생각나서
아아아악!하고 소리를 질러 배우자분에게 혼이 났다고 한다.
변호사들은 밥 먹다가도, 애 보다가도, 청소를 하다가도 일 생각이 나면 메모하고 전화하고
전화가 오면 전화를 받는다.
(의사들은 퇴근하면 머리가 OFF모드로 꺼진다는데, 직업을 잘못 고른건가)
이는 상담의 경우도 동일하다.
상담이 한 번의 상담으로 끝나는 경우는 흔치 않고,
계속해서 전화든, 이메일이든 사후적으로도 상담을 해야 할 일이 많다.
그렇기 때문에 한 번 상담이 온 사건들에 대해서는
자다가도, 밥을 먹다가도, 다른 사건을 진행하다가도 고민하다가
뭔가 묘안이 떠오르면 예전에 상담했던 고객에게 전화를 하기도 한다.
5. 상담료는 그냥 날아가는 비용이 아니다
유료로 상담을 진행하더라도 이 비용은 기업에서는 자문비용으로 비용처리가 가능하고
개인은 현금영수증 발행이 가능하다.
그리고 상담 후 소송의뢰를 하는 경우에는 착수금에서 기존의 상담비용을 공제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상담비용을 아까워할 이유는 별로 없다고 본다.
6. 돈 내고 받는 상담, 잘 받는 것도 중요하다
지금까지는 변호사의 입장에서 상담비를 받아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 적었는데
고객 입장에서 기왕 돈내고 받는 상담,
돈 아깝지 않게 가성비 좋게 상담받는 방법도 궁금할 수 있겠다.
1) 리서치를 해서 전문 변호사를 찾아 가라
의사들은 전문의제도를 두고 있고
변호사들은 전문변호사 제도를 두고 있다.
'전문변호사 제도'는 한 분야에서 일정 수 이상의 송무를 수행하고
기고, 학위 등을 통해서 전문성을 획득했다고 인정되는 변호사들에게
대한변호사협회가 부여하는 한시적 자격이다.
한 분야에서 우물을 오래 판 변호사들이 받을 수 있는 자격으로,
한시적 자격이기 때문에 계속해서 그 요건을 유지하지 못하면 다음 시기에는 자격을 잃을 수도 있다
그리고 변호사 광고세칙상 전문변호사가 아님에도 전문변호사라고 스스로를 광고하는 경우를 금지하고 있고
위반사실이 확인되면 제재를 가한다.
한 분야를 1-2건 해본 변호사와 매일 진행하는 변호사는 다르다.
1시간의 상담이 시간낭비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그 분야에 전문성을 가지고 있는 변호사를 찾아 가는 것이 좋다.
대한변호사협회 변호사 징계내역, 전문변호사가 아닌데 표시하는 경우 과태료 부과대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