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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율의 독서 May 27. 2023

딸에게 다시 읽어주는 《사기 열전》 4.  

관안 열전 管晏 列傳.

오늘 읽어줄 이야기는 《사기 열전》의 2번째 편인 〈관안 열전〉이다. '관안'이란 춘추시대 제나라 사람 '관중'과 '안영'을 일컫는 것이며, 춘추시대는 기원전 770년부터 기원전 403년까지의 시기를 말한다. 참고로 전국시대란 기원전 403년부터 진시황이 중국을 평정한 기원전 221년까지라는 것도 한번 더 짚고 넘어가자. 숫자와 낯선 사람들의 이름이 계속 나오니까 조금 복잡하지? '역사'라는 건 인물과 시간 그리고 사건으로 만들어 지는 것인데, 네가 좋아하는 그림책에다가 시간을 포개 놓은 것이라고 생각하면 그리 어렵지 않을 것 같다. 


그럼 이제부터 〈관안 열전〉을 함께 읽어볼까?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관중管仲', '포숙아鮑叔牙', '환공桓公' 그리고 '안영晏嬰'이며, 이들이 살았던 나라는 기원전 379년에 사라진 '제'이다. 〈관안 열전〉첫 문단을 함께 읽어보자. "관중 이오夷吾는 영수水 근처 사람이다. 젊을 때 늘 포숙아와 사귀었는데, 포숙은 그의 현명함을 알아주었다. 관중은 빈곤하여 언제나 포숙을 속였지만 포숙은 끝까지 그를 잘 대해 주고 속인 일을 따지지 않았다." 누가 나를 속이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개의치 않는 것, 속이 좁은 아빠는 불가능하다. 


이어지는 문단도 함께 읽어볼까? "시간이 지난 뒤 포숙은 제나라 공자公子(제후의 아들) 소백을 섬기고 관중은 공자 규를 섬겼다. 소백이 왕위에 올라 환공이 되고 [이에 맞서던] 공자 규는 [싸움에서 져] 죽었다. 관중은 옥에 갇히는 몸이 되었으나 포숙은 [환공에게] 관중을 마침내 추천하였다. 관중이 등용되고 제나라에서 정치를 맡게 되자 제나라 환공은 천하의 우두머리가 되어 제후들을 아홉 차례나 모아 천하를 바르게 이끌었다." 관중은 훗날 포숙을 생각하며 이렇게 말했다. "나를 낳아 준 이는 부모이지만 나를 알아준 이는 포자이다."


이제 '안영'이라는 인물을 한번 만나볼까? 이번 이야기의 이름이 〈관안 열전〉이지만, 관중과 안영은 만난 적이 없다. 관중이 죽고 나서 "100여 년이 지나 안영이 등장"했고, 안영이 공직을 대하는 태도가 관중과 비슷했기에 사마천은 두 사람을 한 이야기에 묶은 것이다. 역시 안영을 이야기하는 사마천의 첫 문장을 읽어보자. "안평중晏平仲 영은 내나라 이유夷維 사람으로 제나라 영공, 장공, 경공을 섬겼으며 절약과 검소함을 실행하여 제나라에서 중용되었다." 아빠는 요즘 '부패하면 무능하다'는 전직 대통령의 말씀을 새기고 있다. 


아빠가 〈관안 열전〉에서 꽤 오래 생각한 문장은, 관중이 제나라 재상이 되고 난 후 자신의 정치 철학을 이야기 한 다음 표현이다. "창고에 물자가 풍부해야 예절을 알며, 먹고 입는 것이 풍족해야 명예와 치욕을 알게 된다." 창고에 많은 것을 쌓아 놓았다고 해서 예절을 아는 것도 아니고 또한 먹고 입는 게 넘친다고 해서 명예와 치욕을 아는 것도 아니지만, 예의를 몸에 새기고 명예로운 행동을 하려면 반드시 적당한 수준의 돈을 가져야 하고 건강한 음식을 꾸준히 먹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함께 잘 사는 게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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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시간에는 《사기 열전》의 3번째 편인 〈노자 한비 열전〉을 읽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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