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을 찾는 할머니

by 우와

늦은 오후 할머니 한 분이 책방 앞에서 안을 들여다보며 망설이고 계신다. 냉큼 가까이 가서 따스운 눈빛을 보내며 들어오시라는 제스처를 취한다. 할머니도 안심이 되셨는지 들어와 여기저기를 둘러보다가 "소설책도 있어요?"하고 물으신다. "네, 소설도 있어요."라고 책방의 여러 책장에 있는 소설책들을 소개해 드린다.


글씨가 작은 건 읽기 어렵다며 글자가 큰 책을 찾으신다. 내가 아는 작가님이 어른들을 위해 12포인트의 글자 크기로 책을 냈는데, 에세이라 하니 소설이어야 한다고 하신다. 꺼내져 있는 여러 소설을 보시고도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다른 책은 없냐는 말씀에 아직 책장에 꽂히기 전인 도서들을 서랍에서 꺼내 함께 본다.


생각보다 할머니의 취향은 확고했다. 소설이지만 길게 하나로 된 이야기는 아닐 것, 짧은 이야기가 여러 개 담겨 있을 것, 오래된 이야기일 것, 그리고 비싸지 않은 책일 것. 단편집 칸으로 할머니를 데려가 하나씩 소개해 드리다가 문득 떠오른 책이 있었다. '인류애를 가득 채워줄 휴머니즘' 칸에 있던 책. 가슴 찡한 우리 이웃들의 이야기를 주제로 하는 책이었다.


소설을 찾는 할머니는 사실 소설보다는 이야기라는 표현을 더 많이 쓴 걸 보아, 소설 같은 일상의 이야기를 찾는 것 같았다. 할머니에게 소개한 책은 길게 하나로 되지 않고, 가슴 찡한 짧은 이야기들이 아주 많이 담겨 있고, 오래된 그리고 저렴한 책이었다. 이제 다음 단계는 총 세 권의 책 중 하나를 고르는 것. 할머니는 "드라마도 중간이 제일 재밌어! 이런 건 중간을 사야 해!"하며 시리즈 중 두 번째 책을 골랐다.


멀리서 왔다는 소설 할머니는 책방을 찾는 게 참 쉽지 않은데, 오랜만에 책방을 봐서 너무 반갑다며 품에 책 하나를 안고 돌아갔다. 할머니랑 이 책 저 책 꺼내보며 같이 얘기를 나누던 한가한 오후를 오래오래 기억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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