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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까마귀의밥 Apr 23. 2024

쥐 이야기

쥐덫(끈끈이)에 걸려 생포한 쥐를 어제 풀어줬다. 예전에 1킬로안되는 곳 가까운데 풀어주니 며칠만에 돌아온적이 있어서 이번에 잡은 쥐는 차로 이동하여 대략 5km쯤 떨어진 강변의 섬앞에 풀어줬다.

처음에 잡힌 쥐 두마리는 성체였는데 몇대 때리기도했지만 죽을정도는 아니었는데 밤새 들냥이사료앞에 두었더니 아마도 고양이때문에 심장마비에걸렸는지 죽어있어서 나무아래 묻어줬다. 며칠지나니 그래도 쥐들도 자기 본능대로 산것뿐인데 때리고 죽게한게 좀 미안해서 묻어준곳 위에 꽃도 몇개 따서 놔줬다.  

어제 풀어준쥐는 새끼였는데 끈끈이에 잡힌걸 뗘낸뒤 통안에 가둬뒀지만 어제 계속 가둬놓는게 쥐의 자유권을 침해한다는 생각이들어 오후에 나가는길에 풀어줬다. 이번엔 때리진 않았지만 몇가지 실험을 했다.

먼저 실험전에 마당과 새장안을 오가는 쥐가 없으니 새장의 새들이 놀라는 일이 없이 조용해졌다. 쥐가 새들이 가끔씩 놀라서 아우성치는 원인이었다는걸 알았다.

새들이 마음먹는다면 쥐정도야 쉽게 제압할수 있겠지만 그런걸 본적이없어 하지 못하는것 같다. 나중에 혹 둥지에서 떨어져 외톨이가된 소쩍새나 올빼미같은 새 새끼를 보거든 야생동물보호센터에 신고하지말고 데려와서 새장안에넣고 쥐가나타나면 잡을수 있다는걸 학습시켜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핸드폰어플로 다운받은 15000~20000Hz 초음파 쥐 퇴치기는 쥐를 짜증하게 할지는 몰라도 퇴치에는 큰 효과는 없는것 같았다. 통앞에 사람이 있어서 매우 놀란 쥐에게 초음파같은건 미미한 효과였다.

대신 주변에서 돌아다니다 쥐소리를 듣고 다가온 들냥이는 효과가 있었다. 고양이가 다가와 앞발로 통을 한번 건드리자 통때문에 닿지도 못하는데도 쥐가 거의 죽는소리를 치며 반쯤기절해서 경련을 일으키다 고양이가 통안에있어 어쩌지못한다는걸 알고 사료먹으러 가버리자 간신히 일어났다. 쥐가 사람이나 새나 초음파퇴치기는 별로 안무서워하고 만만히 보지만(통안에 있는걸 톡톡치니 무서워하다 덤비는 시늉까지 했다-궁지에몰린 쥐가 사나워진다는 속담은 사실이었다) 고양이에겐 꼼짝못한다는걸 알게되었다. 지난번 죽은쥐는 아마 밤새 들냥이들이 여러번잡으려 시도하고 밤에 여러번 시달려서 죽은것같다.

아무튼 이번 새끼쥐는 사람이 때리진 않았어도 고양이를 보고 거의 (심장이멎어)죽을뻔한 고비를 넘긴뒤 한강변 섬앞에 풀려난뒤 몇초만에 풀속으로 삶을찾아 숨었다. 섬이 드라마촬영지라서 입구에 카페도있고 사람들이 놀러왔다 먹던간식도 종종 버리고갈테니 고양이만 잘 피한다면 거기서 잘 살수도 있을거다.


우연인지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도로에서 로드킬당해 죽은 쥐를 보았다. 낮엔 차가 종종 다니니 어쩌지 못하고 요새 쥐들에게 미안한것도 있고 밤에 열한시 넘어차들이 안다닐때 쥐를 길가로 옮겨서 풀잎하나로라도 묻어줘야겠다 생각하고 자전거를 타고 나왔다. 그런데 로드킬쥐를 본곳 근처에와서 쥐를 찾는데 쥐는 안보이고 들냥이인지 너구리인지가 그자리에 있다 사람에오니 잽싸게 자리를 피했다. 쥐는 없었고 쥐가흘린 핏자국만 남아있었다. 로드킬된 쥐를 그 너구리인가 들냥이가 먹고 깨끗이 청소한 것이었다. 사람도 차도 한대도 없는 어두운 시골의 한강변 도로를 그래도 작은 동물이라도 마주친것으로 적적함을 달래며 자전거를 타다가 돌아왔다.

쥐사건은 이렇게 쥐의 떠남으로 종결되고 마당엔 이름모를 보라색꽃이 피었다.

내일은 비가온다고 한다.

'가련일춘사 왕래풍우중..'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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