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모임 '문발동' 1년 결산.

2025.03.16 ~ 11. 22.

by 우율의 독서

독서모임 '문발동' 1년을 결산한다. 2025년 2월에 결성해 3월에 첫 모임을 했고 11월에 마지막 모임을 가졌다. 1년 동안 책 7권을 읽었고 6월, 8월, 10월은 건너뛰었다. 독서모임이 '문발동'인 건 모임을 운영하는 두 사람이 2022년 3월에 경기도 파주시 문발동에서 처음 만났고 지금도 이 곳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독서모임을 시작한 특별한 계기는 없었다. 서로 오며가며 지내다가 '책 한번 읽어보자'는 말이 누군가로부터 나왔었고, 마침 그때가 서로의 자녀들이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시기라 학부모로서 뭔가 강한 결심이 필요했었던 거 같다.


첫 모임 때 읽었던 책은 <믿는 만큼 자라는 아이들>이었다. 첫 모임이니만큼 공통의 관심사가 필요하여 이 책을 선택했고 운영자 둘다 좋은 책이라는 의견을 모았다. 나는 이 책에서 '모르는 건 끝까지 모른다고 해라. 모르는 걸 아는 척하는 사람처럼 바보는 없다'라는 문장이 각별히 인상에 남아 딸아이가 등교하기 전에 이 말을 자주 하곤 했었다. 그 다음 고른 책은 <일류의 조건>이었고, '닮고 싶은 사람의 말과 행동을 그대로 반복하여 내 것으로 만들라'는 작가의 이야기가 강렬하게 다가왔다. 이 책 덕분에 무라카미 하루키도 다시 보게 되었다.


7월에는 카프카의 <변신>을, 9월에는 김훈의 <칼의 노래>를 읽었다. <칼의 노래>는 내가 <변신>은 다른 운영자가 선택했는데, 나는 작가의 간결하고 힘 있는 문장을 공동 운영자에게 말하며 그의 초기 작품을 읽어보자고 했었던 거 같다. <변신>은 공동 운영자가 힘든 시기에 공감한 것이라며 함께 읽어보자고 제안했던 책인데, 나는 내 의견을 말하기보다 이 책을 고른 이의 당시 심정과 지금의 상황을 듣는 데 중점을 두었었다. 돌이켜보면 이 책들을 완전히 못 읽고 모임에 임했던 거 같은데 때가 되면 찬찬히 읽고 내 것으로 만들 생각이다.


11월에는 <운수 좋은 날>과 <오셀로>를 읽었다. <운수 좋은 날>이 선택된 건 뜻밖의 일이었다. 2002년에 방영된 <야인시대>를 다시 보게 됐다는 공동 운영자가 드라마에 나오는 '인력거'에 눈길이 가게 되어 이 작품이 이 떠올랐다는 것이었다. 덕분에 나도 이 작품을 아주 오랜만에 읽게 됐고, 현진건의 문체가 너무나도 강렬하여 <B사감과 러브레터>, <고향>까지 내처 읽었었다. <오셀로> 역시 공동 운영자가 고른 책으로, 우리 두 사람은 가족 모두가 함께 간 캠핑장에서 오셀로와 캐시오가 어떤 과정으로 서서히 몰락해갔는지 이야기했었다.


독서모임 '문발동'은 잠시 휴식기에 들어간다. 매달 모임을 꾸준히 가질 수 있는 상황이 아닌 것 같고, 무엇보다 독서모임을 대하는 두 사람의 마음가짐에 좁히지 못할 차이가 있는 듯 하다. 새해에는 <노인과 바다>, <동물농장>, <1984> 같은 20세기 서양고전문학을 읽어보자고 결의까지 했으나 여태까지 지속된 과정들을 봤을 때 당분간 쉬는 게 맞겠다는 판단을 했다. 그리고 어쩌면 지금 휴식을 가져야 두 가족이 앞으로도 계속 돈독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책은 안 읽으면 그만이지만 관계는 또 그런 게 아니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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