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나 말년은 온다. 아무리 발버둥 쳐봤자 누구에게나 죽음은 찾아온다.
누구에게나 시간은 공평하게 흐른다. 세상이 아무리 불공평하다고 하더라도 시간은 공평하게 흐른다.
나의 할머니와 외할머니께서는 90세의 나이를 바라보고 있다. 인생의 시기로 따지면 말년이다.
할머니는 다리를 다치셔서 거동이 불편하시고, 외할머니는 최근에 치매 초기증상이 있다.
할머니는 외향적이었고, 농사를 하셨다. 성격도 시원시원하시고, 손자인 나에게 사랑을 많이 주셨다.
외할머니는 내향적이었고, 책을 좋아하셨다. 불과 10년 전에 책을 쓰고 싶다며 컴퓨터를 배워서 책을 완성하셨다. 그리고 문학상도 받으셨다. 맞벌이인 부모님을 대신해서 초, 중, 고등학교 때 키워주셨다.
두 분 모두 나에게는 애틋한 존재다. 늙지 않고 오래오래 내 곁에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추석을 맞아서 할머니와 외할머니께 인사를 드리러 갔다. 그 사이 많이 노쇠해졌다. 외할머니는 정말 가벼운 물건 하나 들기 힘들어하셨다. 할머니도 자꾸 눕는 게 편하다며 계속 누워계신다. 이런 모습들이 조금 슬프다.
할머니와 외할머니의 모습을 보면서 죽음은 뭔지, 나의 말년은 어떻게 될지 생각해 본다. 할머니와 외할머니도 70대까지는 참 정정하셨는데 80대가 되시고 나서부터는 기력이 많이 쇠하신 게 눈에 보인다. 언젠가는 나도 이때가 올 것이다. 우리 부모님도 70대, 80대가 올 것이다. 누구에게나 예외는 없다.
어떻게 나의 노년을 맞이할 것인가. 일단 가장 중요한 것은 건강이다. 할머니와 외할머니께서는 건강이 좋으신 편이다. 크게 아픈 곳 하나 없이 건강하게 잘 지내셨다. 지나고 생각해 보면 두 분 모두 된장, 김치 등 건강식을 잘 챙겨드셨고, 귀찮더라도 몸을 많이 움직이셨다. 그리고 많이 웃으셨다. 건강한 노년을 위해서는 건강한 육체와 정신이 필수다.
행복한 노년을 위해서 지금부터라도 자극적인 음식보다는 건강한 음식을 꾸준히 먹고, 몸에 근육도 많이 키워놔야겠다. 어차피 이렇게 다짐해도 내일 배달음식을 먹게 될 수도 있다. 근육을 아무리 키워놔도 결국 노년에는 근육이 빠지게 되어 있다. 다만 마지막까지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면서 살기 위해서는 근육이 필수다. 미리미리 키워놓고, 습관을 만들어놔야겠다.
직장을 은퇴하고 나서는 시간이 참 많아진다. 갑자기 많아진 시간에 우왕좌왕하는 사람도 있는 반면에, '진짜 내 인생을 살아보자'라고 생각하면서 본격적인 인생 2막을 여는 사람이 있다. 건강이 받쳐준다는 가정하에 어떻게 시간을 보낼지도 결정해야 한다. 부르는 사람은 없고, 나를 찾아오는 사람도 줄어갈 것이다. 나는 취미가 많다. 글쓰기, 그림 그리기, 운동하기, 중국어 공부하기 등 하루 24시간이 모자라다. 20대 때도 꾸준히 했지만, 30대, 40대 쭈욱 꾸준히 할 것이다. 10년, 20년 내공이 쌓이면 더 재미있어질 것이고, 운이 좋다면 세상이 알아볼 수도 있다.
마지막은 결국 관계인 것 같다. 가족과의 관계, 친구와의 관계가 결국 전부다. 결국 나는 사람들 속에서 살아간다. 그러니 내 가까운 가족들에게 미리미리 잘해야 한다. 조금 더 사랑하고, 조금 더 용서하고, 조금 더 이해해야겠다. 꼭 노년에 보살핌을 받고 싶어서라기보다 지금 행복하게 사는 방법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조금 서글프다. 할머니도 외할머니도 그리고 나도 더 안 늙으면 좋겠다. 그냥 행복한 순간이 오래오래 지속되었으면 좋겠다. 하지만, 인간이기에 그렇게는 안 될 것이다. 나도 노년이 올 것이다. 아직 중년도 오지는 않았지만 조금씩 마음의 준비는 해보고자 한다. 어떻게 준비하냐고? 오늘 행복하게 살 것이다. 이가 튼튼할 때 맛있는 고기도 많이 씹고, 덜 피곤할 때 조금이라도 더 일할 것이고, 폐와 근육이 튼튼할 때 더 운동할 것이다.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더 파고들고 꾸준히 해나갈 것이다. 그리고, 내 주변사람들을 더 많이 사랑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