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it!!!

승무원들이 무서워하는 인도 비행 말입니다

by 우자까

아, 오늘은 왠지 발걸음이 무겁기만 한 비행입니다. 선후배들에게 말로만 전해 듣던 인도 비행이기 때문입니다. 저희 항공사는 얼마 전 인도 뉴델리로 취항을 시작했습니다. 먼저 다녀온 후기만 들어보면 인도 비행은 아주 그냥 어마 무시한 비행이었습니다. 이번 비행은 정말이지 두려움이 앞섭니다.


인도 비행이 무서운 이유로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요. 먼저, 굉장한 양의 스페셜밀(special meal, 특별 기내식으로 각종 질병 및 특정 식품에 대한 알레르기 또는 종교, 연령 등의 이유로 정규 기내식을 드시지 못하는 승객을 위해, 요청에 따라 다양하게 제공되는 기내식)로 식사 서비스가 평소보다 복잡하고 힘들다는 것이었습니다. 잠시 스페셜밀에 대해서 짚고 넘어가 볼게요.


특정 식재료에 대한 알레르기 반응이 있는 승객. 건강이나 신념 등의 이유로 채식을 고수하는 승객. 칼로리가 높은 기내식이 부담스러워 열량을 제한한 기내식을 원하는 승객. 염분 성분이 제한된 식사를 요구하는 승객. 이처럼 승객 요청에 따른 특별 기내식은 비행 전에 종류에 따라 24시간 혹은 48시간 전까지 항공사 서비스센터로 전화 요청을 하거나 홈페이지에서 직접 주문할 수 있습니다.


승객들은 모두 저마다의 중요한 이유로 비행 전에 번거롭지만 짬을 내어 특별 기내식을 주문합니다. 그런 만큼 식사 서비스 도중에 기내식을 잘못 제공하는 실수가 발생해서는 안 되겠지요. 혹시나 채식을 고수하시는 승객분에게 쇠고기나 돼지고기가 포함된 기내식을 드리거나 특정 식재료에 알레르기 반응이 있는 승객분에게 그 식재료가 포함된 기내식을 제공해버리는 것은 생각만 해도 섬찟합니다.


음식 알레르기 증상 또한 절대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되는데요. 음식에 있어서 알레르기 반응이 심하신 분은 온몸 혹은 특정 부위에 두드러기가 나거나 복통과 설사, 구토를 하기도 합니다. 흔히 피부가 빨갛게 부어 오르거나 가려움증을 호소하기도 하지요. 심할 경우 생명을 위협하는 아나필락시스 반응(호흡 곤란, 의식 저하, 혈압 강하, 쇼크)까지 나타날 수 있습니다. 아나필락시스같이 외부에서 들어온 항원에 대해 매우 심각하고 전신적으로 나타나는 알레르기 반응의 경우, 빠른 시간에 적절한 치료를 시행하지 않으면 사망에 이르기도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비행 도중 이러한 증상이 나타나는 승객이 발생하면 재빨리 병원으로 이송하기 위해 항공기가 불시착을 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특별 기내식 같은 경우에는 배부 전, 승객의 좌석 번호와 성함을 다시 한번 꼼꼼하게 확인한 후 제공해드립니다.


아시다시피, 인도인들은 음식에 있어서 종교의 영향을 많이 받아 소와 돼지고기 같은 고기를 금기음식으로 여깁니다. 그러다 보니 대다수의 인도 승객은 일반적인 정규 기내식을 먹을 수가 없어 특별 기내식 중에서도 채식을 비행 전에 신청합니다.


선후배들이 다른 비행보다 인도 비행 식사 서비스가 힘들다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종교적 문제로 기내식을 제공하는 데 있어서 많은 제한이 있고, 시간도 평소보다 배로 걸리기 때문입니다. 채식만을 드셔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사전에 신청하지 못한 승객이 계시기도 하는데요. 이럴 경우 저희는 급하게 다른 클래스에서 남는 채식을 구하거나 이런저런 채소로 그 자리에서 직접 특별 기내식을 만들기도 합니다.


종교적인 부분으로 인해 비행 중, 한 가지 또 더해지는 고난이 있는데요. 인도의 종교는 인도인들의 80% 이상이 믿고 있는 힌두교부터 시작해 이슬람교, 불교, 자이나교, 시크교 등이 있습니다. 인도의 종교들이 갖는 공통적인 특성은 종교가 생활의 가장 중요한 지침이 된다는 것입니다. 즉 인도인에게 있어서 종교는 삶의 방식이며 숨 쉬는 것과 같이 일상의 자연스러운 한 부분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자신이 믿는 신에게 기도를 올리는 시간에도 충실한 이들이기에, 이러한 부분 역시 이해해 줄 수 있어야 할 텐데요. 그래서일까요. 기도를 드려야 하는 시간이 오면 갑자기 기내 좌석의 통로나 갤리와 같이 기내에 공간이 조금이나마 확보되는 공간에서 기도를 올리고 절까지 한다고 합니다.


