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몸으로 태어나 빈손으로 되돌아가는 인생

A Life That Returns Empty-Handed

by 지누리즘

사람은 알몸으로 태어납니다.
아무것도 가진 것 없이 세상에 나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우리는 하나씩 무언가를 갖기 시작합니다.
어릴 때는 장난감을 가지게 되고, 조금 더 자라면 친구가 생기고, 학교라는 울타리 안에서 관계가 생깁니다. 그 관계 속에서 “내 친구”, “내 물건”이라는 개념이 자연스럽게 자리 잡습니다.


조금 더 성장하면 그 범위는 더 넓어집니다.
나의 학교, 나의 직업, 나의 돈, 나의 집, 나의 차.
결혼을 하면 “내 아내”, “내 남편”이라는 말이 생기고, 아이가 태어나면 “내 아이”라는 말이 생깁니다. 그 순간부터 세상은 점점 더 또렷하게 나뉘기 시작합니다. 내 것과 남의 것, 우리 편과 다른 편, 가까운 사람과 먼 사람.
이렇게 사람은 살아가면서 점점 더 많은 것을 소유하게 됩니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는 그것들이 정말 ‘내 것’이라고 믿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조금만 생각해 보면 이상한 일입니다.
처음에는 아무것도 없이 태어났는데, 살아가면서 잠시 손에 쥐게 된 것들을 우리는 너무 쉽게 영원한 것처럼 여깁니다.
문제는 바로 그 지점에서 시작됩니다.
소유는 편리함을 주지만 동시에 집착을 낳습니다.
“내 차”라는 생각은 누가 흠집을 낼까 불안하게 만들고,
“내 집”이라는 생각은 잃을까 두렵게 만들고,
“내 사람”이라는 생각은 상대를 통제하려는 마음을 만들어 냅니다.

사랑도 때로는 그 안에서 복잡해집니다.
사람은 서로 다른 존재입니다. 감정의 깊이도 다르고, 관계에서 느끼는 거리도 다르고, 배려의 방식도 다릅니다. 하지만 우리는 종종 관계를 소유의 언어로 이해하려 합니다.
“내 여자친구”, “내 남자친구”, “내 아내”, “내 남편”.
그 말 자체가 틀린 것은 아니지만, 그 안에는 보이지 않는 기대가 숨어 있습니다. 변하지 않기를 바라는 기대, 떠나지 않기를 바라는 기대, 언제나 나를 중심에 두기를 바라는 기대입니다.
하지만 인간은 변하는 존재입니다.
몸도 변합니다.
어릴 때는 성장하고, 어느 순간부터는 늙어갑니다.
근육은 줄어들고, 머리는 희어지고, 주름은 깊어집니다.
생각도 변합니다.
배우면 배울수록 세상은 더 넓어지고, 알고 있다고 믿었던 것들이 사실은 아주 작은 부분이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관계도 변합니다.
어떤 사람은 가까워지고, 어떤 사람은 멀어집니다.
영원할 것 같았던 감정도 어느 순간 조용히 사라지기도 합니다.
그런데도 사람의 마음은 변화를 받아들이기 어려워합니다.
“왜 변했어?”
“예전에는 안 그랬잖아.”
우리는 그렇게 말하며 변하지 않는 관계, 변하지 않는 사랑, 변하지 않는 삶을 기대합니다. 하지만 사실 변하지 않는 것은 거의 없습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그렇게 붙잡고 있던 것들은 무엇이었을까요.
돈도, 집도, 지위도, 관계도 결국은 잠시 머무르는 것들입니다.
어느 날 우리는 모두 떠나게 됩니다.
태어날 때처럼 아무것도 가진 것 없이.
우리가 평생 “내 것”이라고 불렀던 것들은 그 순간 모두 사라집니다.
집도 남고, 차도 남고, 돈도 남고, 사람들도 각자의 삶으로 돌아갑니다.

결국 우리는 빈손으로 돌아갑니다.
어쩌면 그래서 인생의 지혜는 나이가 들수록 조금씩 나누는 방향으로 흐르는지도 모릅니다. 물건을 나누고, 시간을 나누고, 마음을 나누고, 이해와 배려를 나누면서 살아가는 방향으로 말입니다.
소유는 잠시 우리 손에 머무는 것이지만, 집착은 우리 마음을 묶어버립니다.


그래서 어쩌면 인생의 질문은 단순합니다.
처음부터 아무것도 없이 태어났고,


마지막에도 아무것도 없이 떠난다면..


우리는 왜 그렇게 많은 것을
내 것이라 부르며 붙잡고 있었던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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