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크의 발견

by 까마귀의발

십여년도 더 전에 마주쳤던 동물의 정체를 드디어 알아냈다. 야크였다.

'밤에 눈이 빛나는 대형동물'이란 단서만 가지고 십여년 가까이 궁금했지만 야크와 호랑이 중 어느쪽이었을지 답을 내리지 못하다가 AI에게 그 당시 상황과 마주쳤던 동물들의 행동방식을 입력하니 야크였을 확률이 거의 99프로였다.

그당시 난 히말라야산을 등반하던중 해가 져서 길에서 약간 들어간 산중에 텐트를 치고 캠핑하고 있었다. 3000미터가 조금 안되는 불빛이 전혀없는 곳이었고 산마을에서도 얼마간 떨어진 곳이었다. 새벽2시~3시쯤 인근의 땅울림과 부스럭거리는 소리에 깨어나 텐트문을 열고 주변을 둘러보니 눈만 빛나는 커다란 동물 두마리가 텐트와 적당한 거리를 유지한채 근처에서 놀고있었다. 그 동물이 야크(소)였는지 호랑이였는지 궁금했지만 그것보다는 매우 피곤하고 우리 한국인은 소든 호랑이든 다들 동화에서 많이 보며 자라서 친숙해서 적당히 놀다 가라고 속으로 말하며 텐트를 닫고 다시 잤다. 아침에 일어나 간밤에 동물들이 놀던곳을 보았지만 아무런 흔적이없었고 난 그 이후로 10년이 넘는 시간동안 그 애들이 어떤 동물들이었을지 궁금해하며 그때 랜턴이라도 비춰보지않은걸 후회했던 것이다.

하긴 인터넷으로 검색해본 호랑이는 자세히보니 두 눈사이 간격이 야크에 비해 상대적으로 좁았다.

하지만 혹시나 엄청나게 큰 호랑이라면 두 눈사이 간격이 내가 보았던 것만큼 넓을수도 있지않을까 생각했었다. 야크였을까 호랑이였을까 인터넷으로는 10여년 사이 생각날때마다 이것저것 검색을 해봐도 호랑이같기도 하고 야크같기도 하고 결론을 내릴수 없었다.

그러던중 오늘 드디어 나는 AI의 유용성을 인정하였는데 당시 텐트 상황과 그 동물들의 행동방식을 입력하자 호랑이보다는 야크의 행동습성에 가깝다며 나의 의문에 AI가 종지부를 찍어주었기 때문이다. 히말라야 3000정도 고지의 외딴곳에 쳐놓은 인간의 텐트에 둘다 다가올 수는 있지만 극도로 조심스럽고 사람을 경계하는 호랑이였다면 거의 30분 넘게 텐트주변에서 자기존재를 들켜가며 놀다가는 행동같은건 하지 않았을 것이고 그런 행동을 보였다면 사람에게 그리 큰 경계심이 없고 호기심은 있는 보통 두 세마리씩 몰려다니는 야크였을 거라고 했다. 그 설명을 듣고 두 눈사이 간격을 비교해보며 대조해본 결과 정말 야크가 맞았다는 결론이 났다. 십수년만의 쾌거였다.

오늘을 기점으로 AI비난은 이제 그만하고 앞으론 궁금한걸 알아내는데 적당히 사용해야겠다.

야크사진 검색했더니 나오는 사진. 그러나 인간의 여자는 한밤증에 히말라야산에서 돌아다니지 않는다

야크와 호랑이 사진 검색하고 AI와 노느라 밤의 두 시간이 지나갔지만 오랫동안 궁금했던 사실을 알게되어 보람 있었다. 말의 해엔 이렇게 뭔가 변화들이 있을것만 같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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