이해는 하지만 돌연 좌석에서 일어나 절하며 기도하는 모습을 막상 보게 된다면 참 난감할 것 같습니다. 멀뚱멀뚱 쳐다만 보기에도 퍽 민망한 노릇이니까요. 그래도 이러한 부분들이 큰 문제가 되는 것은 당연히 아닙니다. 다른 승객들에게 불편 끼치지만 않는다면 잠시 동안 기도를 올리건 절을 하건 무슨 상관이겠습니까.


그리고 또 한 가지.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인도 승객들은 커피나 홍차를 마실 때, 설탕과 커피크림을 몇 개씩이나 넣어서 마신다고 합니다. 설탕 한 봉지, 커피크림 한 개만을 건네면 “more! more!”을 외치며 인상을 쓴다고요. 기내 커피가 그들 입맛에 조금 쓴 편이어서 그럴 수도 있겠고, 워낙에 밀크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 설탕과 우유를 듬뿍 넣어 달달하게 마시는 것을 좋아해서 일 수도 있겠지요. 그래도 뭐, 이것도 어디 심각한 문제나 되겠습니까. 설탕이랑 커피크림을 앞치마 앞주머니에 그득그득 담고 다니면 되지요. 요청이 있을 때마다 몇 개씩이고 드려도 동나지 않게 말이죠.


그런데 말입니다. 제가 이토록 인도 비행이 가기 전부터 무섭고 두려운 이유는 말입니다. 정확한 확인과 배부를 요하는 특별 기내식도 아니고요. 종교적 특성과 문화로 인해 펼쳐지는 기내에서의 기이한 환경은 더욱 아니고요. 설탕이나 커피크림 따위를 앞치마에 가득 넣고 다녀야 해서도 아닙니다.


그 무시무시한 대상은 바로 바로 바로 [똥]입니다. 인도는 고성장 개발도상국이기는 하지만 아직 다양한 부분에서 많은 개발이 이루어지지 않은 나라입니다. 그러다 보니 편의시설이 부족하고 그중에서도 화장실 시설 또한 굉장히 낙후돼있는 형편입니다. 천막으로 대충 가려놓은 곳에서 크고 작은 볼일을 보고, 믿기지는 않지만 아무 거리낌 없이 대로변에서 볼일을 보기도 한다고 합니다.


그래서일까요. 한 선배님은 인도 비행에서 특히, 승객이 다녀온 직후의 화장실은 곧바로 그 문을 열기가 두렵다고 합니다. 기내 화장실에 익숙하지 않으신 승객 몇몇 분들이 사용한 화장실은 물이 내려져 있지 않는 것은 기본이고, 여기저기에 볼일을 본 흔적들이 고스란히 남아있기 때문이지요. 그래도 우리 모두 나름 문명인으로 비행기를 타는 사람들인데, 선배의 이야기는 도통 믿을 수 없었습니다. 다녀온 사람들은 하나같이 질색을 하고 치를 떨었지만 아직 인도 비행 경험이 없는 저로서는 얼추 짐작만 해볼 뿐이었습니다.


“정말 화장실 벽이며 거울이며 똥칠이 되어있더라니까!”


“설마, 그럴 리가요….”


듣고 싶지 않았습니다. 듣고도 믿을 수 없었습니다. 비행 초반에 구역질, 구토라면 신물 나게 해본 저였습니다. 얘기만 들어도 상상만 해도 금세 속이 메슥거리는 것 같았습니다. 그렇게 저는 첫 인도 비행에서 한 가지만을 간절히 바라며 비행기에 꾸역꾸역 올랐습니다.



‘똥만 보지 않게 해주세요. 수~~~많은 특별 기내식에 별의별 요구 사항이 있어도 괜찮습니다. 제발 똥만, 그냥 똥만 보지 않게 해주세요.'


두려움에 떨며 시작한 비행은 생각보다 순조로웠습니다. 동료 승무원들끼리도 손발을 척척 맞추어 그 많은 특별 기내식을 단 한 명의 잘못된 배분도 없이 진행해나갔습니다. 설탕과 커피 크림을 몇 개씩 요구하는 분들은 일도 아니지요. 저희가 일하는 갤리나 기내 좌석 사이 통로를 막으며 절하고 기도를 올리는 승객도 안 계셨습니다.


선후배들의 어마 무시한 비행 후기와 달리 깨끗하고 조용하고 평화로운 비행이었습니다. 역시, 뭐든 다 자기가 겪어봐야 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처럼 프로페셔널하고 준비된 승무원에게는 인도 비행도 어렵지 않은 것이었습니다. 묘하게도 승리감인지 자만심인지 모를 얄미운 입꼬리가 스멀스멀 올라갔습니다. 평소보다 더 차분한 기내를 둘러보며 며칠 전 읽은 시 한 구절을 떠올렸습니다.



