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한 권이 있어서

by 우와

선물은 뭔지 모를 때가 더 설레는 것 같다. 뭔지 모를 선물 꾸러미를 받았을 때부터 안에 무엇이 들어있을지 궁금해하며 꺼낼 때까지 모든 과정이 참 두근거린다. 그런 마음을 담아 책도 비밀스럽게 담아두면 어떨까 생각했다.


그래서 책을 소포처럼 담아 리본을 둘러 포장했다. 그리고 겉에는 책 속의 문장을 적었다. 책의 장르와 함께. 그렇게 만들어진 <우연히, 한 권>이 제법 예뻐서 사진에 담아 소식을 전했다.


다음 날 늦은 오후, 한 손님이 어제 올린 소식을 보고 찾아왔다며 오자마자 <우연히, 한 권>을 찾았다. 그리고 감탄사를 내뱉으며 하나하나 살펴보는데, 그 모습을 지켜보는 내가 오히려 더 두근거렸다. 손님은 어떤 문장이 마음에 와닿았을지, 어떤 장르를 고르실지 참 궁금했다.


그렇게 고른 건 시집 한 권이었다. 딱 어울리는 시집을 고르셔서 신기했다. 그리고 함께 주문한 바밤바라떼까지. 바밤바라떼의 아이보리 색과 소포 꾸러미의 갈색이 참 예뻐 보였다. 봄 같은 손님의 분홍 니트까지. 너무나도 사랑스러운 한 장면을 놓치기 아쉬워 허락을 받고 사진으로 담았다.


그렇게 첫 한 권을 보내고 몇 권의 책들이 소포 꾸러미에 담긴 채 운명의 상대를 찾아갔다. 다들 어떤 마음으로 이 책방에 와서 그 책을 골랐을지 너무 궁금하던 참에 글 하나를 보게 되었다. '황리단길에도 유명한 책방이 있는데 거기 패스하고 여기 간 이유가 저 소포로 포장되어 있는 책을 팔아서 (...)'라는 글이었다.

책을 소포에 담지 않았다면 만나지 못했을 손님이라고 생각하니 운명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또 황리단길의 유명한 책방 대신 작은 이 책방을 찾아와 주셨다니 괜스레 뿌듯하기도 했다.


<우연히, 한 권>이 있어서 우연도 운명이 되었던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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