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손님이 없었던 하루, 혼자 시간을 보내다가 문득 책방을 정리해야겠다 싶어 밀린 재활용품과 쓰레기 봉지를 두 번에 나눠 내다버리고 돌아오면서 '책방 청소 열심히 했으니, 문닫기 직전이라도 손님을 많이 보내주세요.'하고 누군지 모를 누군가에게 빌었다.
잠시후 책방에는 어려보이는 소녀 두 명이 나란히 들어와 음료를 주문했다. 책방의 시그니처 두 종류로. 그리고 소녀들은 보드게임을 꺼내 소곤소곤 이야기 나누며 보드게임을 했다. 아니 아직도 하는 중이다.
이어서 들어온 손님은 들어오자마자 책장 곳곳을 꼼꼼히 살폈다. 미리 찾아보고 온 건지 우연히 온 건지 궁금했는데 물어보진 못했다. 손님은 비밀소포에 포장된 책 한 권을 고른 후 잠시 책을 보고 간다며 자리에 앉았는데, 그것도 잠시 책방 곳곳을 애정어린 눈길로 바라보다 카메라에 담았다. 그 모습을 그냥 지나칠 수 없어 엽서이벤트가 있으니 한 번 참여해보시라 했는데, 흔쾌히 직접 찍은 사진들을 나누어주셨다.
다시 책방 구석구석을 둘러보다가 책 하나를 골라 나에게 와 중고도서로 구매할 수 있는지 물었다. 김영민 작가의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 였는데, 오늘 아침 이 책을 알게 되어 사려던 참이었다고 했다. 우연히 발견한 책이 정말 운명의 책인 순간이었다. 이 책을 밀리의 서재에서 찾아보는데 오디오북 밖에 없어서 소장하고 싶어 오늘 오후에 구매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마침 여기서 만나게 된 것이다.
오늘 하루 내내 혼자 책방을 지키고 있다가 이 손님을 만나니 지루했던 하루가 싹 잊혀진다. 연달아 들어온 손님도 경주의 작가들이 쓴 책들을 정성스레 보다가, 글쓰기 선생님이자 책방 멘토의 책을 골라갔다. 그 또한 신기했는데,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지 못한 게 아쉽기만 하다.
막상 얘기를 해보면 어려울 게 아닌데, 책방을 찾는 손님들에게 먼저 말을 거는 그 첫 순간이 참 부끄럽고 어렵다. 더 많은 이야기를 듣고 싶은 내가 이겨내야 할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