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우자까 Sep 20. 2020

매일 내게 외모 지적하는 상사

                                                                                                                                            

 일본항공사에서 6년간 근무하면서 한국인들과 일하는 삶을 바랐다. 어중간한 일본어와 영어로 소통하는 내내 답답하기도 했고 외로움을 크게 느꼈다. 한국 항공사에서 일하는 친구들은 바로 그게 좋은 점이라고 말했지만, 와닿지가 않았다.


 한국 회사에 와보고 나서야 같은 언어로 소통해도 답답하고 외로울 수 있음을, 오히려 말이 더 안 통해서 분통이 터짐을 알게 되었다. 무례한 말을 하는 사람도 너무 많았다. 한 번은 상사와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중에 이런 말을 들었다.


 “아니, 그분이 날돼 씨가 너무 예쁘다는 거야! 깔깔깔~ 내가 진짜 웃겨가지고~!? 나 너무 놀랐다니까?”

 나는 여느 때처럼 상사의 말에 조건반사적으로 웃다가 이건 좀 아니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낄낄...(?) 그러게요. 그런데 지금.. 그 날돼가 저인 거 알고 말씀하시는 거죠?”

 상사도 꿋꿋했다.

 “내 말은~ 날돼 씨가 전형적인 미인상은 아니잖아~!”


 내가 미인 상이 아닌 건 나도 인정하기에 그건 그렇죠,라고 말하는데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고 대화는 그렇게 허무히 끝이 났다.


 이후에도 상사의 외모 지적은 멈출 줄 몰랐다. 본인부터 챙기지 않겠냐며 말하고 싶었지만, 그때마다 상황을 애매하게 넘겨버렸다. 상사에게 한 소리 듣고 나면 그러고 싶지 않으면서도 나도 모르게 화장실 거울 앞에서 내 얼굴이나 몸매, 옷차림을 한 번 뜯어보게 됐다. 어이없는 말에 제대로 맞받아치지는 못할망정 그 말에 신경 쓰는 꼴이라니.


 직장 생활을 하며 나와 비슷한 처지의 사람이 많았는지 『무례한 사람에게 웃으며 대처하는 법』 책은 2018년부터 지금까지 연간 베스트셀러다. 김포공항 영풍문고에서 집어 들어 뒷면을 살펴보니 115쇄를 찍었더라. 살짝 안쪽을 살펴보고 바로 샀는데, 짧고 여백이 많은 스타일의, 소위 요즘 잘나가는 힐링 스타일 글이 아니어서 좋았다. 작가가 잡지 기자부터 시작해 현재는 대학내일 편집장으로 일하며 글을 다루는 사람이라 그런지 에세이 한 편 한 편이 탄탄했다.


 

 책에서는 무례한 인간들에게 우아하면서도 단호히 대응하는 방식을 풍부한 사례로 보여준다. 그중에서 자신이 할 수 있을 만한 방법을 채택해 실제로 적용해보면 좋겠다. 나는 ‘무례한 사람에게 웃으며 대처하는 방법’ 편에서 나온 첫 번째 방법과 두 번째 방법을 섞어서 사용해보려 한다. 첫 번째 방법은 문제가 되는 발언임을 상기시켜주는 것이고 두 번째 방법은 되물어서 상황을 객관화하는 것이다. 그 상사가 외모 지적을 다시 내게 했을 때, “지금 그 말, 상처 받는데요? 집에 가서도 계속 생각날 것 같아요.”라고 말해주고 싶다. 오... 꼭 이렇게 말해보고 싶으니, 제발 빨리 내게 다시 외모 지적을 해주길.


 작가는 이렇게 글을 마무리한다.


 인류는 약자가 강자에게 “아무리 그래도 이건 아니지 않나?”라고 함으로써 이전 세대와 구별되는 문화를 만들어냈다, 부당함을 더는 참지 않기로 하는 것, 우리가 살고 싶은 세상은 이런 것이라 말하기를 멈추지 않는 것. 세상의 진보는 지금까지 그렇게 이루어져 왔다.


 “이건 아니지 않나요” 이 물음을 억누르기만 하는 자세가 상책은 아니다. 그 사람이 분명 선을 넘었고, 그러니 아차! 싶게 만들어서 다음번에는 주저하게 해야 한다. 적어도 나는 이제 그렇게 할 작정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