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함께하는 시선

승무원으로 만난 사람들

by 우자까


눈이 가는 곳에 마음도 함께 가는 일. 별거 아닌 것 같은 이 말이 실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비행할 때마다 느낀다. 눈을 통해 모든 걸 볼 수는 있지만, 지나친 후에 우리 기억과 마음에 남는 잔상이 과연 얼마나 될까. 출퇴근길에 또는 일터에서, 하다못해 식당에서도 수많은 사람들과 마주하고 스쳐 지난다. 뒤돌자마자 또렷하게 기억할 수 없는 얼굴이 대부분이다. 그저 시선만 갔을 뿐 마음이 그 눈길과 함께하지 않아서이다. 그와 달리, 마음이 함께하는 시선과 눈길에는 관찰력이 발휘되어 기억에 남는다.


승무원으로써 중요한 자질 중 하나가 바로 이 관찰력이다. 우리는 한 비행에 적게는 수십 명, 많게는 이백, 삼백 명의 승객을 맞이하고 응대한다. 그날 비행에 수상해 보이는 승객이나 물건은 없는지 탑승 때부터 주의를 기울여 살피고, 한창 서비스하는 도중에도 혹시 어딘가 불편하거나 아파 보이는 승객은 없는지 승객들의 표정 하나도 간파할 수 있어야 한다.


신입 승무원 시절 관찰력이 부족해 보다 세심한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했던 승객이 몇 있다. 한 분은 거동이 불편한 승객이었는데, 아예 걸을 수가 없어서 휠체어로 기내 좌석까지 안내를 받았다. 휠체어에서 좌석으로 바꿔 앉기 위해 잠시 일어나야 했기에, 승객은 앞 좌석의 헤드레스트와 팔걸이를 힘겹게 붙잡으며 몸을 일으켰다. 손목부터 시작해 팔뚝 전체가 부들거렸다. 좌석으로 옮겨 앉고 난 후에도 손을 부들부들 떠는 게 보였다. 어느새 일반 승객 탑승이 시작했는지 통로로 승객들이 몰려왔다. 나는 다른 승객들을 맞이하느라 금세 정신이 없어지고 말았다.


이륙 후 곧장 기내식 서비스를 시작했다. 거동이 불편한 승객은 내가 맡은 서비스 구역에 앉아 있었다. 나는 그 승객에게 선호하는 메뉴와 음료를 물었고, 그가 주문한 식사를 테이블에 올려드렸다. 그리고 오렌지 주스를 컵에 따라 그대로 그에게 건넸다. 그런데 컵을 받은 그의 손이 심하게 떨려 주스가 이리저리 넘치고 튀었다.


순간적으로 '아차! 이 승객분 아까 수전증이 심해 보이셨는데...'라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이후의 이야기는 1월에 출간되는 저의 책에서 이어집니다.

책에 싣게 된 글이라 생략한 점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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