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신혼 초에는 주말에 늦잠 자고 TV를 보며 노닥거리다가 다시 낮잠을 자곤 했다(사실 아직도). 그러다 어느새 저녁이 되면 나는 오늘 하루 뭐 하나 한 거 없이 보냈단 죄책감이 들어 울상을 지었다.
"오늘 뭐 한 게 없어ㅠㅠ..."
그러면 뚱목이는 느긋하게 말했다.
"왜 한 게 없어. 잘 쉬었잖아."
2. 같이 카페를 갈 때는 그저 책 한 권이면 될 것을 나는 욕심을 부려 책 두세 권에 노트북, 아이패드까지 챙긴다. '글 좀 쓰고 웹툰 몇 컷을 그린 다음 책도 다 읽을 거야!' 물론 계획대로 한 적은 한 번도 없다. 그래서 카페에 가려고 가방을 꾸역꾸역 싸고 있으면 옆에서 뚱목이는 말한다.
"너무 욕심내지 마. 그냥 맛있게 커피 먹으러 가는 거잖아."
아무것도 하지 않는 날은 버린 날이라고, 그렇게 자주 생각했다. 그래서 아무것도 하지 않은 날에는 마음이 괴로웠다. 오히려 그 마음이 문제였던 것도 모르고. 주말에 늦잠 자고 TV를 보며 빈둥거린 하루는 아직 애가 없는 신혼 생활을 여유롭게 보내는 거였고, 함께 간 카페에서는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며 좋아하는 커피를 즐기는 걸로도 충분한 거였는데. 뭔가를 해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던 나는, 순간을 만끽하는 뚱목이 덕분에 잠시 멈춰 서서 주위를 둘러보게 되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아무렇지 않은 건, 아무것도 아닌 하루란 없기 때문일 거다.
이 책을 읽으며 그런 나날을 다시 되새겨 보았다. 지금도 카페에서 노트북으로 이 글을 쓰는 내 옆에는 아이패드와 책과 노트가 쌓여있고 계획한 걸 다 못하고 집으로 돌아갈 예정이지만, 마음은 한결 가볍다. 아무것도 안 해도 아무렇지 않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