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LOG vol.17
브랜드는 존재 가치는 사람이 결정합니다.
브랜드의 가치를 높이는 모든 형태의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브랜딩이라고 합니다. 브랜딩은 4P로 불리는 단순한 마케팅 활동을 뛰어넘는 근본적이면서도 광범위한 개념입니다. 그만큼 정의나 활동의 범위가 명확하지 않습니다. 사실상 기업 활동의 전부와 연결된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시장을 분석하는 일부터 타겟 소비자에 대한 이해와 소통, 브랜드 컨셉과 브랜드 요소 개발, 브랜드 이미지를 형성하는 모든 디자인 제작물, 마케팅 캠페인까지. 브랜딩은 셀 수 없이 많은 요소가 고객과 상호작용을 일으키는 모든 과정을 내포합니다.
그렇기에 브랜딩이란 사실상 업무의 형태로 정의 내릴 수 없습니다. 브랜드가 가진 고유의 가치를 고객에게 전달하는데 기여하는 모든 활동이 브랜딩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측면에서 브랜딩은 인류의 문화 현상과도 닮았습니다. 인간과 사회의 모든 영역에서 존재 가치가 있다면 어떤 형태로든 기억을 지속하거나 전수하는 활동이기 때문입니다.
브랜딩은 문화현상과 마찬가지로 그 자체로 가치가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인간에 의한 선택이 누적될수록 가치가 확장되는 특성이 있습니다. 브랜드의 가치란 곧 누가 얼마나 많이 인식하고 선택하느냐로 결정됩니다. 인간의 선택이 브랜드의 좋음과 나쁨의 기준이 됩니다. 그러므로 좋은 브랜드란 누군가의 선택을 많이 받은 브랜드입니다. 사람에 대한 이해가 결국 브랜드의 운명을 결정짓는 핵심 경쟁력이 됩니다.
누군가를 만족시키는 브랜드, 누군가에게 특별한 감정이나 호감을 남기는 브랜드가 본질적으로 좋은 브랜드가 됩니다. 브랜드란 문화 현상처럼 인간의 삶을 채우는 크고 작은 만족이며, 인간은 근본적인 욕망을 위한 무형의 가치를 제공합니다.
브랜딩에 필요한 상업적 기술은 전략, 디자인, 마케팅, 유통, 소비 심리학 등으로 나눌 수 있지만, 가장 상위에서 모든 브랜딩의 방향을 결정하는 요소는 결국 인간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입니다. 인문학적 통찰력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그 통찰력이란 인간이 어떤 욕망을 갖고 있으며, 지금 이 순간, 이 상황에서 무엇을 원하는지 깊이 고민하고 관찰하는 데서 나오는 '인문학적 이해'입니다. 브랜드를 만드는 주체도, 구매라는 행위로 브랜드 성장에 기여하는 주체도 결국 인간입니다. 그러므로 인간의 선택은 어떤 사고 작용이 지배하고 있는지 깊이 이해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고객에 대한 '인문학적 이해'가 있는 브랜드는 고객에게 단순히 저렴한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역할을 넘어 그들의 삶에 만족이라는 형태로 연결되는 경험과 의미를 제공합니다.
오늘날 소비 시장은 부족함이 없습니다. 글로벌 경쟁 환경에서 모든 게 저렴하게 판매됩니다. 점점 더 파격적인 방식으로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소비자는 이미 무수히 많은 선택지를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럴수록 소비자는 더더욱 의미 있는 소비를 원합니다. 높은 기준과 감각을 가지고 내면 깊이 자리한 욕망을 충족시키는 선택을 추구합니다. 상품을 구매할 때, 단순한 기능적 비교는 이미 그 의미를 상실한 지 오래되었고 유사한 제품과 서비스 안에서도 특정 브랜드가 주는 무형적 가치에 의미를 부여합니다. 자신의 감정, 철학적 가치관과 브랜드가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무의식중에 판단합니다.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가 좋은 브랜드를 만듭니다.
오랜 생명력을 유지하며 고객의 마음에 존재감을 남기는 브랜드가 되고 싶다면 인간 본성에 닿는 감정적 경험을 디자인하고, 메시지를 전달하는 과정에서 브랜드가 제공해야 할 존재 가치를 깊이 고민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고민의 시작과 끝은 반드시 고객이 추구하는 삶의 지향점과 인간이 갖는 근본적인 욕망이 들어 있어야 합니다.
