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근차근, 차곡차곡.
어제 독서모임 '책으로20' 1년을 결산했다. 아침 8시에 서울시 강서구 등촌동에서 만나 콩나물국밥을 한 그릇 하고, 근처 카페에서 커피를 한 잔하며 2025년 한 해를 돌이켜봤다. 독서모임을 운영하는 두 사람이 스무살에 처음 만났고, 매달 20일 무렵에 책 이야기를 주고받는터라 모임 이름이 '책으로20'이다. 책 이야기는 대개 랜선으로 하나, 어제 모임은 한 해의 마지막 시간이기도 하고 책 이외 사는 이야기도 하고 싶어 오랜만에 대면했다.
2025년 독서모임의 첫 갈래는 '어린이책'이었다. 2024년 10월에 <책과 노니는 집>을 우연히 읽게 됐는데, 그 충격이 상당해 '어린이책' 또는 '그림책'을 꾸준히 읽어보자는 합의에 이르렀다. 그렇게 하여 만나게 된 책이 <가방 들어주는 아이>, <동백꽃이 툭,>, <난 잘 도착했어>, <엄마가 아플 때>, <아빠가 아플 때>이며, 이 가운데 <엄마가 아플 때>, <아빠가 아플 때>는 가족의 건강을 염려하며 읽게 된 책이라 각별히 의미가 있었다.
독서모임의 두 번째 갈래는 '고전古典'이었다. 2024년 12월 3일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언 이후 그의 이상 행동에 흥미가 생겨 셰익스피어의 <맥베스>, <햄릿>을 읽었고, 40대 중턱을 넘어가는 모임 공동운영자들이 삶의 갈피를 잡아보고자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을 두 달에 걸쳐 읽었다. 친구는 이 고전들을 어떻게 읽었는지 모르겠으나, 나는 이 가운데 <데미안>을 여전히 내 것으로 만들지 못하고 있는데 아직은 인연이 아닌가 보다.
'책으로20' 세 번째 갈래는 '트렌드'였다. 한강 작가의 2024년 노벨문학상 수상 덕분에 <소년이 온다>를 연초에 읽었고, 2025년 4월 4일에 헌법재판소에서 선고한 '2024헌나 8 대통령(윤석열) 탄핵' 사건의 결정요지를 함께 읽었다. 경남 진주의 김장하 선생을 알게 된 건 2025년의 큰 수확이었다. <줬으면 그만이지>를 읽으며 내 삶의 태도를 되돌아보게 되었고, 비상계엄 이후 고위공직자의 추태를 더욱 자세히 들여다보게 되었다.
'책으로20'은 그간 42번 이어졌다. 2022년 2월에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로 시작해 시행착오를 겪으며 오늘에 이르렀다. 두 사람이 회사일로 바쁘거나 건강이 좋지 않았을 때를 빼고는 거의 매달 책 이야기를 했고, 별 거 아닌 거 같은 이 시간들이 일상을 지켜가는 큰 버팀목이 되고 있다. '책으로20'은 2026년에도 "사부작사부작 꼼지락꼼지락" 이어질 것이며, 완벽하지는 않더라도 삶을 "완성하는 습관"으로 꾸준히 계속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