'실제 고통은 많이 겪어도


고통을 상상하지는 않으리라'


쓸데없는 걱정만 너무 했던 거지요. 저 같은 프로 승무원에게는 인도 비행도 어쩔 수 없었습니다. 기내식 서비스와 면세품 판매 서비스가 모두 끝나고, 다른 잔업들을 하며 콧바람까지 흥얼거렸습니다.


신나게 잔업들을 해치운 다음에는 불 꺼진 어둑한 기내를 돌아다니며 승객들을 살폈습니다. 몇 안 되는 요청사항을 받아들고 맨 뒤 갤리로 돌아왔고요. 사과 주스 한 잔, 아사히 맥주 한 캔, 반창고, 안대와 두통약. 작은 쟁반 위에 차례차례 놓고는 갤리를 나섰습니다.

그렇게, 저는 갤리에서 나오자마자 마주친 그것에 움칫하며 쟁반을 놓칠 수밖에 없었습니다. 사과 주스가 제 유니폼 치마를 적시며 흘러내리는 데도 저는 꼼짝없이 가만히 서서 그 위험한 것을 잠깐 동안 바라보아야 했습니다. 그것은 틀림없는, 제가 매일같이 보지만, 지금 제 눈앞에 놓여있는 저것이 그것이라고 믿을 수 없는 바로 바로 바로 [똥]이었습니다.


그 자리 그대로 서서 저는 손만 뻗었습니다. 승무원 좌석에 설치된 인터폰이 마침 바로 옆에 있었거든요. 그때 이코노미 클래스에서 일하고 있는 승무원은 저랑 이코노미 클래스 사무장뿐이었습니다. 다른 승무원들은 크루 레스트 벙크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고요.


제가 똥을 발견한 때가 하필이면 이코노미 클래스 사무장이 수석 사무장에게 비행 상황 보고로 기내 제일 앞쪽에 가있었을 때였습니다. 그래서 인터폰으로 앞쪽에 전화를 건 것이지요. 제 힘으로는 역부족인 일이니까요. 프로페셔널한 승무원은 무슨. 저는 어떤 조치를 하기 이전에 구역질이 먼저 올라와버리는 승무원이었습니다.




이내 통화 연결 음이 멈추고 인터폰 너머로 반가운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오늘 비행의 수석 사무장입니다. 빨리 이 긴급하고도 드러운 상황을 알려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 저는 조목조목 조리 있게 말을 해야 하는데.


“Shit!!!!!!!!"


하지만 제 입에서 튀어나온 말은 대뜸 [쉣]이었습니다. 수석사무장이 놀랐는지 혹시 자기가 잘못 들은 것은 아닌지 저에게 다시 한번 물어봅니다.


“뭐라고? 무슨 일입니까. 욕하지 말고요. 말을 하세요.”


“No, No! I mean, This is [real Shit]!!!!!"


수석사무장은 이코노미 클래스 사무장과 비즈니스 클래스 승무원 한 명을 지금 바로 보내겠다고 했습니다. 자신도 하던 일을 마무리하고 곧 따라가겠다고 했습니다. 저는 알 수 있었습니다. 수석 사무장과 이코노미 클래스 사무장 그리고 오늘 일하는 구역이 비즈니스 클래스임에도 불구하고 이 사태를 처리하러 이코노미 클래스로 가야 하는 애꿎은 비즈니스 클래스 승무원, 그들 모두의 마음의 소리를. 그들은 모두 마음속으로 가만히 읊조렸을 것입니다.


“Shit???…… Shit!!!!!!!"


그렇게 저희는 큰 수술을 앞둔 의사처럼 비장한 표정으로 마스크를 꼈고 손 장갑을 몇 겹씩이나 겹쳐 꼈습니다. 그러고는 비행기에 실린 잡지와 신문지로 삽 모양을 만들어 그 위험한 것을 고이 쓰레기봉투에 밀어 넣고는 단단히 밀봉해버렸습니다. 자취는 감추었지만 냄새까지 감출 수 없는, 그것이 놓여 있던 바닥에는 레몬즙을 뿌리고 살균 소독제를 뿌리고 또 뿌렸습니다. 뿌렸다기보다는 아주 그냥 들이부었지요.


끔찍한 상황을 대충 수습했습니다. 이코노미 클래스 사무장과 수석 사무장은 기내 클리닝 스태프에게 전할 상황 보고서를 쓰러 다시 앞쪽으로 갔습니다. 저는 다시 혼자서 이코노미 클래스를 지키고 있어야 했습니다. 그저 빨리 돌아오라고만 부탁했지요.


지금도 인도 비행이 나오면 혹시나 또 그것을 마주할까 봐 두렵습니다. 길 가다 똥 밟는다는 소리는 들어봤어도 비행기에서 똥 밟을 줄은 몰랐습니다. 언제 어떤 난제가 숨어있을지 모르는 비행은, 미숙한 저에게 아직도 매번이 도전인 것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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