이제 인간에 대한 통찰은 지속 가능하고 본질적인 문제 해결을 제공하는 비즈니스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역량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브랜드가 인간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비즈니스에 고객의 삶을 연결하기 위해서는 현상 너머의 의미를 사색하고, 그 과정에서 얻은 본질적 가치를 브랜드 철학에 담아내야 합니다.
브랜드가 장기 경쟁에서 자신만의 위치를 만드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고객입니다. 고객을 깊이 이해한다는 것은 인간 본연의 특성을 이해하는 것에서 시작됩니다. 많은 브랜드가 고객이 남긴 데이터를 이용해 고객의 반응을 분석하고, 시장 조사와 보고서를 통해 인사이트를 얻으려고 합니다. 하지만 언제나 이러한 접근과 분석으로는 늘 알고 있던 수준의 결과를 보여줄 뿐입니다.
"무엇을 더 원해요." "무엇이 불편해요." 수준의 VOC는 그 자체로 브랜드가 나아가야 할 길을 보여줄 수 없습니다. 브랜드의 본질은 단순히 제공하는 기능적 가치에서 나오지 않기 때문입니다.
브랜드는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정서적 경험, 그리고 그 경험이 소비자의 삶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깊이 사색해야 합니다. 구매를 넘어 브랜드 소비를 통해 이루고자 하는 변화에 대한 이해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그 변화가 어떤 욕망에서 발현되는지도 파헤쳐 봐야 합니다.
단순히 편하다, 안전하다, 재밌다 수준의 욕망이 아닙니다. 고객이 살아가는 사회적, 문화적 맥락 안에서 무엇을 해결하고 싶어 하는지 들여다보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데이터가 주는 현상적 지표가 아니라, 그 데이터 안에 숨겨진 진짜 삶의 욕망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발견해야 합니다.
고객이 선택하는 브랜드는 반드시 자기 삶에 기대하는 요소가 있기 마련입니다. 브랜드는 그 기대를 왜 욕망하는지, 왜 그 기대가 이 브랜드로 해소될 것이라 생각하는지 파헤쳐봐야 합니다. 그러면 현상 뒤에 감춰진 브랜드도 몰랐던 가치와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인간 본성의 지향점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브랜딩의 과정은 완성된 하나의 단단한 전략이 아닙니다. 브랜드 고유의 가치를 추구하고, 고객에 대한 통찰과 끊임없이 연결 짓기 위해 실험하고, 방향을 검증하며, 인식을 형성하는 요소를 구체화 시켜가는 모든 과정이 브랜딩의 과정입니다. 인간의 욕망과 고객의 반응은 여러 가지 이유로 일관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럴수록 복잡한 마케팅 기술과 이론이 아닌 인간 본성이 가리키는 방향을 따라가야 합니다. 필요에 따라 전략을 수정하는 유연한 대처가 필요할 수는 있겠지만, 100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을 인간 본성의 특성은 브랜드가 궁극적으로 추구해야 할 기준점입니다. 이러한 '생각하는 힘'이 곧 '통찰력'입니다.
인간에 대한 통찰력이 브랜드를 브랜드답게 만듭니다.
브랜드가 끊임없이 발전하고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꾸준히 성장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인문학적 통찰력’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브랜드에 필요한 통찰력은 단순한 데이터 분석이나 트렌드가 아닌, 브랜드가 고객에게 제공해야 할 바람직한 가치를 발견하는 능력입니다. 고객은 사람이고, 사람에 대한 본질적인 이해가 곧 현상과 트랜드에 흔들리지 않을 고객 가치를 만듭니다. 인간에 대한 깊이 있는 탐구와 이해. 바로 그 지점에서 탄생한 브랜드만의 확고한 브랜드 철학을 세울 수 있고, 그 철학으로 인해 브랜드가 그 브랜드다워지게 됩니다.
브랜딩의 본질은 이쁘고 멋진 컨셉을 만들고, 정신없는 광고로 고객의 주의력을 빼앗는 것이 아닙니다. 브랜딩이란 고객이 충족하고자 하는 근원적인 욕망에 무엇을 제공할지 결정하고 끊임없이 다가가는 과정입니다.
브랜드가 고객과 연결되고, 그들에게 진정성 있는 기쁨을 제공하는 방법은 결국 인간 욕망을 있는 그대로 이해하려는 노력에서 시작됩니다. 통찰력으로 불리는 깊은 생각과 고민은 브랜드가 지속 가능한 가치를 추구하는 원동력을 갖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