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시간이 지난 후 책방에는 책을 읽는 손님 한 명과 나, 둘뿐이었다. 그 때, 우리 엄마 또래의 손님들 네 명이 들어왔다. 손에는 정체불명의 검정봉지를 들고.
검정봉지를 가지고 온 손님들 중 대부분은 떡볶이, 순대, 김밥 등 먹거리를 가지고 와 먹어도 되냐고 한다. 그게 아니라면 청국장이 든 검정봉지를 나에게 내밀며 냄새가 나서 못 들고 있으니 갈 때 가지고 가게 좀 맡아달라고 하는 경우다. 물론, 거절하지 못해 다 해드렸다.
손님에 대한 나의 색안경이길 바라며 지켜보는데 검정봉지를 4인 테이블 위 중간에 떡하니 올려놓고는 주문을 하러 오신다. 주문을 하고 음료를 만드는 동안 열지 않고 기다리시길래, '아 안드시나보다.' 하고 있었다.
음료를 내어드리러 갔더니 얼핏 검정봉지 안에 든 게 음식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음료를 테이블에 내려 놓자마자 손님 한 분이 "이거 시장에서 사온 떡인데, 좀 먹어도 돼죠?"라고 묻는다. '돼죠?'는 답을 정해놓은 질문이 아닌가. 자영업자의 마음으로 숨을 고른 후 활짝 웃으며 답했다. "안돼요."라고.
손님은 내 대답을 듣자마자 뒤돌아서는 나에게 말하는 건지, 함께 온 분들께 말하는 건지, 그냥 큰 혼잣말인지 모르게 말했다. "아니, 난 또 웃으면서 말해서 된다는 건줄 알았네. 누가 안된다는 걸 웃으면서 말해. 아니 왜 웃으면서 말해 (...)" 한 열 번쯤은 계속 말했던 것 같다.
'그럼 울면서 말할까요?' 이 말을 내 마음의 검정봉지에 담아 꽉 묶고 숨겨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