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연’은 단순한 깊이를 의미하지 않는다.
그것은 우리가 쉽게 닿을 수 없고,
끝내는 스스로조차 온전히 이해하지 못한 채 살아가는
내면의 가장 깊은 층을 가리킨다.
사람은 겉으로 드러난 삶을 통해 자신을 설명하려 하지만,
정작 중요한 감정과 선택의 이유는
언제나 보이지 않는 곳에서 시작된다.
이 소설에서 ‘심연’은
어둠이 아니라,
우리가 외면해왔던 진실이 머물러 있는 자리이며,
결국 한 번쯤은 마주할 수밖에 없는
자기 자신의 가장 깊은 영역이다.
책 소개
《심연》은
사건을 따라가는 이야기가 아니라,
사람의 내면을 따라 내려가는 이야기다.
나래신도시와 은솔마을,
그 사이를 살아가는 몇몇 사람들의 일상은
겉으로 보기에는 평범하고 안정되어 있다.
카페에서의 만남,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
가벼운 농담과 익숙한 관계들.
그러나 그 안에는
서로가 끝내 말하지 못한 이야기들이 쌓여 있다.
누군가는 과거를 숨기고 있고,
누군가는 진실을 외면한 채 살아가며,
누군가는 이해한다고 믿으면서도
끝내 타인을 오해한 채 머물러 있다.
이 작품은
그 작고 사소한 균열의 순간들을 놓치지 않는다.
한 번의 시선,
무심코 던진 말,
설명되지 않은 행동 하나가
어느 순간 관계를 흔들고,
그 흔들림은 인물들을 점점 더 깊은 곳으로 끌어내린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숨겨져 있던 삶과 감정,
그리고 각자가 감당해온 시간들이
조금씩 드러나기 시작한다.
이야기 속에는
이유를 알 수 없는 존재처럼 스쳐 지나가는 흔적들,
설명되지 않는 행동들,
그리고 이해되지 않는 선택들이 곳곳에 놓여 있다.
그것들은 단순한 장치가 아니라,
인간의 내면이 얼마나 복잡하게 얽혀 있는지를 보여주는 단서이며,
독자로 하여금 끊임없이 질문하게 만든다.
우리는 정말 서로를 알고 있는가.
아니면, 각자의 심연을 스친 채 살아가고 있는 것인가.
작가의 시작
이 작품은
어느 날 갑자기 시작된 이야기가 아니다.
머릿속에서 멈추지 않고 흘러나오던 장면들,
이름을 붙일 수 없었던 감정들,
그리고 언젠가는 반드시 표현해야 한다는 강한 갈망이
오랜 시간 쌓여 만들어낸 결과다.
작가는
잠을 이루지 못한 밤들 속에서
이야기의 단서를 하나씩 붙잡았고,
흩어져 있던 장면들을 이어가며
이 소설의 윤곽을 만들어가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설명하기 어려운 어떤 감각,
마치 외부에서 밀려오는 것 같은 강한 흐름과
이유 없는 확신을 반복해서 마주하게 된다.
그리고 그 순간마다
이 이야기를 써야만 한다는
강렬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된다.
《심연》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이야기의 방향
이 작품은
현실에서 비롯된 감정과 관계,
그리고 우리가 살아가며 실제로 마주하게 되는 선택들을 바탕으로,
섬세한 재구성과 확장을 통해
더 선명하게 드러난 삶의 한 단면이다.
그래서 이 소설은 만들어진 이야기이면서도,
읽는 동안에는 낯설지 않은 감각으로 다가온다.
우리가 이미 알고 있었던 감정,
우리가 지나왔던 관계,
그리고 우리가 아직 이해하지 못한 선택들이
이야기 속에서 다시 모습을 드러낸다.
마지막으로
《심연》은 답을 주지 않는다.
대신, 질문을 남긴다.
왜 우리는 같은 자리에 있으면서도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는가.
왜 가까운 사람일수록 더 멀게 느껴지는 순간이 있는가.
그리고 왜 우리는 스스로를 끝까지 알지 못한 채 살아가는가.
이 이야기를 읽는 동안,
독자는 인물들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감정과 기억을 함께 마주하게 된다.
그리고 마지막 페이지를 덮는 순간,
우리가 이해하지 못했던 것은
타인이 아니라,
어쩌면 오래도록 외면해왔던
자기 자신의 깊이였다는 사실을
깊이 있게 깨닫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