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읽어본 시집이다. 88세 시인은 그림을 그리고 시를 쓰며 천자문, 반야심경, 한시를 수십 번씩 쓰는 게 낙인 사람이다. 처음부터 낙이었던 건 아니다. 모든 건 '영감'이 이 세상과 작고하고 나서 홀로 병마의 고통을 이기고자 시작된 일이었다. 분명 뒤늦게 창작 활동을 하고 배우는 일은 즐겁지만, 홀로이기에 조금은 쓸쓸하겠지. 시인은 여러 편의 시에서 '영감'을 추억한다.
'영감'이 살아 있을 때는, '영감'이 설거지를 했나 착각이 든다, '영감'이 저 자리 앉았었는데... 같은 문장에서 잠시 숨을 고른다. 아직 내겐 한평생 함께한 사람을 상실한 그 심정이 너무 아득한 슬픔으로 다가와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