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무원이 느끼는 신혼부부 승객 특징, 원 투 쓰리!
신혼부부 승객이 종종 탑승한다. 서로 닮은 표정과 분위기를 은근하게 풍기며 등장하기에 단박에 알아챌 수 있다. 그들은 가벼운 농담과 천연덕스러운 행동으로 마치 서로를 웃게 해주기 위해 태어난 사람들 같았다. 나는 때때로 그런 그들을 부러움과 경탄이 담긴 눈길로 바라보곤 했다.
지금까지 비행하며 얼마나 많은 신혼부부를 신혼여행지로 모셨는지는 가늠할 수 없다. 그런데도 가끔 군색한 모양의 신혼부부를 맞닥뜨릴 때는 당황스러워 주춤거리기 일쑤였는데, 그 군색한 모양새란 과한 애정표현이나 스킨십도 아니고 방금 결혼식을 마친 사람들이 맞나 싶을 만큼의 괴팍한 싸움도 아니었다. 비단 나 혼자만 경험한 게 아닌 것을 보면, 꽤 많은 신혼부부의 보편적인 모습이지 않을까 싶다.
지난 비행 때는 대놓고 커플룩을 입은 신혼부부를 만났다. 내가 맡은 구역의 승객이기도 했지만 오래간만에 본 커플룩이 유독 눈에 띄었다. 나는 다시 한번 다짐했는데, 신혼여행 때는 절대 커플룩을 입지 않겠다는 신념이었다. 서로를 사랑한다고 요란하게 외치는 커플룩을 입고 싸우기라도 하면 정말이지 더 초라해 보일 것 같았다. 싸우는 일부터 생각하는 내가 문제인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신혼부부를 태운 비행기는 여느 때와 같이 이륙했고 나는 여느 때와 같이 서비스를 시작했다. 식사나 음료 서비스를 할 때, 승무원은 거의 모든 승객에게 똑같은 메뉴 설명과 물음으로 응대한다. 오른쪽 왼쪽에 있는 승객 구별 없이. 창가 쪽 승객과 통로 측 승객 구별 없이 모두 똑같게. 승무원은 빤히 잘 알고 있는 메뉴와 선택사항일지라도 승객은 우리가 말해주지 않으면 모르기 때문에, 이는 매우 기본적인 서비스 방침이다.
우리는 지겹다고 여길 것도 없이 반복적으로 외친다. 반복적으로 외치지만 앵무새처럼 건조한 인상으로 이야기하는 느낌은 주지 않도록 주의하면서 말이다. 그러니 그날도 나는 커플룩 승객인 신랑과 신부 두 분 모두에게도 공평하게 물어야 했다.
“손님. 오늘 식사는 닭고기덮밥과 소고기 덮밥이 있습니다. 어떤 것으로 하시겠습니까?”
대부분의 경우 남자가 시원하게 먼저 대답한다. 이번에도 역시 신랑이 바로 대답했다.
“닭고기로 주세요.”
“네. 음료는 맥주, 와인 그리고 주스, 녹차와 물이 있습니다. 어떤 것으로 하시겠습니까?”
신랑이 대답했다. “맥주 하나 주세요.”
나는 신랑에게 식사와 음료를 건넨 다음 고개 방향을 살짝 틀어 신랑 옆에 앉은 신부에게 물었다.
“손님, 기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식사 준비해드리겠습니다. 오늘 식사로는 닭고기덮밥과 소고기 덮밥이 있습니다. 어떤 것으로 하시겠습니까?”
고심하던 신부는 고개 방향을 남자에게로 돌리더니 입을 한 손으로 가리며 내게 살짝 들릴 만큼의 목소리로 대답했다.
“오빠. 나는 소고기 덮밥.”
신랑은 당연하다는 듯이 신부 말을 복창했다. “소고기 덮밥으로 주세요.”
나는 순간 멈칫했지만 친절하게 다시 물었다.
“네에…. 음료는 맥주, 와인, 주스, 녹차... 그리고 물이 있습니다. 어떤 것으로 하시겠어요?”
나는 분명하게 신부를 바라보며 물었고, 그녀는 카트를 한 번 쓱 훑고는 얼굴을 신랑 귀 가까이 가져다 댔다. 내게는 작게 들릴 정도의 목소리로 속삭였다. 신부는 나와 눈도 마주치지 않는다.
“오빠. 나는 오렌지 주스.”
신랑은 그녀를 대신해서 내게 말했다. “오렌지 주스 주세요.”
그리고 나는 속으로 가만히 [고요 속의 외침]을 떠올렸다. 고요 속의 외침은 가족오락관 추억의 게임으로 큰 음악이 나오는 헤드폰을 끼고 서로에게 단어를 전달하는 게임이다. 들리지 않는 상황에서 입 모양만으로 상대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맞혀야 하기 때문에 참가자들은 최대한 크고 정확한 입 모양을 만들려고 애쓰는데, 그 모양새가 우스워 웃음을 자아낸다.
고요 속의 외침 게임과는 방식이 조금 다르지만, 그녀는 굳이 자기 신랑을 통해서 내게 그녀의 의사를 전하고 싶은 것인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렇다고 하기에는 그녀의 목소리가 내게 똑똑히 들릴 정도다. 그렇다면 그녀는 단순히 나와 말을 섞기 싫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까지 든다. 그것도 아니라면 남편이 있다고 유세라도 부리고 싶은 건가. 아니면 신혼여행길에 남편에게 의지하는 척 애교라도 양껏 부리고 싶은 것인지도...
아이가 스스로 이야기하도록 유도하는 엄마 승객들이 있다. “네가 승무원 언니한테 뭐 먹고 싶은지 이야기하도록 해.” “똑바로 말해, 똑바로!”
지금까지 “네가 직접 말해”라고 말하는 남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설령 실제로 그렇게 말하는 남자를 보더라도 그것도 영 자상하지 않은 모습으로 비칠 것 같다.
그렇다면 이 글의 요지는 무엇인가. 대체 이 커플룩 입은 신혼부부 승객이 어떻게 했으면 좋겠다는 말인가. 나는 승객에게 자기가 할 말은 자기 스스로 해달라고 감히 강요라도 하고 있는 것인가.
요지 따윈 없다. 이제 남편이 된 신랑에게 살짝 안겨, 이거 저거 하며 응석 부리는 아이 같은 모습의 신부가 얄미워서, 노처녀 승무원인 나는 그 꼴이 배알 꼴릴만큼 부러웠다는 게 전부다. 있을 수도 있고 없을지도 모르는 나의 신혼 여행길에, 나도 한 번쯤은 코맹맹이 목소리로 속삭이게 될까. “오빠, 나 물 한 잔만”
이 글을 쓰고 난 몇 년 뒤 저는 결혼해서 신혼여행을 다녀왔습니다. 그리고 하와이로 향하는 비행에서 신랑에게 "오빠, 나 물 한 잔만 달라고 해줘"라고 요청했죠. 신랑은 어디서 오빠라고 부르냐는 표정으로 저를 쳐다보았습니다. 네, 제 신랑은 연하였기 때문이죠. 자랑이냐고요? 네, 그렇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