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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oo Tak Lee Jun 02. 2016

나이키가 루이뷔통을 이긴다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브랜드가 결국 승리합니다 

  



출처: 무한도전 





 얼마 전 일본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일본은 참으로 마케터에게는 좋은 나라입니다. 다양한 가치와 취향이 존재하고 세분화되어있습니다. 적절한 내수시장 크기와 개취를 존중하는 문화이기에 소비재 산업이 많이 발달되어 있어 마케터로서 많은 자극과 영감을 받습니다. 이와 중에 가장 많이 영감을 받은 건 브랜딩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요즘 핫하다는 '마스다 저' 『지적 자본론』이란 책에서 언급한 츠타야 서점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결국 이제 대중이 원하는 건 이제 제품과 서비스 자체의 가치와 효용이 아닌 그것이 만들어내는 라이프 스타일입니다.



       "무엇을 살 것인가가 아닌 어떻게 살 것인가 를 제안하는 브랜드가 이제 대중의 선택을 받습니다."



 일본에 가니 마가렛 호웰, 록시땅, 키츠네 등 다양한 뷰티&패션 브랜들은 저마다의 브랜드 컨셉에 적합한 라이프 스타일을 제안하는 방향으로 브랜딩을 하고 있었습니다. 라이프스타일은 의식주를 포괄합니다. 그리고 그 의식주의 경험을 통해 삶을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소비자의 근거 기준을 제시합니다. 


 저는 패션 브랜드인 마가렛 호웰 매장에서 모던하고 오가닉적인 의류, 가구 등을 쇼핑하고 바로 매장 내 카페에서 라떼 한잔과 당근 케이크를 시켜 푸른 녹음에 둘러싸인 앞뜰 테이블에서 여유롭게 쉬었습니다. 의식주를 포괄하는 브랜드 콘셉트를 경험함으로써 나는 앞으로 어떤 삶을 꿈꾸고 어떤 라이프 스타일을 살지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마가렛 호웰은 이제 단순한 소비재 브랜드가 아닌 제가 지향하는 라이프스타일을 제시하는 근거 기준이 되었습니다. 아마 제가 지향하는 라이프 스타일을 바꾸지 않는 이상 이 브랜드는 절대 제 머릿속에서 사라지지 않을 겁니다. 


이번에 직접 방문한 도쿄 마가렛 호웰 매장입니다.




브랜드, 왜 라이프 스타일에 빠졌을까?


그렇다면, 왜 브랜드는 이제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방향으로 선회하고 있는 걸까요? 제가 생각하는 바는 이렇습니다. 

여기까지 제 글을 읽으셨다면, 미끼를 덥썩 무셨군요 ^^;;



1. 지배적 판단 기준의 몰락

 - 과거 우리가 속한 집단, 사회, 국가 등은 저마다 모범적인 삶의 규범들이 있었습니다. 우리나라만 해도 90년대까지는 옳다고 여겨지는 라이프 사이클과 생활방식이 엄연히 존재했습니다. 사회적 통념, 종교적 신념, 전통적 가치 등이 그런 역할을 수행했습니다. 그러나 2000년대를 들어오면 그런 가치 규범들이 점점 흔들리기 시작하여 최근 들어와서는 절대적 규범이란 것이 모호해졌습니다.  늘어나는 비혼족과 다원주의 등등이 그 결과입니다. 대중은 점점 자신의 삶에 대한 판단기준을 이제 부모나 어른 혹은 전통과 이념 등에서 찾지 않습니다. 그 빈자리를 점점 소비사회의 종교와 같은 브랜드들이 대신하고 있습니다 


2. 초연결된 세상 

 - 사물인터넷, 소셜미디어, 모바일 등으로 대표되는 초연결은 이제 생산자와 소비자의 정보 비대칭을 급격하게 줄이고 있습니다. 요즘 핫하다는 O2O가 그 경계를 허무는데 가장 대표적인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더 이상 브랜드들은 자신들의 장점과 단점을 과장할 수도 감출 수도 없습니다. 네티즌들이 LG전자 노트북의 실제 무게를 재보고 표기와 달리 더 적게 나간다는 사실을 밝혀 냈을 때 이 사실이 전국에 퍼지는 건 불과 하루 반나절이었습니다. 초연결 시대의 브랜드들은 더 이상 내가 잘났다, 내가 뛰어나다 라는 자기 포장이 통하지 않기에 차별화된 다른 방식으로 소비자에게 소구 해야 합니다. 그런 상황 속에서 브랜드들이 주목한 것이 당신의 어떤 삶을 위해서 우리 브랜드가 필요하다는 라이프스타일 제안으로서의 접근이었습니다 


3. 소비자 욕구의 다원화 

 - 다원주의, 개인주의의 발달로 소비자들의 욕구가 다양해졌습니다. 너무나도 다양해진 욕구를 브랜드들이 일일이 맞추기 위해선 엄청난 제품 라인업이 필요할지 모릅니다.  또한 과거 성장시대에선 소득별, 연령별, 지역별로의 세분화와 타깃팅이 유효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너무나도 다양화된 소비자들은 이제 그룹핑하는 것도 어려워졌습니다. 우리는 브랜드 풍요의 시대 속에서 특정 브랜드를 소비할 때 꼭 작심하고 그 브랜드만을 구매하는 경우는 드뭅니다. 승진을 하거나 인센티브를 받았을 때는 여유로운 주머니 사정과 기분을 내려고 프리미엄 브랜드를 선택할 수도 있지만, 경조사가 많고 카드값이 많이 나올 때에는 보급형 브랜드를 구매할 수도 있습니다. 특정 개인의 소비 패턴은 나이&지역&직업 등의 고정값 보단 이렇게 상황과 정황에 시시각각 좌지우지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이유로 빅데이터 분석이라던가 위치기반 기술 등을 통해 소비자를 이해하려고 노력하지만 브랜드가 소비자를 트렉킹 한다는 건 여전히 쉽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소비자를 쫒아가기보단 선제적으로 소비 자을 선도하는 라이프스타일 제안이 브랜드들의 새로운 전략으로 대두되고 있습니다.



나이키, 루이뷔통을 이기다 



 얼마 전, 포브스가 발표한 세계 브랜드 가치 평가 패션 부분에서 수년째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는 루이뷔통이 나이키에 1위 자리를 내주었다는 뉴스를 접했습니다. Just do it란 강력한 메시지를 통해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가. 어떤 라이프 스타일이 나이키스러운지를 꾸준히 제시했는데, 결국 이렇게 되었습니다. 루이뷔통이 우리에게 제안하는 라이프 스타일이 어떤 건지 전 잘 기억이 안 납니다. 하지만 우리 대부분은 나이키라는 브랜드가 우리에게 말하는 삶의 가치에 대해서는 너무나 쉽게 이해하고 기억합니다. 


결국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브랜드가 승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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