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아 오키프를 생각하다
*『아티스트 웨이』의 저자 줄리아 카메론의 제안에 따라, 아침이면 이따금 '모닝페이지'를 써 내려갑니다
*여름이 여전하던 9월 초부터 써온 글임을 미리 알려드립니다
오늘 아침, 홀로 걸었다. 얼마 전 아버지와 걷던 산길을. 찌르륵찌르륵. 귓가엔 가을이 맴도는데, 눈앞엔 여름이 선명하다.
연못에 핀 꽃을 찍다, 조지아 오키프 생각이 났다. 어릴 적, 아버지가 거실 벽에 걸어두신 '튤립' 덕에, 처음 알게 된 미국 화가.
생각이 난 김에 조금 찾아본다.
어느 날 문득 나는 여자라는 이유로,
내가 원하는 곳에 살 수도 없고, 갈 수도 없으며,
하고 싶은 것을 할 수도 없음을 알게 되었다.
20세기 미국 미술계에서 가장 독보적인 화가로 소개되는 조지아 오키프. 그의 작품은 유럽의 영향을 받지 않았고, 미국이 뜨면서(?), 동시에 떴다.
꽃을 사랑했고, 꽃을 그려냈다. 아마추어의 그림놀이라는 남성들의 비웃음에도 불구하고, '여류'화가로 불리길 싫어했고, 자신의 내면이라는 독창적인 에너지로, 도발적인 작품을 쏟아냈다.
멋지다고 느끼는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무엇보다 자신의 생계를 책임질 수 있는 능력이야말로, 창작활동을 오래 할 수 있는 비결이라 믿었던 점. 그 믿음을 몸소 실천했던 점이, 가장 아름답게 다가온다.
무려 98세까지 장수한 그는, 눈이 나빠진 십여 년의 말년에도 창작열을 지폈다. 또 이번에 알게 된 사실 하나.
사랑을 잃고, 우울증에 시달리던 그는, 서른 살 무렵 기차여행에서 우연히 발견한 뉴멕시코의 자연을 떠올렸다. 그리고는 뉴욕에서, 뉴멕시코의 한가운데, '산타페'로 떠났다.
지금도 조지아 오키프의 흔적과 궤적에서 영감을 얻고자 하는, 많은 예술가들이 모여드는 산타페. 언젠가 한 번쯤 머물고 싶다, 생각하며, 마지막 그날까지 연필과 악기를 내려놓지 않는 내가 되길, 가만히 기도해본다.
나는 남이 아니라
나 자신에게 진짜 중요한 것,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것,
바로 그림을 그려야 한다고 생각했다