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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적임 15 '감정의 꼬리표'

by 우여나
오늘의 끄적임 #15

감정이 너무 오래 머무르는 것 같아 괴롭다.

아침의 기분 나쁨이 하루 종일 나를 따라다니고

한번 들어온 불안은 하루 종일 나를 흔들어댄다.


"왜 나는 이렇게 감정을 쉽게 흘려보내지 못할까?"


감정의 꼬리표를 덕지덕지 붙이는

습관이 생겼기 때문이다.

감정은 본래 흘러가고 흩어진다.

하지만 그 감정을 물고 늘어지는 건 '나' 다.


감정을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하고,

그 위에 해석과 의미를 덧붙이며

감정을 머무르게 하는 것도 결국 ‘나’다.

아마도 ‘감정 그 자체’를 느끼는 게 버겁고

무서웠을 수도 있다.


'불안해'라는 감정은 어느새

"왜 그런 선택을 했을까?"

"이런 내가 참 바보 같다"

"내가 어중이떠중이 같았을 거야"로 변형된다.


감정은 신호였을 뿐인데,

겹겹이 쌓이는 나의 해석의 꼬리표들이

'감정은 나를 괴롭히는 수단'이라는 꼬리표가 되어

감정에게 붙여진 건 아닐까?


"오해하는 건 나였어
내가 끈질기게 감정에
나의 해석들로 꼬리표를 붙이고 있더라."


감정은 흩어진다.

대신 그대로 바라봐줄 때, 흩어질 수 있다.

반면에

흩어지지 못하게 감정에 엮어버린 나의 꼬리표들은

내 안에 깊이 각인되어 말로 남는다.


감정을 흘려보내고 싶다면

내가 엮은 해석을 잠시 내려놓고,

그 위에 덮여 있던 진짜 감정을

바라보는 시간을 내어줘야 한다.



“내가 느끼는 감정들은 하루살이들이야.
흩어지지 않고 감정이 여기까지 왔을 땐,
내가 붙인 말들로 그 감정의 생명을
계속 연장시킨 거야. “









완벽하지 않아도, 정답이 아니어도

그저 자유롭게 적어 볼 용기


지금 이 순간

머릿속을 스쳐가는 생각들이

그냥 흩어지지 않도록

[오늘의 끄적임]을 시작해 보려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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