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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우리는 모두 스러진다
-Heum의 '그 극장의 마지막 상영'
by
Woosun Cho
Aug 23. 2019
압구정 스폰지하우스가 2009년 8월 31일을 마지막으로 문을 닫았다.
경기침체로 수많은 가게들이 문을 닫았지만
스폰지하우스의 폐관은 다른 경우와는 약간은 다른 '사건'성을 가지고 있었다.
Theater 2.0일 때부터 항상 그 자리에 있었던
작고 눈에도 잘띄지 않는 극장간판.
나에게 있어서 그 영화관은 일종의 랜드마크이자, 압구정이 아무리 상업적으로 변질되어가도
그 곳만은 항상 거기 있어줄 것 같은, 일말의 희망이었다.
그 주변에서 Cafe Artigiano가 처음 생겨서 서서히 인지도를 쌓아 가고
라테 아트라는 것을 거의 처음으로 국내에 도입할 때도.
Sketch라는 이탈리아 레스토랑이 위치를 옮겨서 영업을 할 때도.
Starlite가 야심차게 압구정에 세를 확장했다가 쓸쓸히 이사를 떠날 때도.
Theater 2.0은 소위 안 팔리는 영화라도 꾸준히 소신을 지켜서 묵묵히 걸어두는 뚝심을 가지고 있었다.
오랜만에 스폰지 하우스에서 봤던 영화들을 생각하다 갑자기 Heum의 '그 극장의 마지막 상영'이 떠올랐다.
어쩌면 우리는 결국에는 태어날 때부터 이미 정해져 있는 '종말'을 향해서 한 걸음씩 전진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아무리 아름다운 인생이라도 결국에는 Fine.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고. 막을 내린다.
Heum의 음악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애수'라고 불러도 좋을 것 같다.
희망을 안고 천천히 상승하다가 결국에는 저항할 수 없는 중력에 이끌려 추락하는 멜로디.
이미 우리는 끝은 알고 있다.
오리라는 것. 부인해도 소용 없다는 것.
하지만 마지막 상영이 끝나고, 불이 켜질 때까지는
각자의 역할을 충실히 연기해나갈 것이다.
드럼이 차분하게 행진을 시작하고 나면
섹소폰이 멜로디를 이어 나가는데 처음에는 차분하게 시작되다가
슬슬 클라이맥스를 향해서 나아가고 천천히 fade out.
피아노의 솔로 연주가 이어진다.
다시 섹소폰이 처음의 멜로디를 다시 시작한다.
Heum의 앨범자켓
음악가 정보
-동아대 출신 젊은 연주자들이 모여 구성된 재즈밴드 Heum은 음과 음 사이를 메운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현재 홍대의 여러 클럽에서 연주를 하고 있고 대학로의 '천년동안도'에서도 고정 출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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