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든지 처음이 가장 어려운 법이고, 인간은 적응의 동물
두 번째 학기는 주말에 수업을 듣기로 했다. 슬픈 이야기지만 신변의 변화로 저번학기와는 다르게 나의 토요일에 시간이 많이 생겼기 때문이었다 ^0^.. 그리고 하나 더 핑계를 대보자면 봄, 여름의 캠퍼스도 즐기고 싶었다. 두 번째 학기가 시작하기 직전에 아빠가 갑자기 니 돈으로 등록금을 내라고 했기에, 사내벤처 포상금을 전부 여기다 부었다.
내 돈으로 등록금을 내고 보니 갑자기 수업을 많이 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이래서 내돈내산 리뷰는 믿을만한 거다.) 나조차도 이렇게 다른 마음가짐으로 임하게 되니까 말이다. 그래서 이번학기에는 청강을 무려 3개나 신청해 뒀다. 우리 AC 셨던 대표님이 함께 수강하자고 한 과목, 졸업요건이 되는 수업들, 원래 배우고 싶었던 것들까지 해서 최대한 많은 수업을 들었다. 전학기에 맛보기는 끝냈고 이번엔 학교를 되도록 많이 갔다, 뽕을 뽑아야 하니까!!
저번 학기는 그렇게 피곤하고 죽겠더니 한번 해봤다고 내성이 생겼다. 역시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다..! 이번 학기에는 저번과 다르게 엠티도 있었고 연합 봉사 행사도 가고 동아리도 들었다. 저번학기 보다 확실히 모든 측면으로 더 많은 활동들에 참여하고 있는 내 자신을 발견했다. 시험 보는 과목도 기분 탓인지 적응한 탓인지 비교적 적었던 거 같고 8주짜리 수업도 많이 신청해서 컴팩트하게 딱 끝나는 것들도 많았다.
경영통계라는 무시무시한 팀플과제도 있었는데 하다 하다 나중에는 이제 해탈의 경지와 함께 부수어보겠다는 생각도 드는 과목도 있었고 부수는 과정에서 나름 희열도 느껴보고 또 재무나 회계 수업 듣다 보면 회사에서 봤던 무수히 많은 표와 숫자들에 대한 의문도 많이 풀렸다. 그냥 일상적으로도 나름 좋았던 건 늦잠 자고 있을 토요일 아침을 학교 수업을 듣다 보니 시간을 알차게 쓴다는 느낌도 받을 수 있었다.. 동시에 주 6일 출근하면 이런 기분일까? 하는 생각과 가끔 전날 술 먹은 날이면 내가 왜 이렇게 시간표를 짰을까 하는 생각도 안 들었다면 거짓말이다.
한 학기 방학마다 한 번씩 외국으로 가는 글로벌세미나라는 2학점짜리 우리끼리는 글세라고 부르는 외국에 나가 현장학습처럼 배우는 유익하고도 재미있는 나름 꿀프로그램도 있다. 저번학기 처음 가봤는데 삿포로가 너무 이래 저래 진짜 좋았어서 당연히 또 가야지 했는데 이번엔 미리 잡아놓은 유럽여행 일정 덕분에 못 가게 되었다ㅠ..ㅠ다음 학기엔 겨울학기엔 무슨 일이 있어도 꼭 가야지!
마지막으로 MBA덕에 언젠간 하려 했던 숙원사업인 골프를 시작해보려고 한다. 이 빡빡한 일정 안에 또 골프를 어디다 욱여넣을지 나도 의문이지만 그것 또한 미래의 내가 잘 해내리라 믿어보겠다..(가을에는 라운딩 인증을 올리게 되길)
이렇게 정말 정신없이 퇴근하고도 바쁘게 공부하고 술 먹고 배우는 찰나에 문득 그런 생각도 들었다. 이 2년이 지나고 나면 내게는 무엇이 남을까? 내가 남길 수 있는 건 무엇일까 그런 생각? 그런데 무엇을 애써 남기겠다는 노력보다는 이 시절에 이 시간을 최선을 다해 보낸 거에 의미를 두기로 했다. 벌써 2년 중 반절인 1년이 다돼 간다. 늘 그랬듯 순간순간에 있는 힘껏 최선을 다하되 찰나의 행복과 낭만을 잃지 않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